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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진행시간에 어르신을 도와드리는 요양보호사 선생님.
 프로그램 진행시간에 어르신을 도와드리는 요양보호사 선생님.
ⓒ 강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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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무요원으로서 필자는 적지않은 시간을 복지관에서 보냈다. 주로 거동이 불편하거나 인지장애가 있는 어르신들을 돌봤다. 뜻 깊고 보람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이 늘 불편했다. 동고동락했던 '요양보호사' 선생님들 때문이었다. 과다한 업무에 치이는 선생님들을 볼 때면 측은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 급여 또한 최저 수준이다. 그럼에도 언론에서는 그들에게 별 관심이 없다.

요양보호사의 고된 일상

경기도 A시의 B복지관. 8시에 출근하는 것으로 요양보호사 Y선생님의 하루가 시작된다. 요양원과 달리 복지관은 어르신들이 방문하신다. 다시 말해 선생님이 매일 댁으로 모시러 가는 것이다. 어르신들을 셔틀버스에 태우는 일을 온 몸으로 해내야 한다. 그렇게 어르신들을 태워 센터로 돌아온다. 도착시간은 9시 30분. 도착 후 30분 동안이 선생님들이 앉아 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이곳에는 열여섯 분의 어르신이 오신다. 이 분들을 선생님 두 명과 사회복무요원 둘이서 돌봐야 한다. 사실 사회복지사와 간호조무사가 한 명씩 있긴하다. 하지만 그들은 행정업무에 여념이 없다. 그렇다보니 네 사람이 끊임없이 어르신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오전 10시부터 어르신들과의 하루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항상 오전 간식을 먼저 드린다. 선생님들께서 간식을 만드신다. 주중에 두 번 정도 직접 죽을 끓이신다. 자주하기 어려운 죽 끓이기를 선생님들은 '매주' 하신다.

간식시간 이후에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어르신들이 프로그램을 따라오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것이 주요 업무다. 이때부터 선생님들의 업무가 기하급수로 늘어나기 시작한다. 선생님 한 분이 네 다섯분의 어르신들을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기다리던 점심시간이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식사할 여유가 없다. 어르신들이 식사하실 수 있도록 먹여드려야 하고, 대소변도 직접 받아드려야 한다. 그렇다보니 식사할 시간이 거의 없다. 10분 내로 식사를 해치워야 한다.

넉넉하게 양치질할 시간조차 없다. 양치질을 하던 중 오후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오후 프로그램은 네시반 까지 이어지고, 끝나면 집까지 모셔다 드린다. 근데 그걸로 퇴근이 아니다. 밤 9시까지 당직을 서야 한다. 복지관에서는 저녁 한끼 챙겨주지 않는다.

이렇듯 요양보호사의 일과는 지나치게 빡빡하다. 일하는 시간이 어느 정도 되는지 주당 근무 시간으로 따져보자.

Y선생님의 법정 근로 이외에 초과 근무는 하루 2시간 정도다. 여기에 일주일에 두 번 당직을 서 2시간씩 추가된다. 즉 Y선생님은 주당 54시간 정도 근무를 하는 셈이다. 일 평균 11시간 정도 어르신들을 살피는 것이다.

일하는 만큼의 보상은 이뤄지고 있을까? Y선생님은 120만 원의 월급을 받는다. 4대보험을 제하면 110만 원이 남는다. 주말·야간·당직수당은 한 푼도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식대와 상조회 비용을 빼면, 남는 돈은 101만 원 내외다. 이것을 시급으로 환산하면 4700원 정도의 액수가 나온다.

치매 어르신들을 돌보고 대소변을 받아내는 일을 하면서 최저임금과 다름없는 시급이라니, 이게 정상인가? 이들은 남들이 하기 꺼리는 일을 하면서도 남들보다 훨씬 적은 급여를 받는다.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요양보호사. 사회적 약자를 돌보고자 하는 그들이, 역으로 자신들이 사회적 약자가 되었다. 이러한 처우에서 '보람차고 뜻깊은 일을 한다'는 위안만으로 버티는 것은 무척 힘들다.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 국가 차원에서 고민해야

복지서비스에서 요양보호사는 '핵심 인력'과 다름없다. 그들은 '복지서비스의 중추'이다. 요양보호사는 피보호자들과 가장 가까이 있는 존재다. 피보호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돌보고 지원해주는 일은 온전히 그들의 몫이다.

그러나 사회는 이들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대중들은 이들을 "대소변 치우는 간병인" 정도로 여긴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사회복지사들조차 그들을 파출부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퇴사한 김민주씨(51세)는 "요양보호사들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정부부터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당국은 요양보호사를 전문적인 인력으로 양성하려 했지만 현실화하지 못했다. 정책을 체계적으로로 만들고 집행하여 요양보호사를 공신력있는 직업으로 만들어 냈다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다.

김씨는 더 나아가 "당국 또한 요양보호사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알고 있다"며 "그 누구도 총대를 메려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의 문제가 해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직원들의 협조가 부족한 점 또한 아쉬움으로 꼽았다. 요양보호사 C씨(38세)는 "사회복지사가 요양보호사를 하대하는 경향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공간에서 어르신들을 위해 일하는데 상부상조는커녕 부려먹으려고 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가족의 크기가 축소되고 기혼 인구가 줄어들면서, 1인 가구와 독거노인의 비율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당연히 요양보호사의 필요성이 커질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요양보호사의 열악한 처우를 내버려둬서는 안된다. 정부 당국이 앞장서서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당국은 요양보호사들의 근무 환경 체계를 건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복지서비스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태그:#요양보호사 처우, #요양보호사, #요양보호사 월급, #요양보호사 열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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