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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왜관 캠프캐럴 미군기지 내에 고엽제가 매립되지 않았다는 최종 결과 발표에도, 환경단체 및 왜관 주민들의 의구심은 풀리지 않고 있다.

 

왜관 캠프캐럴 미군기지 내 고엽제를 조사한 한미 공동조사단은 지난 29일 오후 경북 칠곡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군기지 내에서 고엽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최종결과를 발표했다.

 

공동조사단은 "매립 의혹 지역에 대한 지구물리탐사 및 토양 시추조사 결과 드럼통을 매립한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기지 내 86개 지점의 토양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모든 지점에서 고엽제 성분인 2,4,5-T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공동조사단은 "기지 내부 41구역 지하수 관측정 1개소에서 2,4,5-T가 극미량 검출되었으나 재조사 결과 한미 양측 모두에서 검출되지 않았고, 토양조사에서도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토양시료는 헬리패드 서쪽지역에서 40개소, D구역에서 36개소, 스티브 하우스씨가 지목한 추가지역에서 7개소, 41구역에서 3개소 등 86개소에서 시추조사로 채취했다.

 

공동조사단은 "고엽제 불순물인 2,3,7,8-TCDD가 D구역 2개 지점에서 미량 검출되었지만 이는 일반 상업용 제초제나 고엽제, 다른 화학물질(펜타클로로페놀) 등에서 유래할 수 있어 미량의 검출만으로 고엽제와 관련지을 수 없다"고 밝혔다.

 

공동조사단은 "다만 당시 근무자 172명(한국인 154명, 미국인 18명)에 대한 인터뷰 및 32개 기관에 대한 기록조사 과정에서 D구역에 매립되어 있던 살충제, 제초제, 솔벤트, 기타 화학물질 등이 굴착되어 미국 본토로 수송되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공동조사단은 또 "공식 기록에 따르면 1968년 380드럼의 고엽제가 한국 육군에 의해 DMZ에서만 사용되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공동조사단장인 버치마이어 대령은 "공동조사단의 결론은 고엽제는 캠프캐럴에 반입되지도 않았고 매립되지도 않았다"며 "그에 따른 어떤 건강유해성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민과 환경단체 "한미조사단 결과 믿을 수 없다"

 

버치마이어 대령은 "조사과정에서 다른 기타 유해화학물이 검출되었다"며 "이는 SOFA 규정에 따라 환경분과위원회에서 협의해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동조사단의 최종 발표에도 의문점은 많이 남는다. 우선 스티브 하우스씨는 증언을 통해 "1978년 당시 '에이전트 오렌지'라고 쓰인 드럼통을 약 6개월간 묻었고 당시 작업에 동원된 병사들은 피부발진과 심한 기침, 하반신 마비 등의 고통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또 그는 "나도 발진과 심한 기침으로 고통받다 제대했지만 당시의 진료기록은 보지도 못했다" 말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당시 병사들의 진료기록은 전혀 검토하지 않았고, 스티브 하우스씨가 현재 겪고 있는 병에 대한 역학조사도 하지 않았다. 공동조사단은 "당시의 메디컬 기록을 조사하면 고엽제와 관련이 있는지 알 수 있지만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수질검사는 예전부터 사용하던 지하수 관측정에서 그대로 시료를 채취하며 검사하고 토양조사도 암반을 핑계로 1m나 3m 정도만 시추한 곳도 있다. 또 지구물리탐사의 경우에도 깊이가 10m 정도로 15m 이상 시료채취를 요구한 환경단체나 지역주민의 목소리는 무시됐다. 

 

이에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이번 발표가 미군에게 면죄부만 준 것 뿐"이라며 "믿을 수 없다"고 반발하고 전면적인 재조사 실시를 요구했다.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뒤 고엽제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밝힌 한 주민은 "지역 주민들은 오늘의 발표를 절대 안 믿는다"며 "땅을 파 보면 알 수 있는데 왜 못 파느냐?"고 말했다.

 

고엽제대책위의 한 관계자도 "주민들은 불안해 하면서도 아직도 지하수를 먹고 있다"며 "역학조사든 뭐든 특단의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다.

 

대구경북녹색연합은 "이번 고엽제 매립의혹 사건을 계기로 주한미군의 환경오염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며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정밀조사를 통해 고엽제 문제와 캠프캐럴 환경오염문제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왜관 미군기지 고엽제 불법매립 진상규명 대구경북대책위도 "한미 공동조사단의 최종발표를 믿을 수 없다"며 즉각적인 조사단 재구성과 재조사를 요구했다.


태그:#캠프캐럴, #고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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