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대표대회(우리의 국회에 해당)의 대변인 리자오싱 전 외교부장은 3월 4일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12년도 중국의 국방비가 전년도 대비 11.2% 증가한 약 6702억 위안이라고 발표했다. 24년 연속해서 두 자리 수의 증가율이며, 달러로 환산하면 약 1063억 달러로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어 미국에 이어 3년 연속 세계 2위다.
지난해 중국은 옛 소련제 항모를 개조한 중국의 첫 번째 항모를 시험 운항했을 뿐 아니라 스텔스 전투기의 독자개발을 추진하면서 주변국가의 우려를 초래했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인지 리자오싱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중국의 국방비 비율은 1.28%로 2% 이상인 미국이나 영국보다 낮아 어떤 나라에도 위협이 되지 않으며, 신형무기를 포함한 모든 무기의 연구, 시험, 조달, 수리, 수송 및 보관비가 매년 공표하는 국방예산에 포함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중국 측 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중국 정부가 구체적인 국방비 내역을 공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나 일본은 일부 장비의 구입비와 연구개발비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군사력이나 지역정세를 분석한 <밀리터리 밸런스>를 매년 발간해온 영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도 중국의 실제 국방비는 공식발표보다 30~50% 많은 것으로 추산해왔다.
3월 7일 발표된 <2012년판 밀리터리 밸런스>(The Military Balance 2012)는 2011년도 공식적인 중국의 국방비는 10년 전인 2001년의 2.5배로 아시아 전체 국가 국방비의 3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2010년도 중국 정부가 발표한 국방비는 약 5330억 위안이었지만 연구개발비 등을 포함한 국방관련 총지출은 약 7530억 위안에 달할 것이며, 구매력평가지수로 환산할 경우(달러) 공식 발표 국방비의 2배가 넘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2012년판 밀리터리 밸런스>는 중국위협론자들이 경고하는 것처럼 중국의 기술 수준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중국의 위성요격무기의 개발, 대함탄도미사일, 크루즈미사일, 사이버전 능력 등은 주변국가의 우려를 초래하고 타이완해협에서의 군사력 균형에 점진적인 변화를 가져와 중국군의 전략적 우선순위가 국경방어에서 해상교통로의 확보 등을 위한 동아시아와 동아시아 이원(以遠) 지역으로의 군사력 전개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2012년판 밀리터리 밸런스>는 서구 국가들이 국방예산을 줄이고 있음에도 구하고 아시아 국가들은 급속한 경제성장과 전략적 불안정성 때문에 국방비를 늘리고 있어 2012년도에는 아시아 국가들의 국방비 총액이 유럽 국가들의 총액을 처음으로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군사력 증강을 배경으로 자원을 둘러싸고 포함(砲艦) 외교와 대립이 계속되고 있는 남중국해 지역에서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군사적 긴장이 증가해 지역의 안정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남중국해의 난사군도를 둘러싸고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베트남은 국방비를 늘려 해공군력을 증강해왔다. 2011년 6월 중순 베트남은 중국이 자국의 석유시추선 활동을 방해했다고 비난하면서 실탄을 사용한 군사훈련을 강행했으며, 하노이의 중국대사관 앞에서는 반중데모가 2주 이상 계속되었다.
필리핀도 지난해 6월 하순 영유권을 다투는 난사군도에서 중국이 새로운 시설을 건설하기 시작했다고 비난하고 미 해군과 합동군사훈련을 벌이기도 했다. 또한 필리핀과 베트남은 국제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남중국해라는 명칭 대신 서필리핀해와 동해라는 명칭을 사용하면서 중국과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나폴레옹은 "잠자는 거인 중국이 잠에서 깨어나면 세계를 뒤흔들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2011년 6월 IISS가 싱가포르에서 주최한 아시아 안보회의 '샹그릴라 대화'에서 량광례(梁光烈) 중국 국방장관은 "중국은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국방예산의 증가를 배경으로 군사력 증강에 박차를 가해온 중국을 주변 국가들이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다는 것을 가볍게 봐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