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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교과부는 구조개혁을 내세워 대학의 구조조정을 강제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교육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오늘날의 상황에서 구조조정의 필요성 자체를 부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교육의 사회적 의미가 무엇이며 대학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예산절감과 효율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현 교과부의 정책방향을 보면 과연 교육의 미래를 생각하고 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

교과부는 국립대 평가 지표에서 취업률에 20%의 비중을 부여했다. 그래서 그동안 국립대에서는 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각종 편법을 동원해왔다. 조사기간에 반짝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인맥을 동원해 일시적 취업을 구걸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편법은 정부가 조장해왔다. 정부는 전체 실업률을 낮춘다는 명목으로 각 대학에 지원금을 보내 졸업생들을 임시조교 등 비정규 일자리에 단기간 취업시키는 일을 매년 하고 있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어 대학생들이 취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정부가 장기적인 일자리 정책을 통해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정부와 교과부는 자신들이 할 일을 대학들에게 떠넘기면서 대학이 취업활동에 힘쓰도록 강요하고 있다.

대학교육이 취업에 무관심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취업을 위한 학원이나 직업훈련소의 역할을 떠맡겨서는 안 된다. 대학은 단순히 취업을 위한 기술과 실용적 지식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 소양과 교양을 길러주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대가 아닌 4년제 대학은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도 취업률을 평가 지표로 삼아 국립대의 등급을 매기고 구조조정을 압박하겠다는 발상은 국립대마저도 직업훈련소로 만들어버리겠다고 하는 교육철학의 빈곤을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학생도 경쟁, 교수도 경쟁...'교육'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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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가 대학을 압박하고 있는 또 다른 정책으로 성과연봉제가 있다. 교수들의 연구 및 교육의 성과를 높이겠다는 취지로 교육부가 강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인데, 교수들의 연구 및 교육 실적을 평가하고 등급을 매겨 급여를 차등적으로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대학과 교수들이 그동안 사회변화에 비껴나서 대접받는 만큼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해왔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현재 각 대학교에서는 연구실적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급여의 일부분을 업적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하는 성과급 제도를 도입하는 등 대학개혁의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그런데도 교과부가 성과연봉제를 실시하려는 이유는 성과급의 일부를 다음해 연봉의 기본급에 포함시켜 해가 갈수록 연봉의 격차를 크게 만듦으로써 교수들 간의 경쟁을 더욱 가속화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대학의 연구와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길일까? 우선은 학문분과들 마다의 다양한 여건을 무시하고 논문의 수라는 일률적인 기준으로 교수들을 평가하고 등급을 매긴다는 것 자체가 문제이며, 적정 연구실적에 대한 기준 없이 교수들이 논문의 수를 늘리기 위한 경쟁에 매몰되도록 만들어 양질의 연구가 배척되고 또 교육이 등한시될 수 있는 것도 문제이다.

교수들 간의 경쟁을 과열시켜 실적을 양산하는 기계로 만드는 것은, 교수들이 공적 업무에 봉사하고 연구와 교육에 성의를 다하도록 함으로써 대학을 발전시키 데 전혀 기여할 수 없다. 여기다가 또 교수들이 학생들 취업률 높이는 일에도 신경을 쓰도록 강요한다면, 대학이 도대체 어떻게 연구와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파벌 때문에 총장직선제 폐지? 차라리 정당을 없애라

이처럼 대학의 발전에 역행하는 정책을 강요하고 있는 교과부는 대학의 수장인 총장을 좌지우지하면서 손쉽게 정책을 강요하기 위해 총장직선제마저 폐지하려고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직선제에 반대하는 교수들을 위원회에 모아놓고 각종 부정적인 사례들을 내세우며 폐지여론 조장에 힘을 쓰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선거를 둘러싼 파벌싸움과 후보자들의 선심성 공약 남발로 인한 재정 낭비 등이다. 물론 선거가 있는 곳에 파벌싸움이 있다. 그렇지만 모든 교수들이 파벌싸움에 휘둘려 선거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교수들을 무시하는 일이다. 지금 대학의 총장 선거는 지속적인 제도개혁과 교수들의 의식변화를 통해 점진적인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많은 교수들은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선거를 하고 있다. 대학의 구성원들이 대학의 수장인 총장을 선출하는 것은 법이 보장하는 민주주의의 원칙에 부합하는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대학의 구성원들, 특히 대학교수들이 대학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성찰을 통해 총장 선거를 개선시키고 대학을 발전시켜나갈 것이라는 것을 믿지 못한다면 도대체 누구를 믿을 수 있을 것인가? 대학의 총장선거가 그렇게 문제가 되어 폐지해야 한다면, 차라리 파벌싸움을 하는 정당의 당수선거를 먼저 폐지해야 할 것이다.

선심성 공약 남발로 인한 재정 낭비도 그렇다. 사실 국립대에서 쓸 수 있는 재정은 한계가 있고 또 교육부에 의해 통제를 받고 있다. 이제 등록금 인상폭이나 기성회비 사용 등에 있어서도 교육부의 감독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총장이 선심성 공약을 얼마나 남발할 수 있으며 또 어떻게 그 공약을 실현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것이 문제라면 오히려 교수평의회의 권한을 강화하여 총장의 행위를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국립대 법인화 때는 대학의 '자율성' 강조하더니

그런데도 교육부가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려고 하는 것은 대학을 지배하려는 욕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이제 총장 자리를 탐내는 사람들이 이리저리 권력에 줄을 대려고 경쟁할 것이며, 이것은 곧 부패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한편 선심성 공약 등 재정 낭비를 줄이기 위해 총장직선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논리는 국립대 법인화를 추진하는 논리와도 모순된다. 국립대 법인화는 사실상 법인이사회에서 대학의 등록금, 교수연봉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이것이야말로 교수연봉을 올리기 위해 등록금을 올리는 등 선심성 정책을 남발할 수 있는 제도이다. 이런 국립대 법인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교육부가 선심성 공약으로 인한 재정 낭비를 내세워 총장직선제 폐지를 추진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교육부는 이제라도 대학교육을 취업교육으로 전락시키고 교수들을 돈벌이 경쟁으로 내모는 대학정책을 중단하고 모든 대학, 모든 지역의 학생들에게 공평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또 사회변화에 부응하는 대학의 자율적 개혁을 이끌어낼 수 있는 대학교육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각계각층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소통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정태석 기자는 전북대학교 교수입니다.



#국립대평가#총장직선제#성과연봉제#취업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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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태석 (jeongts) 내방

전북대학교 사범대 일반사회교육과에서 사회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입니다. 사회학을 전공했으며, 사회이론, 시민사회, 사회운동, 환경사회학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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