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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7일 "10일을 전후해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군 당국도 북한이 사거리 3000~4000km의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정해진 사실'이 되고 있다. 4월 15일이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15일 이전에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중거리 미사일 발사 징후 포착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3월 29일  전략미사일 부대의 화력타격 임무에 관한 작전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회의하고 있는 모습.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3월 29일 전략미사일 부대의 화력타격 임무에 관한 작전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회의하고 있는 모습.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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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4월 초에 북한이 무수단 중거리 미사일 두 기를 열차를 이용, 동해안으로 옮겼고 정부는 이 미사일 두 기를 차량 이동식 발사대에 탑재한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식 발사대에 장착된 무수단 미사일은 원산 인근에 은닉돼 있고, 한미 정보 당국은 이 지역을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최근 이 지역의 교신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미사일 발사가 임박했다는 징후다.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 발사는 유엔결의 1718 위반이다. 따라서 자동적으로 유엔결의가 뒤따르게 돼 있다. 또 일본과 미국은 무수단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시킬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요격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무수단 미사일을 공중에서 격추시키지 못하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미사일방어체제(MD)에 대한 논란이 일 것이다.

시험 발사였다면 이를 요격하는 것은 또다른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요격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미사일을 발사하면 유엔제재를 비롯한 수많은 논란들이 뒤따른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 상황은 점점 더 복잡하게 꼬여가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술이 중동으로 수출되는 것과 미국 본토가 북한의 위협에 놓이게 되는 것을 가장 크게 우려한다. 북한은 이러한 점을 계산해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하려 하고 있다.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능력을 보유했다는 무력 과시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무수단 미사일은 세 가지 점에서 미국에 위협적이다. 첫째는 사정거리다. 일본뿐만 아니라 미군기지가 있는 괌까지 사정권에 들어간다. 괌은 한반도 유사시 미군증원부대가 전개되는 곳이다. 둘째는 이동식 발사대에서 발사한다는 점이다. 이동식 발사대에서는 미국의 감시망을 피해서 기습적으로 발사하는 게 용이하다. 물론 연료 주입 시간이 대여섯 시간 걸리므로 이때 첩보 위성에 포착될 수는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 근접하는 북한

 지난 2009년 4월 5일 발사된 광명성2호.
ⓒ 연합뉴스

셋째는 중거리 미사일도 대기권을 벗어났다가 재진입하는 미사일이라는 점이다. 북한은 이미 1998년부터 지금까지 네 차례 미사일 기술과 공유되는 로켓기술을 이용해 인공위성을 발사했다. 2012년 12월에는 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리는 것에 성공했다. 북한의 이러한 기술은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용될 수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아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북한이 쏘아 올린 장거리로켓을 대륙간탄도 미사일이라고 볼 수는 없다. 대륙간 탄도미사일 기술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대기권에 재진입하는 기술이다. 북한이 이번에 중거리 미사일인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해서 성공한다면 비로소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과시하는 셈이 된다. 북한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장거리로켓 발사기술과 대기권 재진입기술이 조합될 경우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에 근접하게 되는 것이다.  

북한은 이러한 기술을 확보해 미국에 대한 위협을 높이기 위해서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지금까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모두 미사일 기술과 공유되는 장거리로켓을 이용한 위성발사 시도였다. 그 첫 시도는 대포동미사일 1호 발사로 알려진 1998년 8월이다. 하지만 당시 미국 국무부는 미사일이 아니라 실패한 위성이었다고 규정했다.

그 후 북한은 2009년 4월과 2012년 4월에 추가로 위성발사를 하지만 실패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이를 '미사일 발사'로 규정했다. 북한은 2012년 12월에 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려놓아서 스페이스클럽에 아홉 번째로 가입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여전히 미사일 발사 기술을 획득하기 위한 시도로 봤다.

미국 위협하는 북한의 질주

북한이 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위성 발사가 아닌 중거리탄도 미사일 자체에 대한 발사 실험을 한 것은 2006년 7월이다. 대포동 2호로 알려진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은 동해를 향해 발사되었는데 40초 만에 추락했다. 이 때문에 대포동 2호 발사는 실패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 정부당국은 예외였다. 당시 실험이 미사일 발사를 원격조정하는 지휘통제시스템 실험이었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원격조정 발사를 실험한 것은 지휘시스템을 미사일 발사대에서 멀리 떨어뜨려 미사일 발사 후에 있을 수 있는 보복공격에서 피하기 위한 목적 때문이다.

북한이 이번이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이동식 발사, 미사일의 비행거리, 타격 정밀도 등을 시험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이 시험이 성공하면 북한은 본격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려고 할 것이다.

북한의 김정은 제1위원장은 그동안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흉내를 내왔다. 단지 겉모습만 흉내낸 것이 아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해서 미국과 '맞짱' 뜨는 모습을 연출하려하는 것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향한 북한의 질주를 막는 게 현재 조성된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길이다.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발사 징후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담담하다. 백악관은 놀랄 일이 아니라는 논평을 냈다. 미국은 이미 2000년대에 북한과 미사일 협상을 한 게 있다. 또 2011년부터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2016년 이전에 미국 본토를 위협할 것으로 보고 대비를 해왔다. 무수단 미사일 발사 이후 온갖 논란이 벌어지는 와중에 미국은 북한과 접촉을 시도할 것이다.    

북한과 접촉을 하면 북한이 미사일 시험을 계속하는 것이 김정은 체제 기반 다지지가 주요한 목적인지, 미국과 협상력을 높이려는 것이 주된 목적인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북한의 미사일 기술과 핵능력이 주는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서 협상이 필요한지 지속적인 압박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강경책·온건책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질주 앞에서 함께 '치킨 게임'을 하는 것은 결코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사진은 국방부 브리핑룸.
 북한의 질주 앞에서 함께 '치킨 게임'을 하는 것은 결코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사진은 국방부 브리핑룸.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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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기술과 미사일 능력은 지난 20년간 지속적으로 강화돼 왔다. 분명한 것은 북한과 대화가 단절됐을 때 북한의 위협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는 점이다. 북한과 대화를 방치해 북한의 위협 능력이 커진다면 이를 제거하기 위한 비용도 함께 커진다. 오히려 더 큰 손실을 입는 것이다. 

흔히 외교안보를 자존심의 문제로 바라볼 때 정책 결정에서 강경책과 온건책을 가지고 갈등을 한다. 온건책을 쓰면 무릎을 굽히는 것이니까 강경책을 구사해야 한다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이다. 하지만 강온의 문제가 외교안보 정책의 본질은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위협을 제거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데 최선의 수단을 선택할 수 있는 현명함이 외교안보 정책의 본질인 것이다.
    
북한의 질주 앞에서 함께 '치킨 게임'을 하는 것은 결코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4월 12일로 예정된 한미 외무장관 회담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얽히고설킨 고르디우스의 매듭 같은 한반도의 복잡한 상황을 끊는 알렉산더의 칼을 준비하는 회담이 되기를 바란다. 5월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그 칼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김창수님은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이면서 한반도평화포럼 기획운영위원장을 겸하고 있습니다.



태그:#무수단 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 #이동식 발사대, #광명성, #대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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