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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조장혁(가명, 남, 40대)입니다. 외도 사실이 드러나 이혼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고교 동창회를 열었는데 고3때 친했던 여자친구가 나왔더군요. 20년 만에 만나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자꾸 만나다 보니 그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말았습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저는 어떻게든 잘 살아보고 싶은데 아내는 무조건 이혼하잡니다. 처음에는 재산을 절반씩 나누고 아이를 저보고 키우라고 하더군요. 그러더니 지금은 그냥 몸만 나가라고 하네요. 불만 있으면 소송을 걸랍니다. 염치없지만 저도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전 재산을 다 줘야 하나요.

재산분할은 혼인파탄과 무관하게 청구 가능

이혼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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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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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을 하느냐 마느냐. 중요하고도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에 못지 않게 이혼을 결정한 뒤 재산을 어떻게 공평하게 나누느냐도 중요하지요. 오늘은 부부가 재산을 합리적으로 나누는 절차인 재산분할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전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재산분할은 부부가 혼인 중에 갖게 된 공동재산을 나누고 이혼 후의 생활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절차입니다. 재산분할은 이혼 후 재산을 청산하고 부양을 하기 위한 성격을 갖는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한마디로 이혼하면서 자기 몫을 가져가는 절차라고 할까요. 

재산분할은 이혼을 하는 부부 모두에게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혼인관계를 파탄낸 쪽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자료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사연 속의 조장혁씨도 잘못이 적지 않지만 이혼시 재산분할은 청구할 수 있습니다. 만일 재산이 조장혁씨 명의로만 되어 있다면 아내 쪽에서 일정한 비율(또는 금액)을 달라고 청구를 해야겠지요. 혼인파탄의 책임을 묻는 위자료 청구와는 구분됩니다(위자료에 대해서는 이전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재산분할은 당사자끼리 합의가 되면 가장 좋고, 안되면 재판을 통해 해결해야 합니다. 청구 기간은 이혼 후 2년 내입니다. 법원은 재산의 취득경위와 이용 상황, 소득, 자녀부양 유무, 결혼기간, 생활능력 등을 토대로 재량에 따라 직권으로 결정합니다. 

재산분할은 협의가 우선입니다. 그런데 협의이혼을 조건으로 재산분할 약정을 하였다가 이혼이 되지 않거나 재판이혼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이때 약정은 무효입니다. 판례는 "협의이혼을 조건으로 약정했으면 협의이혼이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재산분할에서 중요한 건 기여도

재산분할에서 중요한 것은 누구의 명의로 재산이 되어 있느냐보다 재산을 늘리는 데 누가 얼마나 기여했는가입니다. 판례도 재산이 부부 한쪽 명의로 되어 있거나 제3자 명의로 명의신탁되어 있더라도 부부의 협력으로 얻은 재산이라면 분할대상이 된다고 봅니다. 재산을 취득하고 유지하는 데 공헌한 정도가 크게 고려됩니다.

그렇다고 단순히 누가 돈을 많이 벌어왔는가로 판가름나는 것도 아닙니다. 예컨대 부부 중 남편만 직장생활을 했더라도, 아내가 자녀 양육과 가사를 맡으면서 저축을 통해 재산을 늘려갔다면 양쪽 모두 재산 증가에 이바지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재산을 나누는 방법은 제한이 없습니다. 법원이 선택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식은 분할비율을 정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남편과 아내의 순재산(재산에서 빚을 뺀 금액)을 더한 총액에서 분할비율을 정한 다음 정산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남편 명의로 1억 원의 전세금과 5천만 원의 은행 대출이 있고, 아내 명의로 시가 3억5천만 원의 아파트가 있다고 칩시다. 남편의 순재산은 5천만 원, 아내의 순재산은 3억5천만 원으로, 합하면 총 4억 원이 됩니다. 남편 대 아내의 재산분할 비율이 4:6으로 결정됐다고 가정하면 남편의 몫은 1억6천만 원, 아내는 2억4천만 원이 됩니다. 따라서 아내가 아파트를 갖되, 남편의 부족분 1억1천만 원을 돈으로 지급하면 재산분할은 끝이 납니다. 

분할대상이 되는 재산은 어디까지?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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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부부의 모든 재산이 분할대상이 될까요. 여기가 어려운 대목인데요.

재산분할은 혼인 중에 함께 협력하여 취득한 재산만이 대상이 됩니다. 결혼 후 늘어난 재산을 기여도에 따라 분배한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따라서 △결혼 전부터 각자 소유하고 있던 재산이나 △결혼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상속, 증여 등)은 분할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데, 이것을 '특유재산'이라고 합니다.

또한 이혼을 하기 위해 별거하던 중 취득한 재산도 분할대상이 아닙니다. 즉 개인 소유가 됩니다. 민법은 부부별산제를 인정합니다. 결혼전 부부재산계약을 따로 체결하지 않는 이상 자기 재산은 자기가 관리, 사용, 처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도 예외가 있습니다. 특유재산이라도 재산의 유지, 감소방지나 증가에 기여한 정도가 클 경우에는 분할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판례를 보면, 남편이 결혼 전 마련해온 아파트는 특유재산이지만 아내가 생활비를 내고 가사노동을 하면서 재산(아파트)이 감소되지 않도록 기여했다면 분할재산에 포함된다고 하였습니다.

편의상 부부 한 사람 명의로 되어 있더라도 실제로 부부가 협력해서 모은 재산이라면 이것도 분할재산이 되겠지요. 재산은 부동산, 예금, 주식, 채권(받을 돈) 등 종류를 가리지 않습니다. 가족공동 생활에 필요한 물품 등도 당연히 포함됩니다.

부부는 재산만 함께 나누는 것이 아닙니다. 빚도 함께 부담해야 합니다. 병원비, 생활비 등 일상가사채무나 부동산 구입자금, 전세보증금 등 공동이익을 위한 채무 등도 '소극재산'으로 분할대상에 포함됩니다.

재산분할, 여성이나 주부에게 불리하다?

재산분할은 여자에게 불리할까요. 실제 재판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법원의 통계를 통해 살펴보는 게 좋겠습니다. 전주혜 판사가 2004년부터 2005년까지 서울고등법원과 가정법원에서 선고된 판결 113건을 토대로 작성한 <재산분할에 관한 판결례 분석>라는 논문이 있습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여성 10명 중 4명 꼴로 50% 이상의 재산을 분할받았습니다.

또한 전업주부의 경우도 31~40%의 비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통계로 볼 때 여성에게 31~50%를 인정한 판결이 절대 다수(80%)를 차지했습니다. 나이가 많을수록, 결혼기간이 길수록 상대적으로 높은 기여도가 인정되었습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남자보다 수입이 많거나, 전업주부라도 적극적으로 재산증식에 노력한 경우에는 재산분할 비율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더 최근 자료를 볼까요. 2009년 '위자료 산정 및 재산분할 심리의 실무현황'(차경환 판사)이라는 논문입니다. 이 논문은 2008년 12월부터 2009년 2월까지 전국 법원 1심 판결 227건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부부 재산 중 50%를 처(여성)에게 분할하라고 판결한 비율(26.4%)이 가장 높았습니다. 여성의 몫이 50%를 초과한다고 판단한 사례도 8.36%나 되었습니다.

전체 재산 중 여성의 몫을 40~60%로 인정한 판결은 64.21%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니까 재산분할 소송 10건 중 6건은 부부 한 쪽이 적게는 40%, 많게는 60%를 차지하는 쪽으로 판가름난다는 뜻입니다.

꼭 통계를 보지 않더라도 여성이나 전업주부의 재산기여도는 예전보다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특히 가사노동과 자녀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갈수록 전업주부도 재산분할에서 비율을 높게 인정받고 있습니다. 부부의 협력이나 기여도가 꼭 돈을 버는 것만 포함이 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분할재산보다 채무가 많으면 '0원'

 외도 사실이 드러나 이혼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염치없지만 저도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전 재산을 다 줘야 하나요.

재산분할은 위자료에 비해 판사의 재량도 많고 재산규모에 따라 금액도 천차만별입니다. 2가지 극단적인 사례를 소개할까 합니다. 먼저, 재산보다 빚이 많은 40대 동갑내기 부부의 사례입니다.

[사례] 남편 A씨는 개인사업을 하고 아내 B씨는 공무원이었다. A씨는 결혼기간 동안 수시로 인터넷 채팅 등을 통해 성매매를 해왔다. 이를 따지는 B씨에게 폭력을 쓰기까지 했다. 하지만 반복되는 외도와 폭행은 그칠 줄 몰랐다. B씨는 결혼 15년 만에 별거를 택했다. 아이들과 함께 살면서 이혼과 동시에 재산분할을 청구했다. A씨 명의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공동재산인 상가(시가 7억 원)가 있었기 때문이다.

법원은 서로 이혼을 원하고 있고, 별거기간이 2년이 넘은 점 등을 감안하여 이혼 판결을 내렸습니다. 문제는 재산분할이었습니다.

A씨 명의로 사둔 상가가 있긴 했습니다. 그런데 상가 시세가 떨어졌고 상가를 구입하느라 은행 대출금, 연체이자 등을 부담하느라 A씨가 진 빚은 7억 원이 넘었습니다. 빚이 오히려 4천만 원 더 많았던 것입니다. 원래 채무는 각자 책임지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가사채무(생활비, 병원비 등)와 공동재산을 구입·유지하기 위한 비용은 함께 부담하게 됩니다.

법원은 A씨의 채무에 대해서 "부부 일방이 혼인 중 제3자에게 채무를 부담한 경우에 그 채무 중에서 공동재산의 형성에 수반하여 부담하게 된 채무는 청산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부부 일방이 청산의 대상이 되는 채무를 부담하고 있어 총 재산가액에서 위 채무액을 공제하면 남는 금액이 없는 경우에는 상대방의 재산분할 청구는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결론내렸습니다.

즉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 채무가 재산보다 많은 경우에는 재산분할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B씨는 결혼생활 15년 만에 빈 손으로 나와야 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결혼 8년 만에 수십억 원을 재산분할로 받은 사례도 있습니다. 

위자료는 4천만 원, 재산분할은 30억 원대

[사례] 40대 여성 C씨는 50대 남성 D씨와 결혼했다. 두 사람 모두 재혼으로, 동거 3년 만에 혼인신고를 했다. D씨는 알코올중독으로 가족들에게 욕설과 폭언을 일삼았다. 참다못한 가족들은 D씨를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는데 D씨는 C씨가 주도해서 자신을 입원시켰다며 이혼을 요구했다. 이에 맞서 C씨는 D씨의 폭력과 부정행위를 이유로 반소를 청구했다.

법원은 C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D씨의 폭언과 외도가 파경의 주된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두 사람은 이혼하고 D씨가 위자료로 4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재산분할이 남았습니다. 법원은 기여도에 따라 전체 재산 중 C씨와 D씨가 30:70의 비율로 나누라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D씨의 재산은 대부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지만 C씨가 가사와 육아에 전념하며 공동재산의 유지와 감소방지에 협력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시했습니다. C씨가 재산분할로 받게 된 30%를 금액으로 환산하니 무려 36억 원이나 됐습니다. D씨 명의의 부동산과 주식 등이 100억 원 대에 달했기 때문입니다.

위 사례에서 보듯이 재산분할 절차에서는 위자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재산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혼을 고려하신다면 위자료보다 재산분할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끝으로 조장혁씨에게 답변드립니다. 이혼할 의사가 없으시다고 하셨지요. 그렇다면 아내에게 진지하게 용서를 구해야겠습니다. 그게 도저히 안 된다면 이혼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잘못이 있다고 해서 전 재산을 다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재산문제는 5대 5 정도로 나누는 게 어떨지요. 그리고 아내가 아이를 키우게 된다면 아내 쪽에 더 많은 재산을 주거나 매달 양육비를 주는 것도 바람직하겠군요. 그 전에 부디 아내의 마음을 돌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김용국 기자는 법원공무원으로, 일반인을 법률책인 <생활법률상식사전>과 <생활법률해법사전>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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