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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들의 유머와 해학이 넘치고 양심과 정의감이 칼날처럼 번뜩이는 댓글들을 모아 뉘우스로 만든 <오마이뉴스>의 '댓글뉘우스'가 없어졌다가 다시 살아난 지 얼마 안 되어 또 다시 없어졌다. ...임기 내내 국민들의 조롱과 비아냥을 들어가며 이제는 네티즌들의 댓글마저 덮지 않으면 참을 수 없는 성마름을 보면서 밤이 깊었으니 낮이 가까왔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만든다.

 

아이디 '선지자'가 지난 3월 5일 <오마이뉴스>의 한 기사에 단 댓글입니다. '선지자'의 예리한 지적처럼  '댓글늬우스' 코너는 지금껏 몇 차례 선보였다가 사라졌습니다. 이것을 정권의 핍박이 아닐까 의심하는 독자들도 있습니다만 사실은 이렇습니다. 편집부 신입기자들의 통과의례였다고. 계속 하기엔 편집부 인력 문제가 여의치 않았다고. 그래서 생겼다 없어졌다 했다고. (2010 댓글늬우스 보기)

 

그럼, 또 편집기자가 또 충원됐냐고요? 그렇습니다. 이번엔 든든한 지원군도 마련했습니다. 또 언제 갑자기 끝날지 모릅니다만, '댓글늬우스'를 매주 독자 여러분께 다시 내보입니다. 다만, 같은 얼굴을 내미는 건 '거시기' 한 만큼 사소한 변신을 감행했습니다. 이름 하여, '소셜늬우스'. 이름에서 짐작하시겠지만 댓글 뿐만 아니라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까지 대상을 확장해 좀더 '주옥같은' 누리꾼들의 말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여러분의 생각을 맞혀보겠습니다.

 

'다음 셋 중 하나를 먼저 다룰 거야.'

 

- 박원순 야권단일 후보 선출

- <도가니> 열풍
- 나경원 장애아동 알몸 목욕 공개

 

맞죠, 맞죠? 나 이런 거 진짜 잘 맞힌다니깐! 그런데 아쉽게도 '땡', 틀렸습니다! 소셜 뉘우스 첫 회인 만큼 조금 색다르게, 언론의 주목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뉴스를 먼저 다루겠습니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 '각하'께서는 정말 저렇게 생각하시는 걸까? 

 

뉴스의 주인공은 바로 이명박 대통령 '각하'입니다. 요즘 서울시장이다, <도가니>다 해서 우리가 너무 '가카'께 무심했습니다. 최초의 "가카 헌정 방송"이라는 <나는 꼼수다>도 요즘은 가카보다는 다른 사람 다루기 바쁩니다. 그래서 우리라도 '가카 헌정 기사'를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대통령을 소셜 뉘우스 첫 손님으로 모시기로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9월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비서관회의에서 최근 측근 비리 문제에 관해 말이 나오자 "우리 정부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며 "조그마한 허점도 남기면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대통령의 이 발언에 누리꾼들은 그야말로 열광했습니다. 대통령의 발언을 전한 기사는 순식간에 일명 '성지'가 되어 누리꾼들이 '순례'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대부분 대통령이 고통에 신음하는 국민을 위해 큰웃음을 선사하셨다는 평가를 했습니다.

 

암만 개콘이 재밌다 해도 가카를 이길 개그맨이 있을까?(@Mr_simple_86)

이명박 장로님, 은혜 받으셨어요. 방언이 좔좔 터지네요(@unheim)

 

학문 과제로 삼자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아이디 'Pravda'(다음)는 전국의 국문학과 교수는 정신과 전문의와 협력해서 '전지적 가카시점'에 대한 연구를 하루빨리 시작해야 한다. 이런 어마어마한 국문학적 가치를 그냥 흘려 보낼 수는 없다라며 대통령의 '전지적 시점'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외에도 이 말에 쓰인 단어를 깊이 파고든 누리꾼들도 있었습니다.

 

허점으로 완벽한 정권...도덕 남기면 안 돼(gion, 다음)

'우리'의 의미를 잘못 알고 있거나 '도덕적'의 의미를 잘못 알고 있거나 '완벽한'의 의미를 잘못 알고 있거나 국어를 모르거나(@LifeFlowsOn9)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불충'한 말을 한 누리꾼도 있었습니다.

 

어후 열받어, 확 궁디를 주 차삐까(구영탄, 오마이뉴스)


그나저나 아이디 '하은하진아빠'(다음)의 말처럼 참 궁금합니다.

 

각하께서는 정말 저렇게 생각하시는 걸까?

 

[도가니 열풍] 한나라당의 변신은 무죄?

 

우리나라에선 끔찍하고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땐 경찰보단 영화감독을 찾아가는 것이 더 나을 듯하다 - 김형철(네이트)

 

위 누리꾼의 말처럼 영화 <도가니>가 정말 큰일을 해내고 있습니다. 누리꾼들이 대통령의 말을 듣고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있는 사이 장애학생 성폭행 실화를 다룬 영화 <도가니>는 개봉 열흘 만인 지난 3일 관객 수 250만을 돌파하며 사회적 파장을 이어갔습니다.

 

<도가니>를 본 누리꾼들은 대개 "화나고, 눈물나고, 또 화나고..."(mi, 아고라)라며 분노했습니다만, "특수학교가 생길 것 같으면 엄청난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는"(김자영, 네이트) 현실과 인터넷의 반응이 모순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또 족벌운영을 막자는 취지의 사회복지법 개정에 반대했다가 <도가니> 열풍에 태도를 바꾼 한나라당를 비판하는 지적도 많았습니다.

 

한나라당 자체가 도가니(@mindgood) 

사학재단을 가지고 있는 박근혜, 나경원 등의 한나라당 의원들이 사학 비리를 어떻게 건드리겠는가(지나가는 길, 다음)
 

여기서 다시 한번 가카를 모셔야겠는데요, 이 대통령은 3일 <도가니>를 관람한 뒤 "제도 보완도 필요하지만 사회의식 개혁이 더욱 절실하다. 의식개혁을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자기희생이 요구된다"고 말했습니다. 

 

교사들이 자행한 성폭행 사건을 두고 "사회 전반의 자기희생이 요구된다"고 한 말이 이해가 안 되자 급기야 닉네임 '사랑은호르몬장난'(다음 카페)은 (대통령이) 보다가 졸았을지도 모른다라고 의문을 제기했다가 <나꼼수> 유행어이기도 한 가카는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니(유빠, 다음 카페)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습니다. 이밖에도 대통령의 말은 라디오 코너 진행자의 고개도 갸웃거리게 했습니다.

 

자기희생이 요구된다는 게 무엇인지 해석이 필요한 것 같다(이숙이, <손석희 시선집중>)


'안 해 본 것 없는' 가카의 경지는 참으로 심오하다는 걸 보여준 발언이었습니다.

 

[나경원 거짓 해명 논란] "제가 나경원인 줄 몰랐어요"

 

"자위대 행사인 줄 몰랐다, 행사 내용을 파악한 뒤 돌아갔다.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반사판과 조명장치는 나 후보와 사전논의 없이 했다."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가 잇따른 석연치 않은 해명으로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자위대 행사에 참석해 놓고 자위대 행사인 줄 몰랐다고 하고, 장애아이 알몸 목욕 홍보 사진을 찍어놓고 홍보 사진 촬영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모르고 그랬다"인데요, 누리꾼들은 나 후보의 '모르고'란 말에 꽂혔습니다.

 

초선 때라 제가 나경원인지도 '모르고' 갔어요. 가보니까. 제가 나경원이더라구요. 그래서 즉시 빠져나왔습니다(@unheim)

제가 남자인줄 '모르고' 여탕에 들어갔어요.(@dongjusa)

 

다수의 누리꾼은 혹시 나 후보가 이번 선거가 무슨 선거인지 '모르고' 나온 것 아닐까 의심하는 분위기입니다.

 

알몸 목욕 해명에서는 나 후보의 비서실장인 강승규 의원이 "알고지내던 사진작가가 촬영을 제안했고 나 후보는 기꺼이 동의했다"고 말해 사전논의가 없었다는 해명을 스스로 뒤집는 '팀 킬'(team kill 아군 공격)을 했습니다. 

 

@du0280은 이에 대해 나경원 비서실장, 나경원 알몸목욕 해명한답시고 '나경원을 울리지 말라'고 글 올렸다가 나경원 거짓말 뽀록 나는 바람에 정말로 나경원을 울리고 말았다는...알흠다운 이야기라고 감동(?)했습니다.

 

한편 나 의원의 거짓 해명 논란을 본 @hangulo는 박근혜의 특징은 아무 말도 안 한다는 것이고, MB의 특징은 잘못을 아무것도 인정 안 한다는 것이고, 나경원의 특징은 거짓이 드러나도 절대 사과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참고로 이런 말도 있죠. MB는 안 해본 것이 없고, 박근혜는 해본 것이 없고, 북한은 못하는 것이 없다.(김용민, <나꼼수>)


사실 이번 알몸 목욕은 비단 나 후보에만 해당하지 않고,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타산지석'으로 삼을 일입니다. 바로 이렇게 하라는 말이지요.

 

봉사할 거면 언론에 연락하지 말고 조용히 혼자 가서 해라 - 송인영(네이트)

 

[한나라당 박원순 검증] 바이러스가 백신 검사하는 소리?

 

박원순 후보가 야권단일후보로 뽑히자 한나라당의 공세가 거셉니다. "청문회 수준으로 검증하겠다"고 벼르고 있는데요, '청문회'란 말에 @bulkoturi는 바이러스가 백신 검사하는 소리하고 자빠졌네라고 한마디 날렸습니다. 온갖 비리로 얼룩진 현 정부 장관 청문회를 두고 한 말이지요.

 

@welovehani은 한나라당이 박원순을 청문회 하듯 검증하겠다네요. 이건 혹여라도 위장전입, 군대면제, 이중국적, 부동산 투기 탈세...이런 거 나오면 봐주겠다는 뜻이지요. 박원순씨 아무 걱정 안 해도 될 듯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나아가 박 후보에게 한나라당식 청문회에 대비하라는 조언도 이어졌습니다.

 

박원순 후보가 한나라당의 '청문회 수준' 검증을 통과하려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위장전입' '병역기피' '세금탈루' 등 범죄를 저질러야 한다(@MinsukLee)

 

한나라당으로선 색깔론도 빼먹을 수 없지요.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박 후보에 대해 "이념 검증 안 된 불완전한 후보"라며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했는데요, 이에 대해서도 누리꾼들은 한마디씩 했습니다.

 

홍! 빨간 넥타이 자주 매던데 의심스러워...뭐 이런?(@nagsi)

한나라당의 이념검증을 통과할 후보였다면 후보로 선출도 안되었을 텐데(@ToRickyK)

 

이래저래 한나라당의 '말빨'이 안 먹히는, 참 하수상한 세월입니다.

 

덧붙여) 기사를 마무리할 때 쯤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한국 시각으로 6일)이 전해졌습니다. 가슴이 먹먹했는데 비단 저만 그런 심정은 아니더군요. SNS를 비롯한 인터넷, TV 등에서 나온 그의 타계에 대한 반응을 보면서 전세계인이 스티브 잡스를 참 좋아했구나 하는 걸 알았습니다. 그의 유명한 스탠포드대학 연설 중 하나를 소개하면서 2011 첫 소셜늬우스 마치겠습니다.

 

33년간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내게 물었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오늘 내가 하려고 하는 일을 할 것인가라고 말이다. 아니라는 대답이 여러 날 계속해서 나오게 되면 다른 일을 할 필요가 있다. - 스티브 잡스


태그:#소셜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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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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