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금정산 범어사 천왕문이 방화로 추정되는 불로 소실된 가운데, 최근들어 사찰 주변에 방화로 추정되는 산불이 연이어 발생했고 법고(북)가 칼로 찢어지는 사건도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불교 조계종 선찰대본산 범어사에 있는 천왕문이 15일 밤 발생한 불로 소실됐다. 천왕문은 일주문(一柱門)과 불이문(不二門) 사이에 있는 건물로, 문화재는 아니지만 조선시대 창건했다가 여러 차례 중보수했다.
범어사에서 설치해 놓았던 CCTV에는 불이 나기 전 천왕문을 들락거리던 한 남성이 무엇인가 던지고 달아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이번 사건에 대해 범어사와 경찰은 방화로 추정하고 있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현재 사찰방화 전력이 있는 김아무개(46)씨 등 8명을 용의선상에 올리는 한편 16일 오전 화재 연장 감식을 벌이는 등 수사를 벌이고 있다. 아울러 경찰은 사찰에 원한을 가질 만한 사람과 정신질환자 등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일, 9일, 10일... 연이어 일어난 사찰 주변 화재
범어사 등에 따르면, 천왕문 화재가 있기 전 법고가 찢어졌고 사찰 주변에서 잦은 산불이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법고가 찢어진 사실은 14일 새벽 스님들에 의해 확인됐는데, 범어사 측은 13일 밤 누군가 칼로 법고를 찢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범어사 관계자는 "법고는 칼을 사용하지 않으면 찢어지지 않는다"며 "하루 전날까지 찢어지지 않았으며 칼을 사용해 훼손한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선 지난 8일 범어사 소속 암자로 금정산에 위치한 청년암 뒷산에서도 불이 났다. 범어사 관계자는 "당시 불이 난 곳은 접근이 쉬웠고, 다행히 많이 번지지 않아 진화했다"고 말했다. 이후 지난 9일과 10일 밤 범어사 뒤에 있는 금정산 장군봉 일원에서도 불이 났다. 9일 오후 8시경 발생한 불은 주변 3300여㎡를 태우고 1시간30분 만에 꺼졌다. 또 10일 밤에도 범어사 인근 산에서 불이 나 스님들이 출동해 진화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범어사 관계자는 "몇 차례 화재와 법고 훼손 사건이 연관이 있는지, 누구의 소행인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범어사는 16일 오전 암자 소속 스님 등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를 열어 잇따른 화재 등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