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인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마릴린 먼로

전 세계인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마릴린 먼로 ⓒ 더홀릭컴퍼니


피가 끓는 젊은 날. TV나 영화 속 스타에게 마음을 사로잡힌 기억 하나쯤은 누구나 있다. 손을 맞잡고 걷고, 같은 곳을 바라보고,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설명할 수만 있다면… 그런 기회가 주어만 진다면 하고 입 꼬리를 치켜 올리던 날의 기억들.

특히 그 스타가 모든 이들의 마음을 빼앗은 이라면 그 기쁨은 배가 될 것이다. 다른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온전히 그 사람과 둘이 마주 앉는다는 상상. 이런 상상은 하는 것만으로도 온몸의 아드레날린이 터져 나오는 짜릿함을 맛보게 한다.

50여 년 전, 지구촌 남성들의 마음을 빼앗은 한 여인이 있었다. 마릴린 먼로. 온갖 수식어가 필요 없는,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오르는 여성미의 대명사였다. 그런 그녀의 삶과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여러 올드팬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그녀가 세상을 뜬 지 정확히 50년 되는 올해, 마릴린 먼로의 숨겨졌던 짧은 이야기가 영화로 제작됐다. 본인이 직접 남긴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녀를 추억하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만하다. 시작과 함께 스크린에 비춰진 그녀의 모습은 대역임에도, 가슴을 설레게 한다. 영화 <마릴린 먼로와 함께 한 일주일>이다.

알려지 않은 마릴린 먼로 이야기

 당시 아서 밀러와 결혼한 마릴린 먼로

당시 아서 밀러와 결혼한 마릴린 먼로 ⓒ 더홀릭컴퍼니


영화는 1956년 <왕자와 무희> 촬영 차 영국을 찾았을 때의 은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23세, 갓 소년티를 벗은 조감독 콜린(에디 레드메인 분)은 세계적 섹시스타 마릴린 먼로(미셸 윌리엄스 분)를 눈앞에서 보게 된다. 하지만 영국공항에 내린 그녀 곁에는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문학적 명성을 쌓은 남편 아서 밀러가 있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불안해 보이는 마릴린 먼로. 사람들은 그녀의 백치미와 섹시함만을 바라고 영화에도 그런 장면을 담으려한다. 때문에 영화의 감독이자 주연인 로렌스 올리비에와 그녀는 늘 의견충돌을 빚는다.

남편인 아서 밀러 역시 그랬다. 평소 메모에 마릴린 먼로의 험담을 써놓았고, 우연히 그것을 읽은 그녀는 몹시 슬퍼하게 된다. 강박 증세와 불안에 떠는 먼로가 찾은 것은 각종 약물들. 결국 아서 밀러도 아내에게 두 손을 들고 미국으로 돌아가 버린다. 자신의 곁에 아무도 없다고 느끼는 먼로.

그때 먼로가 이야기 대상으로 삼은 것은 풋내기 조감독인 콜린이었다. 23살의 청년과 서른이 된 여배우의 만남이 시작된다. 넋두리를 들어주고 영국의 이곳저곳을 안내시켜주는 콜린에게 먼로는 호감을 느낀다. 물론 콜린에게는 그 짧은 시간들이 그저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꿈일 뿐이다. 주변의 염려나 조언 따위는 들리지 않는다.

순수한 청년 콜린으로 인해 용기를 얻고 영화 촬영을 무사히 마친 마릴린 먼로. 늘 그렇듯 달콤한 꿈에는 긴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영원히 당신을 사랑할 수 있다"고 가슴을 치는 콜린. 하지만 그녀는 담담히 웃으며 떠날 시간이 다가왔음을 알린다. 결국 행복한 기억으로 삼자고 마음먹자 문득 자신이 훌쩍 자란 것을 느끼는 콜린.

미워할 수 없는 매력 그 자체, 마릴린 먼로

 순수한 청년 콜린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마릴린 먼로.

순수한 청년 콜린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마릴린 먼로. ⓒ 더홀릭컴퍼니


영화는 당시 조감독이었던 콜린 클락의 자서전에 담긴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한쪽의 일방적 기억이지만, 자신을 높이거나 마릴린 먼로를 폄하하는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 그보다는 순간순간 티 없이 밝은 먼로의 인간적 면모가 잘 드러나 있어 매우 흥미롭다.

또 숨겨졌던 로맨스이지만, 불륜내지는 욕정에 눈먼 탐욕이 아닌, 순수한 인간적 만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때문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장면이 없다. 오히려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게 된 한 청년의 성장 드라마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영화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건 극 중 마릴린 먼로역을 맡은 배우 미셀 윌리엄스의 열연이다. 외적인 면은 물론 결음걸이, 노래와 춤, 멍한 표정의 백치미까지 완벽히 소화해냈다. 마치 마릴린 먼로가 살아 돌아온 듯한 느낌.

이런 노력 때문일까. 영화 속 여러 사람을 지치게 하는 밉살스런 행동을 하는 데도, 오히려 그런 그녀가 딱하게 보인다.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것. 그만큼 미셸 위리엄스의 연기가 뛰어났다. 이에 대한 보상인지 골든글러브는 물론 각종 비평가협회가 수여하는 여우주연상을 싹쓸이 했다고 한다.

이처럼 한 세기의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았지만, 반드시 행복했다고만은 할 수 없는 삶을 산 마릴린 먼로. 영화에도 표현됐듯이 그녀가 힘들어한 건 배우가 아닌 '섹시함'만으로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다. 내면보다는 그녀의 외적인 면만을 바라보는 세상과 남자들의 눈길. 그녀를 가장 힘들게 한 이유가 아닐까 되짚게 된다.

 많은 이들의 추억 속에 자리한 마릴린 먼로.

많은 이들의 추억 속에 자리한 마릴린 먼로. ⓒ 더홀릭컴퍼니


반전이나 클라이맥스는 없지만, 영화 자체가 주는 매력은 충분하다. 당시의 시대상을 느껴 볼 수도 있고 비비안 리, 로렌스 올리비에 등 여러 배우와의 관계도 표현돼 흥미롭다. 또 <해리포터> 시리즈의 히로인 엠마 왓슨(의상팀 어시스턴트 루시 역)의 훌쩍 자란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영화 속 마릴린 먼로는 빛나고 누구라도 흠뻑 빠질 수밖에 없다. 누구나 꿈꾸던 스타와의 만남, 혹 자신의 가슴 속에도 담아둔 별이 있었다면 두근거리던 그 날의 추억을 상기시키기에 충분한 영화다. 그 사람이 꼭 마릴린 먼로가 아니어도 말이다.

덧붙이는 글 개봉 2월 29일.
마릴린 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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