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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의 존재를 믿으며 마냥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내가 원하는 선물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면서. 하지만 산타는 대부분 내가 정말로 원하는 선물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럽게 산타의 존재를 믿지 않게 됐다. 아니 산타의 존재를 알았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이 산타의 존재를 믿을 즈음에는 요령껏 아이들이 원하는 물건을 찾아 선물했다. 때로는 워낙 황당하거나 비싼 물건이어서 차선을 택하기도 했지만.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아이들은 산타의 존재를 믿지 않게 됐다.

아이들은 신기하게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아니 믿게 하려고 애를 썼는데도 빨간코의 루돌프와 친구들이 끄는 썰매를 타고 하늘을 날아서 굴뚝으로 몰래 들어와 선물을 가져다주는 산타는 없다는 사실을 어느 순간 알게 된다.

언젠가 아이가 물었었다. 아파트에 사는 우리집은 굴뚝도 없고 들어오는 문은 현관 한 곳 뿐인데 어디로 어떻게 산타가 몰래 들어올 수 있느냐고.

산타할아버지는 혼자인데 어떻게 세상의 많은 아이들에게 하루 밤사이에, 그것도 사슴이 끄는 썰매를 타고 선물을 나눠줄 수 있느냐고.

그래서 어느 영화에서 본 기억을 떠올려 산타할아버지는 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처럼 굴뚝이 없으면 굴뚝을 만들어 살짝 왔다가 굴뚝과 함께 사라지는 능력이 있다고 말해줬었다.

하루 밤사이에 선물을 돌릴 수 있는 것은 시간을 멈출 수 있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당시 아이는 산타의 능력에 감탄하며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였지만 지금은 피식피식 웃는다.

올해 우리집에는 산타가 오지 않았다. 몸과 마음이 훌쩍 커버린 아이들이 산타의 존재를 믿지 않았기에 산타가 올 수 없었다. 산타할아버지가 어떤 선물을 줬으면 좋겠냐고 묻는 내게 아이들은 "산타를 믿느냐"며 웃었다.

아이들이 일찌감치 산타의 존재를 알아차렸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산타를 믿지 않는 아이들에게 괜히 서운한 마음이 생기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아이들이 점점 동심을 잃어가는데 대한 아쉬움 때문인 것 같다.

그러면 어떤 선물을 받고 싶느냐고 물으니 '현금'이라고 했다. 언젠가 어버이날 어머니아버니가 받고 싶은 선물 중의 하나가 '현금'이라더니, 참내.

사실 아이들이 커 갈수록 어떤 선물을 해 줘야 할 지 난감하다. 특히 아이가 셋씩이나 되다보면 웬만한 장난감은 있을 만큼 있다. 책? 부모에게는 흡족한 선물아이템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썩 반갑지 않은 선물이다.

아이들이 커 갈수록 부모가 주고 싶은 선물과 아이들이 받고 싶은 선물과의 거리도 멀어진다. 며칠동안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다가 결국 아이들이 원하는대로 '현금'을 선물로 줬다. 갖고 싶은 물건도 사고 친구들도 만나는데 쓰라고.

세 아이 중 중학생 큰 아이는 받은 선물을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데 썼다. 초등학생인 두  두 아이는 일부는 나중에 쓰겠다며 숨겨두고 일부는 즐겨찾는 게임의 아이템을 사는데 썼다. 큰 아이야 그렇다치고 두 아이에게 건넨 선물은 왠지 게임회사의 크리스마스 대목을 위해 쓴 것 같아 기분이 참 찜찜했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귀하던 시절, 크리스마스는 생일과 함께 정말로 바라고 원하는 물건을 얻을 수 있는 특별한 날 중의 하나였다. 일년 내내 크리스마스를 기다린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리고 꼭 원하는 것을 받지 못하더라도 '선물'을 받았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감격하고 그랬는데....

내년에도 크리스마스가 돌아올 텐데, 내년에는 어떤 선물을 해야할지 벌써부터 고민이다.


태그:#선물, #크리스마스, #게임,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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