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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가 '정권 교체를 원한다'는 내용이 담긴 신문광고를 낸 소설가 고발을 취하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사단법인 한국작가회의(이사장 이시영)가 선관위 고발을 "반역사적 구태"라며 즉각 취하하라고 요구한 데 대해서도 "법치주의를 경시하는 행위"라며 강경하게 맞섰다.

서울시 선관위는 31일 A4용지 3쪽을 꽉 채운 보도자료를 냈다. "민주주의는 헌법과 법률의 범위 내에서 행사될 때만 그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다"며 "작가회의가 민주주의를 이유로 위법한 신문광고를 한 문인들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고발 취하를 주장하는 것(28일 성명서)은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인 법치주의를 경시하는 행위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또 "(작가회의 요구는) 공정한 선거관리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것으로 자제해야 한다"며 '수용 불가'를 못박았다.

김연수·박민규·김애란 등 소설가 56명과 나희덕·김선우·서효인 등 시인 81명은 12월 14일 몇몇 신문에 '우리는 정권 교체를 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선언문을 광고 형태로 발표했다. 작가들이 직접 비용도 부담했다. 이들은 "우리 젊은 시인과 소설가들은 조금이라도 삶의 고통이 덜어질 수 있는 세상, 그래서 조금이라도 삶의 가치가 높아지는 세상을 바란다"며 "그 출발이 정권 교체에 있음을 절실히 공감하며 그것을 위해 잠시나마 각자의 작업실에서 나와 하나의 목소리를 낸다"고 밝혔다. 서울시 선관위는 이 광고가 공직선거법을 어겼다며 실무를 맡은 소설가 손홍규씨를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선관위 "정권교체=야당후보 지지" - 작가회의 "권력저항 외친 '표현의 자유'"

작가 137명이 12월 14일 몇몇 신문에 실은 '정권 교체를 원한다'는 내용의 선언문. 서울시 선관위는 이 선언문이 특정 후보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야당 후보 지지를 밝힌 것과 다름없다며 실무자인 소설가 손홍규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작가 137명이 12월 14일 몇몇 신문에 실은 '정권 교체를 원한다'는 내용의 선언문. 서울시 선관위는 이 선언문이 특정 후보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야당 후보 지지를 밝힌 것과 다름없다며 실무자인 소설가 손홍규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 정권 교체를 바라는 젊은 시인·소설가 137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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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이 소식이 알려지자 한국작가회의는 지난 28일 '우리 모두 138번째 선언자다'라는 성명서를 발표해 서울시 선관위의 결정을 비판했다. 작가회의는 "(서울시 선관위가) '독재자, 새로운 대통령을 간절히 기다린다, 정권 교대가 아닌 정권 교체'라는 부분이 특정 후보 지지로 판단될 수 있기 때문에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며 "이 상황은 권력에 대한 견제를 봉쇄하려는 기득권 세력의 탄압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나머지 136명에게 같은 혐의를 적용해 기소할 가능성이 크다고도 우려했다.

이어 "문학인들의 정치적 행보는 모든 권력적인 것에의 저항을 통해 '자유'를 호흡하려는 외침, 표현의 자유였다"고 주장했다. 선언문에 특정 후보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고 '정권 교체'와 '삶의 가치'를 주장했는데도 "(서울시 선관위가) 현실 정치의 논리로 재단해 수사 대상으로 삼았다"며 "민주주의의 시간을 되돌리는 반(反)역사적인 구태"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서울시 선관위는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선언문 내용은 특정 후보자를 가리키지 않았지만,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자라면 누구든지 야당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으로 인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내용을 선거일 5일 전에 신문광고로 실은 것은 선거의 공정을 현저하게 해치는 행위로 볼 수 있어 고발 조치했다"며 "우리 위원회는 보수·진보 구분 없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신문광고 3건을 고발하고 7건은 경고 조치를 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작가회의는 추후 대응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태그:#작가, #정권 교체, #대선, #표현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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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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