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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양 날의 검입니다. 국가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서 사회를 통제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사람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습니다. 이 서슬이 퍼런 검을 누가 이용하느냐에 따라 민중들의 삶은 큰 굴곡과 변화를 겪어왔습니다.

 

기득권층이 자신의 이득만을 위해 '국가'라는 정치권력을 사용할 때는 항상 '거짓말'이 존재했습니다. 그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고 기만해 자신들의 잇속을 챙겼습니다. '국가의 거짓말'이라는 연재기사를 통해 구체적인 사례들을 들여다보고 혼란의 시대에 국가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기자 말>

 

 

[거짓말] 미 연방준비은행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중앙은행이다

 

세계 최강 미국의 중앙은행인 우리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은 1913년에 설립됐습니다. 미국 내 상업은행의 준비금을 관리하고 상업은행들에 대부를 공여하며 미국화폐인 달러를 발행하는 발권은행입니다. 미국 달러는 국경을 넘어 전 세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세계화폐입니다.

 

우리가 찍어내는 돈은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우리가 맡은 임무가 막중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공공기관으로서 철저하게 공익을 우선해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경기가 과열됐을 때는 이자율을 높여 경기를 진정시키고 경기가 침체됐을 때는 이자율을 낮춰 경기를 진작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앞으로도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의 안정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진실] 미 연방준비은행은 민간기관... 국민 상대로 '이자놀음'

 

말도 안 된다고 야유를 보낼지도 모르지만 이런 상황을 가정해보자. 대한민국의 화폐를 발행하는 한국은행은 이제부터 민간기관이다. 이를테면 국민은행, 삼성생명 같은 거대 금융기관들이 한국은행의 대주주가 됐다.

 

정부가 이런저런 이유로 화폐를 필요로 할 때 국민은행, 삼성생명 같은 민간 기업이 대주주인 한국은행에 이자를 주고 돈을 찍어야 한다. 예를 들어 1억 원의 화폐를 찍었으면 한국은행에 이자로 1년에 1000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이러한 이자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의 세금으로 전가된다.

 

무슨 소설 쓰냐고 웃어넘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 얘기는 소설이 아니라 현실이다. 그것도 미국이라는 세계 최고의 경제 대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우리에게는 FRB라는 약자로 잘 알려진 미국의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이 바로 이 소설 같은 현실의 주인공이다.

 

오랜 기간 연방준비은행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물론 연방준비은행 측도 밝히기를 꺼렸다. 그런데 유스터스 멀린스가 쓴 책 <미연방준비은행의 비밀>에는 저자가 오랜 기간 연구 끝에 밝혀낸 연방준비은행의 지분 구성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 쑹홍빙의 책 <화폐전쟁>에서는 유스터스 멀린스의 연구 결과를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연방준비은행 시스템을 실질적으로 관장하는 곳은 연방준비은행 뉴욕은행이다. 이 은행이 1914년 5월 19일 통화감사원에 보고한 문건에 적혀 있는 주식 지분 총 발행 수량은 20만3053주로서,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록펠러와 쿤롭 사의 뉴욕 내셔널시티은행이 3만 주로 가장 많은 지분 보유.

J. P. 모건의 퍼스트내셔널은행이 1만5000주 보유.

 

1955년 이들 두 은행의 합병으로 시티은행이 탄생함으로써 이들이 소유한 연방준비은행 뉴욕은행의 지분이 전체의 거의 4분의 1에 달하게 되고, 그 후로 사실상 연방준비은행의 총재 후보 결정권을 갖게 되었다. 미국 대통령의 임명 절차 청문회는 그저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폴 와버그의 뉴욕내셔널상업은행이 2만1000주 보유.

로스차일드 가문이 이사로 있는 하노버은행이 1만200주 보유.

체이스은행이 6000주 보유.

케미컬은행이 6000주 보유.

 

이상 6개 은행이 40%의 연방준비은행 뉴욕은행 주식을 보유했다. 1983년 이들의 지분은 53%로 늘어났다. 이들 각자의 지분은 조정을 거쳐 시티은행 15%, 체이스맨허튼 14%, 모건신탁 9%, 하노버 7%, 케미컬 8%로 확정되었다.

 

한 나라의 화폐를 민간기관에서 찍는다니...

 

일국의 화폐를 찍어내는 연방준비은행이 어이없게도 이런 식으로 민간은행들의 통제하에 있게 된 것은 사실 연방준비은행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연방준비은행이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논의된 장소는 금융자본가 J. P. 모건이 소유한 지킬 섬이었다. 1910년 11월의 어느 날 이곳에 모인 사람들 중에는 다음과 같은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넬슨 올드리치 : 상원의원. 국가화폐위원회 의장. 넬슨 록펠러의 외조부.

A. 피아트 앤드루 : 미국 재무부 차관보.

프랭크 밴더리프 : 뉴욕 내셔널시티은행장.

헨리 P. 데이비슨 : JP모건 사 사장.

찰스 D. 노턴 : 뉴욕 퍼스트내셔널은행장.

벤저민 스트롱 :  J. P. 모건의 오른팔.

폴 와버그 : 쿤롭 사 사장, 로스차일드 가문의 영국과 프랑스 대리인. 연방준비은행의 총 설계사. 연방준비은행의 1대 이사.

 

이들은 지킬 섬에 모여서 '연방준비은행법'의 초안을 짜고 있었다. 당시 이 비밀 회동에 대해 참가자인 내셔널시티은행장 밴더리프는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우리는 한 번에 한 사람씩, 최대한 조심스럽게 기차역으로 오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곳에는 올드리치 상원의원의 개인 차량이 대기하고 있었다…. 무조건 들키면 안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았다…. 우리 특별 그룹이 금융 법안을 마련했다는 사실이 대중에게 드러나면 그 법안은 의회를 통과할 기회를 도저히 얻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음험한(?) 비밀 모임에서 나온 연방준비은행법은 국민의 의사와는 전혀 무관하게 철저하게 금융자본가의 이익에 맞춰진 법이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연방준비은행이 어떤 방식으로 달러를 발행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국민에게는 피해가 가고 금융자본가의 배만 불려주는지를 들여다보자.

 

이 얘기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급준비금' 제도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은행이 보유한 저축액의 10% 정도만 은행에 남겨놓아도 되는 것이 지급준비금 제도이다. 일반적으로 은행에 저축한 사람들이 같은 시간에 한꺼번에 돈을 찾아가지 않는다는 경험적인 사실을 기초로 10% 정도만을 지급준비금으로 보유하고 나머지 돈은 대출을 해서 이자 수익을 얻는다.

 

그런데 지급준비금 제도에 대해서 단순히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컨대 은행에 누군가가 1억 원을 예금했다면 은행은 지급준비금으로 1000만 원을 보유하고 나머지 9000만 원을 대출 용도로 쓴다는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실상은 전혀 다르다. 은행이 1000만 원을 보유하고 9000만 원을 누군가에게 대출해줄 때 해당 대출자의 은행 통장에 넣어주는데, 대출자가 이 돈을 바로 찾아서 쓰지 않는 이상 이 돈 역시 지급준비금 10%를 제외하고 대출이 가능하다. 그래서 대출금이자 저축인 9000만 원의 10%인 900만원을 지불준비금으로 남기고 나머지 8100만 원을 대출용으로 쓸 수 있다.

 

이런 식의 대출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면 사실상 1억 원의 예금을 지급준비금으로 그대로 남기고 저축을 그 10배인 10억 원까지 늘리는 것이 가능하다. 은행은 기존 저축액 1억 원뿐만 아니라 이 '가공의' 돈 9억 원에 대해서도 꼬박꼬박 이자를 챙긴다. 그야말로 '돈 놓고 돈 먹기', 아니 '돈 만들어 돈 먹기'라 할 수 있는 기막힌 장사다.

 

국민 세금으로 이자 내고 화폐를 '빌려오는' 미국 정부

 

 

다시 연방준비은행 얘기로 돌아와보자.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미국 정부에는 화폐 발행권이 없다. 단지 채무 발행권이 있을 뿐이다. 무슨 얘기냐 하면 돈을 찍어낼 권리는 없고 빚 문서, 즉 채권을 발행할 권리만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정부의 국채로 연방준비은행에 담보를 제공하고 연방준비은행 및 상업은행 시스템을 통해야만 화폐를 발행할 수 있다. 그래서 미국 달러는 근본이 국채, 즉 국가의 빚인 것이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국민이 미래에 낼 세금을 사실상 민간은행이 통제하는 연방준비은행에 담보로 잡혀서 돈을 꾸어오는 격이다. 당연히 담보로 잡힌 채권에 대해 꼬박꼬박 지급하는 이자도 국민의 세금으로 낸다.

 

연방준비은행에서 빚을 내 화폐를 얻은 정부는 이 돈을 여러 용도로 사용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돈은 여러 경로를 거쳐 다시 은행으로 흘러들어가고 은행들은 그 돈을 종자로 '지급준비금' 제도를 이용해 가공의 돈을 만들어 더 많은 이자 장사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미국 금융자본가들은 연방준비은행을 통해 국민들의 미래의 소득도 저당 잡아 자신들의 이자 장사 종잣돈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왜 정부가 자신의 돈을 찍는데 민간기관에 이자를 내면서 빌려야 한단 말인가?

 

'연방준비은행법'은 이런 기막힌 상황을 합법화시켜주는 법이다. 기막힌 법이니만큼 의회에서 통과되고 나서 찰스 린드버그 의원은 다음과 같은 연설을 했다고 한다.

 

"연방준비은행법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신용을 부여받았습니다.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한 순간부터 금권이라는 이 보이지 않는 정부는 합법화될 것입니다. 국민은 당장에야 잘 모르겠지만, 몇 년이 지난 후 모든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때 국민은 다시 '독립선언'을 해야 금권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입니다.

 

이 금권은 최종적으로 의회를 통제할 수 있습니다. 우리 상원의원과 하원의원들이 의회를 속이지 않으면, 월가는 우리를 속일 수 없습니다. 우리가 국민의 의회를 가졌다면 국민은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의회가 저지른 최대의 범죄는 바로 화폐 체제 법안인 연방준비은행법입니다. 양당의 지도자들이 밀실에서 담합해 국민이 정부로부터 이익을 얻을 기회를 앗아간 것입니다."

 

하지만 은행가들은 이 법안에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아메리칸내셔널은행의 올리버 샌즈 행장은 다음과 같이 평했다.

 

"화폐 법안의 통과는 국가 전체에 유익한 영향을 줄 것이며, 이 법안의 운영은 상업 활동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보편적 번영의 시대가 시작되는 것이다."

 

연방준비은행 탄생의 일등공신인 올드리치 상원의원은 1914년 7월 잡지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연방준비은행법이 나오기 전에는 뉴욕의 은행가들이 뉴욕 지역의 자금만 장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국가 전체의 은행 준비금을 주관할 수 있게 되었다."

 

화폐 발행권조차 금융 자본가 손에... "월가를 점령하라"

 

참으로 무서운 세상이 아닐 수 없다. 민간은행의 금융 자본가들이 국가의 화폐 발행권을 장악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한다니.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2008년 미국 주택시장 붕괴와 투기적인 금융상품거래로 일어난 세계대공황의 늪에서 전 세계가 허우적거리고 있다. 과연 연방준비은행은 뭘 하고 있을까? 그들은 소위 양적 완화라는 이름으로, 위기에 빠진 은행에 대규모의 달러를 무차별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위기 대응 방식은 딱 거기까지다. 세계대공황으로 수많은 미국 국민들이 집을 잃고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가정이 파탄 났지만 은행들에 한없이 자애로운 연방준비은행의 손길은 국민들에게 미치지 않는다.

 

이에 분노한 미국 국민들은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전례 없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리고 이 시위대에서 민간기관인 연방준비은행을 국유화하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더 많은 미국 국민들이 국가의 화폐 발행권조차 사익을 위해 사용하는 금융 자본가들에게 'NO(노)'라고 외치기 시작한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국가의 거짓말>은 이번 10회 기사를 끝으로 마감합니다. 3월 초에 <국가의 거짓말>이라는 제목의 단행본으로 출간됩니다. 연재 기사 외에 다양하고 충격적인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태그:#미연방준비은행, #미연방준비제도, #F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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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피아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 선언>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 등 여러 권의 책을 쓴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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