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용심 가득한 시어머니와 기가 센 시누이들, 그리고 저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 남편까지...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용심 가득한 시어머니와 기가 센 시누이들, 그리고 저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 남편까지...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 김지현

관련사진보기


[사연] 나이 40을 바라보는 주부 서명옥(가명)이에요. 저는 20대 초반, 비교적 어린 나이에 열 살 연상의 남성과 결혼했지요. 벌써 결혼 15년이 다 돼가는군요. 아이는 아들 둘이 있습니다.

남편은 저와 한 직장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평소에 술을 마시지 않고 자상한 성격이라는 걸 알았기에 큰 고민 없이 청혼을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결혼해서 살아보니 술 안 먹고 가정에 충실한 이 남자, 홀로 사는 어머니에게 너무 효자라는 사실이 문제였습니다. 효자가 뭐가 문제냐고요? 

시어머니는 젊은 나이에 홀로 되셔서 자식 넷(남편은 외아들이고, 아래로 여동생 셋이 있습니다)을 억척스럽게 키웠습니다. 같은 여자로서 존경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와는 너무 맞지 않습니다.

결혼 초 우리 부부는 맞벌이를 했는데 주말이면 항상 시어머니 댁에서 온종일 보냈습니다. 시댁 행사는 제사·결혼은 물론이고 조카들 생일 잔치까지 빠짐없이 참석해야 했습니다. 주말에 제대로 쉬기는커녕 오붓한 가족 여행 한 번 가본 적 없습니다. 가까이 사는 시누이 세 명도 저를 가정부 대하듯 하더군요.

최근에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습니다. 남편이 사업이 잘 안돼서 우리 부부는 시어머니와 함께 아침부터 저녁까지 큰시누이 가게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요. 어느날 몸이 안 좋아서 큰 맘먹고 친정에 한 번 다녀왔더니 시어머니 표정이 안 좋으시더군요. 제가 친정에 간 게 못마땅하셨나 봅니다.

눈치를 살피다가 평소 제가 갖고 있던 불만을 솔직하게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시어머니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신 뒤 저보고 당장 나가라고 하시더군요. 그러자 어느새 시누이들이 득달같이 달려와 제게 비난을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동안 참았던 울분이 터지면서 고함을 지르고 말았습니다.

며칠 동안 마음을 가라앉히고 남편과 대화를 했습니다. 저는 "어머니가 감당하기 힘들다"고 솔직히 말했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이제껏 나를 위해 희생해 준 엄마가 순간순간 고마운데 너는 어째서 그러냐"고 저를 타박하더군요.

남편에게 분가해서 다시 잘살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더니 "그냥 참고 살면서 어머니 요구를 다 받아주자"고 합니다. 그걸 못하겠다면 차라리 이혼을 하자고 하네요. 더 이상 할 말이 없더군요. 남편은 아들 노릇·오빠 노릇은 잘하려고 하면서 남편 역할은 잘할 생각이 없나 봅니다.

용심 가득한 시어머니와 기가 센 시누이들, 그리고 저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 남편까지….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남자는 결혼하면 효자가 된다?

수십 년간 다른 환경 속에 살아온 두 남녀가 함께 사는 것도 어려운데, 상대의 가족들까지 얽히게 되니 결혼생활이 쉽지 않나 봅니다.
 수십 년간 다른 환경 속에 살아온 두 남녀가 함께 사는 것도 어려운데, 상대의 가족들까지 얽히게 되니 결혼생활이 쉽지 않나 봅니다.
ⓒ sxc

관련사진보기


이도남입니다. 명절 잘 보내셨는지요. 저도 왕복 2000리(800km) 거리에 있는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정확히는 아내의 고향이 아니라 제 고향이지요.

서명옥님의 사연을 보면서 명절 때만 되면 자기 부모를 두고 남편의 고향에 먼저 가야 하는 아내들의 심정을 헤아려 봅니다. 이른바 '시월드'는 여자에게 고통만 안겨주는 존재일까요.

남자가 결혼하면 효자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효자 남편과 사는 여자는 괴롭다고도 합니다. 이 속설들은 진실일까요. 이와 관련해 지난 2011년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하나 나왔습니다. 결혼정보업체 '가연'이 기혼남녀 200명을 대상으로 '결혼 후 가장 많이 변하는 배우자의 행동'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남편 중 절반 가량(51%)은 아내의 변한 행동으로 '잔소리가 늘어난다'를 꼽았습니다.

반면, 아내들의 대답은 달랐습니다. 무려 58%가 '남자들은 아내를 통해 부모에게 효도하려고 한다'고 답했습니다. 이 결과로 미루어 보아 여성들이 시부모를 모시거나 보살피는 일에 얼마나 부담을 느끼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많은 여성들은 효자 남편 자체를 힘들어 하는 게 아니라, 시부모에게 자기 부모처럼 효도를 하라고 요구하는 남편의 행동에 힘들어 한다고 보는 게 맞겠습니다.

가족은 만나면 반갑고 서로 힘이 돼야 하는데, 시집이나 처가 식구들과의 마찰로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이 의외로 많더군요. 수십 년간 다른 환경 속에 살아온 두 남녀가 함께 사는 것도 어려운데, 상대의 가족들까지 얽히게 되니 결혼생활이 쉽지 않나 봅니다. 

아내와 시부모 갈등으로 이혼했다면, 누구 책임?

서명옥씨의 사연을 자세히 살펴봅시다. 여러분은 부부 갈등에 누가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보시나요.

① 결혼한 아들을 놓지 않으려는 시어머니
② 올케를 무시하는 시누이들
③ 시댁 식구들과 원만하게 지내지 못하는 아내
④ 어머니와 아내 사이 갈등을 해결 못한 남편

입장에 따라 다르겠으나, 법원은 비슷한 사례를 통해 '④남편'에게 책임이 가장 크다고 봤습니다.

[사례] 동갑내기 A씨(여성)와 B씨는 20대 초반에 눈이 맞았다. 하루라도 빨리 함께 살고 싶은 생각에 B씨가 군 복무 중에 결혼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둘은 결혼생활 계획을 놓고 난관에 부딪혔다. 특히 A씨는 "시부모와 함께 살 수 없으므로 분가를 해야 하고, 시부모들이 다른 결정을 한다면 따를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B씨 부모들은 격분해 결혼식에도 나타나지 않고 몇 년간 대면조차 거부했다. 이 때문에 A씨는 임신한 상태에서 혼자 결혼 준비를 도맡았다. 그후에도 A씨는 남편과 함께 여러 차례 시부모를 찾아갔으나 퇴짜를 맞았고 화해는 끝내 무산됐다. 그 과정에서 부부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급기야 B씨는 폭력을 사용하면서 집을 나가고 말았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책임이 있다며 맞소송을 냈다.

법원은 시부모와의 분가를 고집한 A씨보다 아내와 부모 사이의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지 못한 남편 B씨의 책임이 더 크다고 봤습니다. 법원은 "혼인과정에서 부적절하게 처신해 시부모에게 상처를 주고 갈등과 불화를 심화시킨 A씨의 잘못이 적지는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혼인기간 내내 적절한 원칙과 처신을 밝히지 못한 채 우유부단하게 행동해 A씨에게 아픔을 주고, 폭행과 욕설, 나아가 가출로 혼인을 파탄에 이르게 한 B씨의 잘못이 보다 근본적이고 중대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A씨는 시부모와의 관계회복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한 흔적이 보였는데, B씨가 적극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 점도 파경의 원인이 됐다고 봤습니다.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A씨가 위자료와 양육비를 받아 아이를 키우는 것으로, 3년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시댁 처가 갈등도 이혼 사유 될 수 있나?

이혼법정.
 이혼법정.
ⓒ 김용국

관련사진보기


시댁·처가와의 갈등도 법적으로 이혼사유가 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민법 840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민법 제840조(재판상 이혼원인)
부부의 일방은 다음 각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
3.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6.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1·2·4·5호는 생략)
 
먼저 3호를 보겠습니다. 배우자의 폭행이나 학대가 이혼사유가 된다는 건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배우자의 직계존속, 즉 시부모나 장인·장모가 이런 행동을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한두 번 욕설이나 폭언을 했다고 해서 이혼사유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판례는 3호를 "혼인관계의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배우자 또는 직계존속으로부터 폭행이나 학대 또는 중대한 모욕을 당하는 경우"라고 설명합니다.

그 다음은 6호 기타 이혼 사유입니다. 이 조항은 이혼사유를 일일이 법전에 다 적을 수 없기 때문에 만든 조항입니다. 법원은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파탄되고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뜻한다고 했습니다.

정리하자면 시부모나 장인·장모의 폭력, 모욕적인 언행이 계속되거나 시댁·처가와의 갈등이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고통이 된다면 이혼소송도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고부간 갈등 중재할 책임은 남편에게

서명옥님. 법적인 조언을 드리자면 남편이 이혼소송을 제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서명옥님에게 이혼에 책임을 질 만한 잘못이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고부간의 갈등을 중재하지 못한 남편에게 책임이 더 커보입니다.

더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 전에 남편을 잘 설득해서 분가하는 게 해결책인 것 같습니다. 가정의 중심은 부부가 돼야 합니다. 남편이 어머니나 여동생 못지 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아내를 배려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합니다.      

다음 글에서도 '시월드'와 관련된 부부 갈등문제를 다뤄볼까 합니다. 명절 때 시댁에 자주 가지 않는 것도 이혼사유가 되는지, 시부모에게 불효한 아내에게 혼인 파탄 책임이 있는지, 갈등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1. 김용국 기자는 법원공무원으로 일반인을 위한 생활법률 책 <생활법률상식사전>(2010)과 <생활법률해법사전>(2011)을 썼습니다.
2. 기사에서 언급한 상담내용은 개인의 신상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 가명을 사용했으며, 사연과 판결 등을 바탕으로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3. 여러분이 보내주신 사연은 개별적으로 답변을 드리며, 이와 별도로 각색하여 기사나 출판에 사용될 수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개인신상과 관련된 비밀은 절대 보장합니다. (이메일 주소 : jundorapa@yahoo.co.kr)



태그:#이도남, #이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