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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 극을 달렸다. 간절기가 사라졌다. 2012년 날씨 얘기다. '18년만에 최악'이란 수식어가 붙은 올여름 폭염은 유난히도 길고 지독했다. '장마'도 그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짧아 전국이 더위와 가뭄에 시달렸다. 그러더니 기상관측 이래 처음으로 태풍 3개가 연달아 한반도를 강타했다. 수확을 앞두고 있던 농민들은 쓰러진 벼와 떨어져 멍든 과일에 망연자실했다.

겨울은 초반부터 매서웠다. 12월초 일주일 이상 체감온도가 영하 10℃ 안팎까지 떨어졌다. 19일 치러진 18대 대선은 '직선제 복귀 이후 가장 추운 대선일'로 기록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원전 2기가 위조부품 사용 논란으로 잇따라 가동을 중단하면서 전력 수급에 연일 비상이 걸렸다.

봄·가을은 사라지다시피 했다. 지난 봄 영동지방엔 30년래 가장 많은 '4월 폭설'이 내렸다. 서울에도 19년 만에 4월 들어 눈이 내렸다. 가을까지 더위가 이어지다 갑자기 추위가 찾아왔다. 의류 업체들은 수북이 쌓인 봄·가을 옷 재고에 울상을 지었다.

좋은 일도 있었다. 인천 송도가 환경 분야의 세계은행이라 불리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에 성공했다. 대규모 경제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기상산업도 한 단계 발전했다. 민간 기상업체의 예보를 보도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처음으로 탄생했다.

날씨 뉴스 전문 포털인 온케이웨더가 다사다난했던 2012년의 기상·기후·환경 분야 10대 뉴스를 정리해 봤다.

태풍 3개 연속 한반도 강타... 기상관측 이래 처음

올여름 14호 덴빈, 15호 볼라벤, 16호 산바 등 태풍 3개가 연속으로 한반도를 강타하며 큰 피해를 남겼다. 이는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4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8월 말 강풍을 동반한 초대형 태풍 볼라벤은 서해상을 지나며 제주도와 호남지방에 피해를 줬다. 이어 덴빈은 볼라벤의 뒤를 따라 하루 만에 남해안에 상륙, 남부지역에 폭우를 쏟았다.

아직 피해복구가 한창인 그로부터 17여일 뒤, 산바가 경남 남해안에 상륙하며 침수·시설물 파손 등 피해가 또다시 속출했다. 이로써 올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은 앞서 한반도를 거쳐 간 카눈(7호)·담레이(10호)까지 총 5개로 기록됐다. 이처럼 올해 유난히 많은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것은 북태평양고기압이 예년보다 오랫동안 한반도 근처에 머물면서, 그 가장자리를 따라 태풍의 이동경로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최악의 여름철 폭염... 온열질환자 980명 이상 발생

올여름 폭염은 18년 만에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됐다. 서울의 경우 일최고기온 35℃ 이상(폭염경보 기준)인 날이 8월 1일부터 7일간 지속되는 바람에 1994년 이후 가장 오랫동안 폭염경보가 이어지기도 했다. 특히 8월 5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6.7℃까지 올라 1994년 이후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열대야도 7월 27일부터 11일간 연속으로 발생해 공식적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래 가장 긴 열대야 일수를 기록했다.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6월 1일~9월 3일 폭염으로 인해 발병한 온열질환자는 모두 984명. 이 중 14명은 사망했다. 지난해 폭염 질환자가 443명, 사망자가 6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각각 2.2배, 2.3배로 증가했다. 올여름 폭염과 열대야가 유난히 길게 지속된 원인으로는 ①짧았던 장마 ②강한 북태평양고기압 ③푄 현상 등이 지목됐다.

올여름 전국이 지독한 폭염에 시달렸다
 올여름 전국이 지독한 폭염에 시달렸다
ⓒ 온케이웨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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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초겨울 한파에 전력당국 비상

11월 초 영광 원전 3·4·5·6호기 울진 원전 3호기 등에 품질 보증서를 위조한 부품이 수십~수천개씩 사용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중 위조부품이 대거 설치된 영광 5·6호기는 즉각 가동을 중지하고 부품 교체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올겨울 12월 초부터 한파가 맹위를 떨치자 연일 전력수급 '관심' 경보가 발령되는 등 전력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영광 5·6호기의 발전설비 용량은 각각 100만kW에 달하고, 고장으로 정지된 영광 3호기까지 합해 공급능력에 총 300만kW의 공백이 생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내년 1월 초 서울의 최저기온이 영하 18℃까지 떨어지는 등 한파가 절정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난해 9월과 같은 대규모 '블랙아웃' 사태를 피하기 힘들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지속된 가뭄으로 사상 최악 녹조

7월 말~8월 초 지속된 가뭄과 폭염으로 인해 전국 곳곳 상수원에 '녹차라떼'라고 불릴 만큼 심각한 녹조현상이 발생했다. 북한강 상류의 의암, 청평댐 일대에서 이상 증식하기 시작한 녹조는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으로 퍼졌다. 낙동강에서는 간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독성을 지닌 남조류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가 검출됐다. 이번 녹조의 발생 원인을 두고 환경부는 폭염과 가뭄을, 환경단체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유속감소를 지목해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집중호우 심화로 도심 상습 침수 문제 불거져

가뭄이 지나간 8월 중순부터 전국이 집중호우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 8월 15일 문산 지방에는 하루에만 226㎜의 비가 내려 8월 일 강수량 1위 기록을 경신했다. 같은 날 청주의 일 강수량은 165.5㎜로 관측(1967년 7월 1일) 이래 세 번째로 많은 8월 일 강수량을 세우기도 했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에도 상습 침수로 골머리를 앓았던 강남역 일대가 또다시 상습 침수되면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서울시가 이같은 침수 문제 해결을 위해 불투수면적에 따라 건물주에 요금을 부과하는 '독일식 빗물세'를 도입하겠다고 나서면서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서울 19년 만에 4월 눈... 봄철 이상기후로 '몸살'

지난봄 이상 기상현상으로 전국이 몸살을 치렀다. 꽃망울을 틔워야 할 봄에 때아닌 눈이 내리면서 농작물과 시설 피해가 속출했다. 서울에서는 1993년 이후 19년 만에 4월 들어 눈이 내렸다. 강원 영동지방에는 1983년 이후 30년만에 가장 많은 '4월 폭설'이 내렸다. 일부 지역에 대설특보가 발령됐고 많게는 20cm 이상 눈이 쌓이며 한겨울 풍경을 연출했다. 농작물 피해를 일으키는 이상저온 현상도 나타났다. 4월 8일까지 서울의 평균기온은 6.8℃로 평년(10.2℃)보다 3.4℃ 낮았다. 춘천 3.1℃, 강릉 2.9℃, 청주 2.2℃ 등 전국 대부분 지역의 평균 기온이 일제히 떨어졌다. 같은달 6일에는 서울의 순간최대풍속이 20㎧를 기록, 최근 30년(1983~2012년)래 4월 초순 강풍 순위 1위를 경신했다.

덧붙이는 글 | 고서령(koseor@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기후변화, #날씨, #10대뉴스,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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