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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다시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기존 지역투어를 발전시킨 ‘2013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전국투어’가 4월부터 시작합니다. 올해 전국투어에서는 ‘재야의 고수’와 함께 지역 기획기사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시민-상근기자의 공동 작품은 물론이고, 각 지역에서 오랫동안 삶의 문제를 고민한 시민단체 활동가와 전문가들의 기사도 선보이겠습니다. 4월, 2013년 <오마이뉴스> 전국투어가 찾아간 첫 번째 지역은 강원도입니다. [편집자말]
제2의 '상지대 사태'가 시작되었다. 치열한 사학분규를 동반한 1990년 초반의 '상지대 사태' 후 사학 민주화의 대명사로 등장했던 상지대가 다시금 미증유의 혼란 속에 빠졌다. 더구나 2016년부터는 고등학교 졸업자가 대학입학정원을 밑돌아 다수의 대학에서 입학정원조차 채우지 못하는 초유의 대학대란이 발생할 것으로 예고되어 있는 상황이다. 대학대란이 지방대학을 집중적으로 강타할 것이 명백한 만큼 외부의 대학대란과 내부의 혼란에 직면한 상지대의 상황은 더없이 심각한 수준이다.

상지대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대학 운영이 일시정지 상태라는 것이다. 현재 상지대학교에는 대학의 책임자인 총장과 부총장이 없으며, 강원도에서 유일한 대학한방병원인 상지대학교 부속한방병원에는 병원장이 없다. 총장, 부총장, 병원장이 없는 지도부 공백상태를 맞고 있다. 게다가 상지대에는 2013년도 예산안이 없다. 대학 예산은 통상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의결되어 3월부터 집행되는데 4월이 다가도록 예산안이 의결되지 않고 있으며 단기적으로 의결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총장, 부총장, 예산안 없는 상지대... 왜?

상지대 정이사 선임안을 놓고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2010년 8월 9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학생, 교수, 교직원, 동문회 회원들이 김문기 비리구재단의 복귀 반대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상지대 정이사 선임안을 놓고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2010년 8월 9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학생, 교수, 교직원, 동문회 회원들이 김문기 비리구재단의 복귀 반대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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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운영의 결정권을 독점한 이사회가 총장을 선출하지도 않고 예산안 의결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임 총장의 임기는 이미 3개월 전에 만료되었는 데도 후임 총장 선출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학기는 이미 시작되었는데 예산안을 통과시킬 생각조차 않고 있다. 부총장은 작년 중반부터 이미 공석이며 연초에 병원장이 사퇴했음에도 후임 병원장을 선임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상지대는 선장도, 행해사도, 기관사도 없이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난파선의 형국이다. 이사회가 직무를 유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사회 전체가 직무를 유기하는 것은 아니며 상지학원 소속 이사 전원이 업무를 거부하는 것도 아니다. 이사회의 일부인 구재단측 이사들이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내세워 집단적으로 이사회에 불참하는 등 업무를 거부하면서 발생한 상황이다. 상지대학교 비리주범 김문기가 추천한 4명의 이사들은 현재의 이사장에게 사퇴를 요구한 후 이사장이 사퇴하지 않는 한 후임 총장 선출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면서 아예 이사회 출석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올해 예산안 처리도 발이 묶였다.

그나마도 1학기 수업에 맞추어 임용하기로 되어 있던 신임교수 임용은 4월이 되어서야 겨우 임용절차를 마쳤다. 신임교수 임용을 위하여 이미 작년에 추천과정과 총장 면접을 거쳐 이사회에 상정했으나 차일피일 미루다가 학기의 1/4이 지나버린 4월에야 임용한 것이다. 이미 학기가 시작되고 수업이 배정되었는데 한달이나 늦게 임용하면 학생들의 수업에 차질이 발생할 것은 불을 본듯 뻔한 일이다. 그것도 신임교수 임용 지연으로 상지대가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을 우려한 교육당국의 개입으로 늦게나마 억지로 임용절차를 마쳤다.

이 모든 상황은 지난 2010년 8월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정상화라는 미명 하에 사학비리 주범인 김문기 구재단을 상지대에 복귀시키는 반교육적인 결정을 내리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사분위는 상지학원 이사회를 구성하면서 이사 정수 9명 중 김문기 구재단 5명, 학교 구성원 2명, 교육부 2명으로 추천권을 배분하였다. 김문기에게 과반수의 추천권을 부여하여 상지대를 구재단에게 돌려준 것이다. 그러나 구재단과 비구재단의 비율을 5 대 4로 할 경우 구재단이 학교를 장악함으로써 상지대가 혼란에 빠질 것을 걱정한 사분위가 구재단 몫 1명을 임시이사로 파견하여 구재단과 비구재단의 비율을 4 대 4로 균형을 맞추는 미봉책을 구사했다. 그럼에도 김문기가 추천한 4명의 구재단측 이사들은 이사회 운영과정에서 사사건건 문제를 일으켰으며 급기야는 이사장 사퇴를 전제로 이사회 운영을 전면봉쇄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그리고 2010년 8월의 사분위 결정 다음 해인 2011년도부터 이사회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사회가 구성되자마자 구재단측 이사들은 상지학원의 정관 개정을 집요하게 추진했다. 구재단 이사들이 요구한 정관개정 내용은 총장의 권한인 학장과 처장 등 보직임명권의 박탈, 총장이 행사하는 교원의 승진 및 재임용권의 박탈, 개방이사 추천권을 가진 개방이사추천위원회에서 구성원 몫의 축소 등 대학운영에서 총장과 구성원의 역할을 축소하여 헌법이 보장한 대학자치를 위축시키는 것이었다. 구재단의 무리한 정관개정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구재단이 교수와 학생 등 구성원을 대상으로 고소고발을 남발하여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기도 하다.

사분위의 이해할 수 없는 결정

상지대를 비롯해서 영남대, 조선대, 대구대, 세종대, 경기대, 덕성여대, 동덕여대, 광운대, 서일대 등은 1980년대 이후 사학비리가 가장 극심하게 터져나왔던 대표적인 비리사학들이다. 김문기가 이사장으로 있던 상지대의 경우 '사학비리종합선물세트'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비리가 심각했다. 결국 정부가 사학비리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사장과 이사들이 물러나 대학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면서 이들 대학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특히 상지대의 경우 임시이사체제 하에서 대학 구성원의 노력과 시민사회의 협조로 대학 민주화의 체제를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시민대학이라는 독자적인 대학발전모델을 구축하는 등 커다란 성과를 보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들어 정상화라는 미명 하에 사학비리로 물러난 비리주범들을 예외없이 대학에 복귀시키면서 결국 오늘과 같은 제2의 '상지대 사태'를 초래한 것이다.

사학비리척결과 사학분쟁조정위(사분위)폐지를 위한 국민행동 소속 여대생들이 2011년 6월 21일 오전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린 '6.23 사분위 심의 중지와 사분위 폐지를 위한 기자회견'에 상복을 입고 참석하고 있다. 경기대, 광운대, 덕성여대, 동덕여대, 상지대, 세종대, 영남대, 조선대 등 포함된 국민행동은 비리재단이 사라져야 대학이 산다는 뜻으로 상복을 입고 기자회견을 열려 했으나, 경찰은 불법집회라며 회견을 막기 위해 참가자들을 에워싸고 있다.
 사학비리척결과 사학분쟁조정위(사분위)폐지를 위한 국민행동 소속 여대생들이 2011년 6월 21일 오전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린 '6.23 사분위 심의 중지와 사분위 폐지를 위한 기자회견'에 상복을 입고 참석하고 있다. 경기대, 광운대, 덕성여대, 동덕여대, 상지대, 세종대, 영남대, 조선대 등 포함된 국민행동은 비리재단이 사라져야 대학이 산다는 뜻으로 상복을 입고 기자회견을 열려 했으나, 경찰은 불법집회라며 회견을 막기 위해 참가자들을 에워싸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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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위에 묻고 싶다. 사학비리를 자행했던 비리주범들에게 학교를 되돌려주는 것이 대학의 정상화일까? 다른 방식의 정상화는 불가능한 것이었을까? 이들 비리주범들에게 학교를 되돌려주면 학교가 정상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을까? 아마도 사분위원들은 사학의 현실을 모르는 지극히 순진한 사람들이거나 아니면 현실의 사학에 깊이 발을 담근 동조자일 것이다. 학교에 복귀한 구재단에게도 묻고 싶다. 이들은 교육에 대한 최소한의 철학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사학비리로 학교에서 쫓겨난 후 일말의 반성이라도 했을까? 다시 학교로 돌아왔으면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학교를 운영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는 없었을까? 그 사이에 20년 세월이 흘렀고 엄청난 정치사회적 변화가 있었는데, 왜 이들은 전혀 변하지 않는 것일까? 교육을 비즈니스로 생각하고 학교 운영을 돈벌이 수단으로 간주하는 구재단의 시대착오전인 반교육관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는 것 같다.

더구나 김문기는 상지학원의 설립자가 아니다. 그 자신 임시이사로 파견되었다가 모종의 과정을 거쳐 정이사가 된 사람이다. 김문기는 상지학원의 발전을 위해서 특별히 의미있는 정도의 사재를 기부한 것도 없다. 오히려 입시부정 등 사학비리를 자행하고 구성원을 억압하는 등 학교발전을 가로막은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권력의 지원을 받아 20년만에 학교에 복귀하면서 상지대는 어처구니없게도 다시 20년 전의 원시교육시대로 돌아갈지도 모르는 위급한 상황에 빠져들었다.

김문기의 구재단의 복귀 결과 상지대는 다시금 혼란에 빠졌고, 이에 대항하는 구성원들의 고통은 말할 수 없는 수준이며, 상지대의 미래는 매우 불투명하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대학 민주화를 위한 우리의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대학 민주화를 훼손하고 대학발전을 가로막는 세력의 학원 장악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상지대 사태를 만든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 교육 당국은 상지대 사태를 통해 비리재단이 학교에 복귀한 결과가 어떤 것인지를 확인해야 하며, 파국적 위기에 직면한 상지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시급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상지대 교수이며, 사학개혁 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입니다.



태그:#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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