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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후폭풍으로 코스피가 연일 하락하고 이틀 연속 사이드카가 발동된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한 직원이 모니터를 통해 주식 시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68.10포인트(3.64%) 내린 1801.35로 장을 마감했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후폭풍으로 코스피가 연일 하락하고 이틀 연속 사이드카가 발동된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한 직원이 모니터를 통해 주식 시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68.10포인트(3.64%) 내린 1801.35로 장을 마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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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의 대혼란이 한숨 돌릴 조짐이다. 실상 이번 위기는 2008년처럼 자산시장 거품이나 금융시스템 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실물경제 침체와 정부 대응력 불신이 금융시장에 반영된 것인 만큼 무한정 붕괴는 애초 예상된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심각성이 덜한 것은 아니다. 양상이 다를 뿐이다. '급성 간염'과 '만성 간염', 어느 것이 더 심각한가 하는 질문과 비교할 수 있을까.

문제를 제대로 보려면 지금 혼란스러운 금융시장 자체보다는 문제의 원인을 제공했던 실물시장과 정부대책으로 다시 돌아가 봐야 한다. 세계가 주목했던 지난 9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향후 몇 분기에 걸쳐 회복세가 더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다음과 같은 발표문을 냈다.

"올 들어 지금까지 경제성장세가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상당히 느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각종 지표는 전반적인 노동시장 상황이 최근 몇 개월간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실업률도 높아졌다. 가계의 소비지출은 둔화하고 있으며, 비(非)주거용 건축물에 대한 투자도 여전히 취약하고 주택시장도 계속 침체돼 있다."

미국 중앙은행이 자국 경기 동향에 대한 지금까지의 조심스런 낙관론을 폐기하고 완곡하지만 비관적인 전망에 동의했음을 말해준다.

최근 한국 금융시장 혼란의 특징- 주식시장에 국한된 혼란

금융시장의 충격이 극심했던 지난 8월 2일~9일 동안을 돌이켜 보면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금융시장 가운데 주식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높은 변동성을 보였지만 그 외에 채권시장, 외환시장, 차입시장에서는 혼란 조짐이 훨씬 적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한국 금융시장이 받은 충격은 예상보다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8월 2일~9일 동안 주가는 17퍼센트가 빠졌고, 8월 9일 장중 180포인트가 빠져 1685를 기록하기도 했는데 이는 역대 최고 기록이다. 연속 5거래일 동안 주가가 2퍼센트 이상 빠진 것도 기록이었다.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이틀 연속 코스피에서는 사이드카가, 코스닥에서는 서킷브레이크가 발동되기도 했다. 외국인이 팔아치운 주식도 3조 5000억 원에 이르렀고 8월 9일 하루 동안에만 1조 원 이상을 팔기도 했다. 짧은 시간으로 보면 2008년 금융위기보다 결코 충격이 적지 않았고 당시에 일어났던 모든 사건들이 전부 재현되었다.

그런데 2008년과는 달리 주식시장 폭락이 금융시장의 다른 부분으로 미친 여파는 예상보다 적었다. 그 단적인 지표가 환율 동향이다. 우리나라 증시는 시가 총액의 3분의 1을 보유한 외국인에 의해 좌우되는데, 그 때나 지금이나 주가 폭락을 주도한 것이 외국인이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때문에 외국인이 주가를 순매도하여 주가를 폭락시키면 곧바로 외환시장으로 전달되어 환율은 폭등하게 된다. 주식 매각 대금의 환전과 송금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같은 기간 환율은 38원 정도가 올랐을 뿐이다. 환율 상승률로 보면 3.6퍼센트 정도인데 이는 주가 하락률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2008년 10월에 환율이 220원 올라서 주가 하락률의 절반 정도 상승률을 보였던 것과 대조된다. 그뿐이 아니다. 2008년에는 외국인이 주가를 팔아치웠을 뿐 아니라 채권도 공격적으로 팔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오히려 5500억 원 정도를 순매수했다. 8월 4일 한때 3000억 원 이상을 팔기도 했지만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인 지난 8, 9일에는 각각 3000억 원 이상씩 채권 매수에 들어갔다.

기간이 짧아서 변동을 논할 조건은 아니지만 은행의 차입시장에서 외국인의 자금 회수 움직임도 없었다. 2008년 당시 차환(Roll Over)이 안돼서 문제가 되었던 것과도 역시 다르다. 2008년 10월 외환보유고가 무려 280억 달러가 줄었는데 당시 상품과 서비스 수지가 27억 달러 정도 흑자였던 것을 감안하면 외환시장의 붕괴를 막기 위해 투입된 자금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그 결과 외국인이 전체 금융시장에서 팔아치운 증권은 2008년 10월에는 9조 원이 넘지만 이번에는 3조 원을 밑돌았다. 당연히 환율과 외환시장에 미치는 강도가 작을 수밖에 없다. 위기가 한창인 지난 8월 5일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우리나라는 물가가 올라도 당장 나라가 망하는 것은 아니지만, 외화 유동성 문제는 나라가 망할 수 있다"고 발언하여 정부 내부에서 문제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주장 자체는 정확히 사실이다.

2008년과 달리 금융시장 전체 충격이 적었던 이유

왜 주식시장 외의 금융시장에서는 충격이 적었을까. 정부는 우리나라 실물경제 기초 체력이 튼튼한 데다가 2008년 이후 대외 충격에 대비한 대책을 잘 세웠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문제가 되었던 은행의 예대율을 100퍼센트 미만으로 떨어뜨리는 조치를 시작했고 은행의 단기 차입도 줄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 설정, 외국인 채권 과세 환원, 외화 부채에 대한 거시건전성 부담금 제도 등을 도입했다고 한다. 외환 보유고도 늘어서 7월 말 현재 3110억 달러에 달한다.

물론 외환 충격에 대비해서 정부가 세워둔 정책들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순전히 정부 정책 덕분에 2008년과 달리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고 보는 것은 역시 과장된 것이다. 여기에는 분명히 2008년과 다른 상황적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2008년 10월은 한국에 투자한 주요 금융회사들과 헤지펀드 등의 부실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어 현금 유동성 동원이 절실했다.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뿐 아니라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까지도 가릴 것 없이 팔아치워 현금화해서 본국으로 송금을 해야 했다. 수익률을 계산할 여유도 없었으며 자금을 묶어둘 여지도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달랐다.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에서 자금이 이탈했지만 급히 본국으로 송금해야 할 유인이 적었기 때문에 주식매도 자금이 외환시장으로 유입되는 정도가 약했고 채권 매도나 차입금 회수 움직임도 없었기 때문이다. 위험 지대를 피해서 일단 상대적 안전자산인 채권에 옮겨 놓은 것이지 회수했던 것은 아니다.

실제로 국제 금융센터 분석에 의하면 "달러 유동성 상황을 반영하는 아시아 외환 스왑지표들은 비교적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제위기의 진원지인 유로 달러 시장에서는 달러 조달 비용이 단기일 내에 급등하며 달러 유동성이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가 지난 3년 동안 상대적으로 경기 호조를 보였고 수출 증대로 외환보유고가 확대되었던 것을 반영한다. 또한 과거와 달리 아시아 국가들의 채권에 대한 신뢰도도 다소 높아져 채권 시장에서의 자금 이탈이 적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만약 8월 2일~9일 동안 외국인이 매도한 3조 원이 넘는 주식 대금에 그와 비슷한 수준의 채권 매도가 발생했다고 가정한다면, 일 주일 사이 50억~60억 달러 이상의 규모가 외환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연쇄적인 작용이 발생할 수 있었다. 여기에 환투기까지 가세하면 그 혼란은 지금의 몇 배의 대가를 치러야 했을 수준일 것이다. 정부의 몇몇 개선된 조치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의 대외충격 완충장치는 여전히 부실하기 때문이다.

한국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이 과거에 비해 지금 시점에서 안정성이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아시아에서는 불안정성이 높은 축에 속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단기 외채 비율도 여전히 아시아 국가에서 가장 높고, 은행의 예대율(LTD, loan to deposit) 역시 3년 전에 비해 감소하기는 했지만 아시아에서 가장 높다. 앞으로 충격의 강도가 커지고 세계적 실물경제 침체가 자동차 시장을 포함한 한국의 수출을 현실적으로 위협하면 한국 국채시장이나 외환시장이 충분히 흔들릴 수 있으며 그 타격은 한국이 가장 크게 받을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도 실물경기 장기 침체를 동반한 금융 불안정성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으며 2009년 이후 한국 자본시장에 유입된 엄청난 외국 자금 규모를 생각할 때 급격한 자본 유출에 대한 대비는 여전히 우리 금융시장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국내외적으로 이에 대한 무성한 논의가 있었지만, 실제 취해진 조치는 여전히 매우 미흡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외국은행 국내지점을 포함하여 은행의 대외차입 규제를 보다 강화해야 하며, 최근 증권시장의 심각한 변동성을 보건데 자본시장에 대한 외국자금 유출입 통제 장치를 다면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공매도 일시 금지 정도로는 통제할 수 없다.

왜 모건스탠리는 한국 금융위험도를 여전히 높게 볼까

그런데 이번 금융시장 혼란이 발생하기 전인 지난 7월 25일자에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는 "아시아 신용전략(Asia Credit Strategy)"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만약 유럽의 재정위기가 악화될 경우 아시아 8개국 가운데 한국이 가장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당시에는 외국 투자은행이 한국의 위험도를 일면적으로 과장해서 부풀렸다며, 정부는 무시했고 언론은 비난했다.

물론 일면적으로 과장한 면도 있으며 외국 투자은행 보고서라고 무조건 과신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이들의 보고서를 명분으로 실제 외국인 투자자들이 움직인다는 것 또한 2008년 10월에 경험한 것도 사실이다. 이들의 분석을 가운데 핵심적인 부분을 요약 정리해 보고자 한다.

<모건 스탠리 아시아 신용전략 보고서(2011. 7.25) 요약 중 발췌>

■ 자금 조달 리스크 : 어떤 시스템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나

세계 자금 흐름의 고갈은 아시아 신용에 가장 큰 직접적 위협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세 가지를 주요 위험 요인으로 본다. 1) 예금성 수신(deposit funding)에 비해 시장성 수신(wholesale funding)에 대한 과도한 의존 2) 국내 자금에 비해 외국 자금에 대한 과도한 의존 3) 외환보유고를 포함하여 정부 정책 차원의 종합적 수준. 이 세 가지 요인들이 혼합되어 2008년의 국가 별 신용 상태에도 저마다 다른 영향을 주었으며, 인도네시아와 한국은 아시아 국가 신용에서 가장 나쁜 상태를 기록했다. 중국은 그들 중 나은 편이다.

- 자금 조달 리스크 1 : 시장성 수신에 대한 과다한 의존

과도한 부채를 차환해야 하는 상태에 있는 사람들에게 신용 경색은 위험을 가져온다. 예금성 수신에 비해 시장성 수신에 심하게 의존하고 있는 은행이라면 반드시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된다. 이를 증명하는 것이 유럽의 금융기관으로, 그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장성 수신에 의존하는 은행 시스템을 갖고 있다. 2008년 한국의 은행들은 호주에 이어 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시장성 수신에 의존하고 있었으며, 아시아에서 가장 나쁜 신용 상태를 기록했다.

아시아 은행들은 전반적으로 세계 시장성 수신 시장과 거리가 있는 편이다. 아시아 위기 이후 10년을 보내면서 예금은 늘리고, 시장성 수신에 대한 의존은 낮추어 왔다. 하지만 한국과 호주는 다른 국가에 비해 그 비율이 높아서 여전히 위험에 처해있다. 양국 모두 2008년 이후 시장성 수신 의존율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신용 회복이 빠르게 일어난 몇몇 경제(홍콩, 중국)에서는 시장성 수신 의존율이 바닥을 치는 추세이며 예대율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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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금조달 리스크 2 : 외국자금에 대한 과다한 의존

평균적으로 아시아 은행은 상대적으로 외국 자금 의존도가 적절한 편이다. 아시아에서는 호주 은행이 외국 자금 의존도가 가장 높아서 가장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외국 자금이 필연적으로 시장성 수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은행은 해외에서 들어오는 송금을 통해 많은 달러 예금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해외 자금은 은행들의 시장차입 자금으로,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요소이다.

- 자금조달 리스크 3 : 외환보유고의 한계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은 필요한 자금을 해외 자본에 의존하고 있다. 자본 유입은 강점이 되기도 하지만 약점이 되기도 한다. 호주의 경우 2011년에 해외 자금으로 6조 달러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자금 흐름이 고갈될 경우에 대비해서 중앙은행은 외환보유고를 준비한다. 전형적으로 아시아는 특히 외환보유고 수준이 높다. 중국은 3조 달러 이상을 갖고 있으며, 아시아 전체 외환보유고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중국을 제외해도 아시아의 외환보유고 비율은 주목할 만하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조금 약하지만 여전히 상대적으로 세계 다른 지역에 비해 강하다. 아시아 국가 대부분은 2008년 이후 그들의 외환보유고 개선시켰다. 특히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그 예인데 환보유고의 규모를 키우는 방식으로 개선시켰다.

■ 중국이 중요한 변수

외환보유고가 첫 번째 방어막이 되어 주겠지만, 해외 자금의 고갈이 장기화될 경우 신용 위기가 심각해질 수 있다. 여기서 중국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중국은 3조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를 갖고 있으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전체의 자금인 6000억 달러를 훨씬 뛰어넘는다. 아시아 전체 자금의 5년치에 달한다! 

이러한 조건은 아시아 외환 시장이 고갈될 경우 중국이 아시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만든다.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 Chiang Mai initiative)는 하나의 사례로 중국, 일본, 한국과 아세안 국가들의 외환보유고 풀(pool)을 만들어서 통화 스왑 협정과 자금 대출 권리를 제공한다. 다시 말해서 2008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두 번째 방어막이 생긴 것으로, 새로운 자금 위기에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

■ 세계 자금 고갈 시, 중국은 안전,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는 가장 위험

아시아 경제는 2008년과 비교해서 자금 조달 측면에서 나아졌다. 외환보유고는 높아졌고, 은행 시스템은 외국자금과 시장성 수신에 덜 의존하다. 더 중요한 것은 2008년에 매우 높은 위험에 직면했던 경제나 은행 시스템, 특히 한국(시장성 수신, 외환보유고 측면), 호주(시장성 수신, 외국자금 측면), 인도네시아(외국자금, 외환보유고 측면)가 가장 개선되었다는 점이다.

아래 표는 여기서 우리가 논의했던 자금 시장의 위험 요인을 요약했다. 결론적으로 세계 자금 시장이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로 급격히 나빠지면, 우리는 중국이 가장 안전할 것이고 한국과 태국 인도네시아는 좋지 못할 것이라 예상한다.

자금 조달 리스크에 대한 종합적인 안전망 수준
▲ 그림3 자금 조달 리스크에 대한 종합적인 안전망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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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새사연 홈페이지에 게시된 글입니다.



태그:#금융위기, #자본통제, #더블딥, #주가폭락, #대외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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