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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창간 10년을 맞이한 <오마이뉴스>가 시민참여저널리즘의 미래를 모색하고자 마련한 '2010 세계시민기자포럼'의 첫 주제발표는 미국 언론인이자 의학박사인 셰리 핑크가 맡았다. '심층보도와 모바일 저널리즘'을 주제로 8일 오후 2시부터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 포럼에서 그는 '모바일 시대의 긴 이야기 형식 기사와 탐사 저널리즘'이라는 제목으로 이야기를 했다.
 
셰리 핑크는 이 주제발표에서 2005년 미 남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 뉴올리언스의 한 병원을 심층 취재해 보도했던 상황을 소개했다. 그는 <프로퍼블리카>와 <뉴욕타임스 매거진>에 공동 게재한 기사를 통해 고립무원 상태의 병원에서 의료진들이 대피가 불가능한 환자들의 안락사를 도왔다는 '사실'을 드러냈고 그 결과 온라인 매체로는 처음으로 탐사 보도 부문 퓰리처상을 받은 바 있다.
 
셰리 핑크는 이미 계획된 여러 일정 탓에 포럼에 직접 참가할 수 없었기 때문에 주제발표는 영상을 통해 이루어졌다. 다음은 주제발표를 녹취해 번역한 것이다. <편집자 말>
 
'모바일 시대의 긴 이야기 형식 기사와 탐사 저널리즘'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이 행사에 참석하게 돼서 기쁩니다.

 

제 이름은 셰리 핑크입니다. 여러분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야기하려니 기분이 묘하군요. 청중을 볼 수도 없고 여러분 중에 누가 졸고 있는지도 확인할 수 없어 아쉽네요! 먼저 <오마이뉴스>와 오연호 대표님께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또한,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도와준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의 앤드류 그루인에게도 감사를 표합니다.

 

비록 이렇게 떨어져서 발표하는 것이 낯설게 느껴지지만, 모바일 기술을 다루는 포럼이라면 적절하다고 느껴집니다. 근원은 움직이지 않고 내용만 전달되는 것이 알맞다고 생각하기에 이런 발표 방식은 주제와도 적합합니다. 특히 제가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제에 관심 있는 여러분 앞에서 발표하게 되어 더욱 기쁩니다.

 

오늘 주제는 새로운 시대의 저널리즘 속에서 가치 있는 것을 어떻게 보존하는가 하는 질문입니다. 이 새로운 시대에 여러분은 이미 새로운 기술을 섭렵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들은 유용할 뿐 아니라 저널리즘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플랫폼과 새로운 방식을 기반으로 우리는 대중에게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변화 가운데 저널리즘에서 가치 있는 것을 보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주제입니다. 여러분들과 이 주제를 나눌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먼저 오늘의 주제를 소개하지요. '모바일 시대의 긴 이야기 형식 기사와 탐사 저널리즘'입니다. 제가 작년에 썼던 기사의 뒷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으로 이 발표를 시작하려 합니다. 지난해에 저는 '메모리얼 병원에서의 치명적인 선택'이라는 기사를 썼습니다. 이 기사는 온라인 뉴스매체인 <프로퍼블리카>와 <뉴욕타임스 매거진>에 같이 실렸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서 이 혁신적인 협업이 가능했는지와 더불어 제가 쓴 기사의 뒷이야기에 대해 나누려고 합니다. 그리고나서 저는, 이야기 사이사이와 끝부분에 이 포럼의 주제에 대한 제 생각을 말씀드리지요. "모바일 기술이 심층 보도의 제작과 배급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말입니다. 이 주제에 대해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제 생각을 나누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썼던 기사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지나고 며칠 후 뉴올리언스의 한 병원에서 일어난 일들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허리케인 탓에 뉴올리언스의 많은 지역이 침수되었고, 시의 대피 대책에 포함되지 못한 병원들은 홍수에 고립되었습니다. 전력이 끊긴 후, 병원 안은 매우 더웠고 직원들은 몇 날 며칠 구조를 기다렸습니다.

 

제 기사는 바로 그 병원에서 일어난 일을 조명한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저뿐만 아니라 미국인들, 나아가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존경받던 의사와 두 명의 간호사가 체포되었고 환자들에 대한 2급 살인죄로 기소되었습니다. 허리케인으로 인해 끔찍했던 시기, 메모리얼 병원에서 있었던 일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은 환자들에게 죽음을 앞당기는 약을 주사한 이유로 기소되었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소름이 끼쳤고 그곳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이 일이 정말 일어나긴 한 것인가,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만약 일어나지 않았다면, 환자의 죽음을 앞당겼다는 이유로 의료진을 기소하게 한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제가 흥밋거리 이상으로 이 일을 중요하게 여긴 이유는 세계 어느 나라나 다양한 자연재해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뉴올리언스에서 일어난 일들은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지요. 게다가 최근 우리는 의료 시스템에 막대한 충격을 가져온 아이티 지진 등 끔찍한 재해를 많이 목격했습니다. 수천 명의 부상자들이 밀려들었구요. 그래서 저는 이 사건을 미래의 의사, 환자, 간호사, 그리고 관련있는 모든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다루고 싶었습니다.

 

저는 이 기사를 이야기 형식으로 들려주고자 했습니다. 왜냐하면 사건을 들여다 볼수록,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었죠. 이것은 그들이 환자의 죽음을 앞당겼냐 아니냐 하는 질문 이상의 의미입니다. 왜일까요? 의료진으로 하여금 환자의 죽음을 앞당기게 한 것은 무엇이었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뉴올리언스에서 일어난 일을 실감나게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야기 형식으로, 차례차례, 순서대로 들려줌으로써 그 더위가 어떠했는지, 의료진과 환자가 어떤 경험을 했는지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며칠간 잠이 부족하고, 구조를 기다리는데 구조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을 포함해서요.

 

이런 느낌을 전달하다 보니 이 기사에 1만3000단어가 사용되었습니다. 꽤 긴 글이지요. 더불어 파올로 펠레그린이라는 훌륭한 사진작가의 사진들도 사용되었습니다. (사진을 보여주며) 이것이 그가 찍은 사진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사진은 무더위 속에서 환자들을 헬기장으로 옮기는 데 따르는 어려움을 보여줍니다. 기사 본문 속에는 이런 사진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질문 중 하나는 "모바일 시대에 이런 기사들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라는 것이지요. 이러한 긴 이야기 형식 기사가 모바일 장치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포함해서요. 이 질문으로 되돌아가서, 제가 기사를 쓰면서 소속되었던 언론사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또한 끊임없이 변화하는 저널리즘 세계에서, 주목받는 새로운 언론 모델이 어떻게 작동하고 기사를 만들어내는지 말씀드리지요.

 

제가 일하는 <프로퍼블리카>는 어떤 곳일까요? <프로퍼블리카>는 비영리 탐사보도 언론으로 뉴욕시에 있으며 2008년에 시작되었습니다. 기사가 출고되는 동시에 <프로퍼블리카> 웹사이트에 올리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최근에 웹사이트를 새로 단장했는데 관심 있는 분은 꼭 한번 가서 보세요. ProPublica.org입니다. 기사를 웹사이트에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제공합니다. 아이팟의 앱이나 혹은 매일 톱뉴스를 전해주는 이메일 서비스를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많은 기사가 다른 언론사와의 협력 관계를 통해 출고됩니다. 타 언론에는 온라인 매체, 언론사, TV, 라디오, 그리고 신문이나 잡지 등이 포함됩니다. 다양한 종류의 협력이 가능한데, <프로버블리카>는 지난 2년 동안 50개가 넘는 협력관계를 맺었습니다. 다른 매체들과 힘을 합쳐 다양한 기사에 다양한 플랫폼을 적용함으로써 단일 기사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지요. 또는 그 기사에 알맞은 방식을 제공하는 것이구요. 이런 이유로 <프로퍼블리카>에서 일하는 것은 즐거웠습니다.

 

비영리 기관이기 때문에 재정마련 방식도 다릅니다. 재정은 기부자와 보조금으로 마련합니다. 다른 독자들처럼 여러분도 원한다면 웹사이트에서 온라인으로 기부하실 수 있습니다. 재정은 이런 방식으로 마련되며, 기사는 협력관계 언론에 무료로 제공됩니다. <뉴욕타임스 매거진>이 그 예입니다.

 

그러나 또한 협력관계 언론으로부터 큰 투자도 받습니다. 예를 들어, 탐사 보도 기사를 위해 저는 2년 반 동안 매달렸습니다. 제가 <프로퍼블리카>에 속하기 전인 프리랜서 시절부터 시작했지요. 건강 분야에서 언론기금을 운영하는 비영리 단체인 카이저 가족재단에서 보조금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단체는 자신들이 원하는 주제에 대해 탐사 보도를 하려는 기자들을 후원합니다. 이를 위해 몇 개월 혹은 일 년까지 후원이 계속됩니다. 제가 그 병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해할 때 후원이 시작되었고, 그런 후원은 제가 처음이었습니다. 

 

새로운 시대의 심층 보도라는 주제로 돌아가서, 중요한 질문 하나를 하자면 어떻게 재원을 마련하는가입니다. 저널리즘의 재정 확보 모델이 바뀌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언론이 웹에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심층보도에 후원이 있을까' 또는 '심층보도에 돈이 많이 들어가는가'라는 질문들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많은 돈이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추정하기로는 제 기사에 수십만 달러가 들어갔습니다. 보도를 위해 쓰인 모든 비용을 합하면요.

 

그렇다고 굉장히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엄청난 돈이 쓰인 것처럼 들리지만, 전체적으로 생각해 보면 기자가 들인 시간뿐 아니라 여러 사람의 월급까지도 계산해야 합니다. 물론, 저는 다른 기사에 관련된 일도 하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그 기사에 사용되었습니다. 그 가운데는 편집자들의 월급도 있습니다. 그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어떻든 간에 그들은 잘 읽히고 이해가 쉬운 기사에 많은 정보를 담기 위해 최선의 방안을 찾았습니다.

 

이 일을 위해서는 재능이 출중한 편집자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제 기사에는 그런 특출난 편집자 여러 명이 참여했습니다. <프로퍼블리카>와 <뉴욕타임스 매거진> 양쪽의 편집자들이었죠. 매거진의 경우, 기사 속 모든 주장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팩트 체커'도 있습니다.

 

전통적인 방식의 기자 윤리를 따르는 <프로퍼블리카>도 이런 방식을 준수합니다. 기본적으로, 기자들이 서명해야 하는 윤리강령은 미국 주요언론의 그것과 유사하지요. <뉴욕타임스>에서는 기사의 정확성과 공정성에 있어 매우 높은 수준을 요구합니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사실을 확인하는 절차가 있습니다. 제가 참고한 모든 자료들로 돌아가서 모든 문서를 아주 자세히 살피는 것이지요.

 

그래서 기사의 사실을 확인하는 데만도 몇 주가 걸렸습니다. 언론사나 기자들이 법적으로 위험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단어 하나하나를 살피는 변호사들도 있습니다. 또한, 디자인과 사진 등 많은 부문에서 다양한 자료들이 제 기사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심층 보도에는 많은 자원과 자금이 필요합니다. 미래에는 이런 지원이 가능한 언론사가 나타날까요? 그리고 우리는 이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요? 이것은 꼭 언급해야 할 아주 중요한 질문입니다. 현재는 이것이 비영리 모델이자 다른 매체와 협력관계를 가진 하나의 모델입니다.

 

<프로퍼블리카>의 또 다른 역할에 대해, <프로퍼블리카>를 더 넓은 시각으로 보기 위해 다른 각도로 봐볼까요. 기자들이 역할을 하는 저널리즘에 더해 전통적 저널리즘도 웹에서 보도하고 모바일 기술이나 컴퓨터 등으로 독자에게 다가서는 혁신적인 방식을 좋아합니다.

 

저널리즘을 혁신하기 위해 <프로퍼블리카>가 하고 있는 흥미로운 사례들을 나누어 보지요. 우리는 심층보도를 발전시키기 위해 우리가 가진 모든 플랫폼을 이용했습니다. 그것이 꼭 긴 이야기 형식일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의 목표가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생산된 뉴스의 소비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라면 말입니다. 그 후에는 그 과정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플랫폼의 장점을 이용하는 다양한 방법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이 남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는, 세계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집값에 문제가 많습니다. 집주인은 주택담보대출금을 내기도 어려운데 집의 가치가 떨어지다 보면 대출금이 실제 집값보다 더 높아지기도 합니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은 집을 잃거나 압류 당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프로퍼블리카>는 혁신적인 방법을 강구했습니다. 네트워크를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재협상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들이 보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미국에는 사람들이 자신의 집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법이 있습니다. 대출 변경과 관련된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연락을 달라고 알렸고, 원한다면 관심있는 해당 지역 기자를 연결 시켜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프로퍼블리카>가 자신의 사정을 알리기 위한 시민들에게서 정보만을 얻어낸 것은 아닙니다. 이 주제에 대해 기사를 쓰고 싶었던 기자들을 각 지역 사람들과 연결해 줌으로써 보도 범위를 넓힐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이런 사례는 독자들에게서 정보를 얻어 우리 혹은 다른 기자들이 쓰고 있는 기사를 확장시키는 엄청난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또다른 예는 새로운 형태의 공동작업입니다. <프로퍼블리카>에서도 다루고 있는 국가적인 경기부양책에 온라인이 이용됩니다. 지금 미국에서는 국가 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규모가 매우 큰 연방 정부 프로그램이 시행중입니다. 결국 이 말은 경제 회복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에 수많은 달러가 쓰이고 있다는 뜻입니다.

 

당연히 그 많은 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추적하는 것은 저널리즘의 중요한 감시 기능이지요. 그래서 <프로퍼블리카>는 다양한 기금과 프로그램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 정부 웹사이트보다도 더 편리하게 만들었습니다. 더 많은 정보를 담았고 사용자가 편리하도록 했지요. 또한, 각자의 분야에서 이 프로젝트에 대해 기사를 쓸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했는데 그 출판물이 100개가 넘었습니다.

 

웹사이트를 방문해서 각 주의 군을 클릭하면 정확히 어떤 프로젝트가 진행중인지 확인할 수 있게 했습니다. <프로퍼블리카>는 시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네트워크, 그리고 웹사이트를 통해 모든 지역 사람들이 이런 프로그램을 감시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 심층보도를 위한 혁신적인 방식들이 발전하고 있는 것이지요.

 

'전통적'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좀 웃기긴 하지만, 더 전통적인 '시민 보도형' 혹은 <프로퍼블리카>의 프로젝트에는 대략 5000명의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로퍼블리카>의 창의적 프로그램 책임자인 아만타 미셸이 다양한 종류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습니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 굉장히 인기 있는 미식 축구시합인 슈퍼볼에 참석하는 정치인들의 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을 시민기자들에게 했습니다. 추측하건대 입장권이 누구에게 제공되었는지 관찰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프로퍼블리카>는 다른 기자들과 심층보도 프로젝트의 취재 비결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두 명의 기자가 간호사들의 해이와 실수 여부를 면밀히 취재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법적으로 곤경에 빠진 간호사들이 간호위원회의 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두 기자는 이 문제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기사를 쓰기 위해 <프로퍼블리카> 및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 공동으로 작업했습니다. 이를 통해 캘리포니아 안에서의 변화를 이끌어냈지요.

 

또한 그들의 취재 방식을 다른 기자들에게 제공했습니다.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이런 사안들을 탐사했던 수순 등에 대한 내용들이었습니다. 심층 보도를 어떻게 퍼트리는지에 대한 또다른 예입니다. 앞으로도 <프로퍼블리카>에는 이런 프로젝트들이 계속 진행될 것입니다.

 

이제 <프로퍼블리카>가 무슨 일을 하는지 감이 올 겁니다. <뉴욕타임스 매거진>과의 협업에서는 기사를 편집하고 명료한 문체와 정확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지원을 받았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카트리나에 대한 기사를 쓰기 위해 두 매체가 공동으로 노력했습니다. 저는 그 중심부에 있었던 기자로서 매우 다채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기사를 쓸 수 있는 자원을 보유한 것은 신나는 일이었습니다. "여기 내가 찾은 사실이 있으니 보시오"라는 것과는 다르니까요.

 

저는 이 병원의 몇몇 의사들이 환자의 죽음을 의도적으로 앞당겼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그들은 왜 자신들이 옳은 일을 했다고 느꼈는지 설명했습니다. 병원에는 그 같은 결정에 동의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고 그들 또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였습니다. 저는 또한 이미 알려졌던 수보다 더 많은 환자들이 약을 받았고 그 약으로 인해 사망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 내용 또한 기사의 일부분입니다. 기사에서도 말했지만, 매일매일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감수해야만 했습니다.

 

제가 던지고 싶은 질문은, 과연 이 모바일 시대에 1만3000단어의 긴 기사가 읽힐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잡지를 제외하고 말이죠. 저를 기분 좋게 만들었던 것은 많은 독자들이 웹에서도 기사를 읽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뉴욕타임스 매거진>을 띄울 수 있는 것이 웹이든 휴대전화 스크린이든 간에 1만3000단어의 기사를 읽을 수 있다면 그것이 이상적인 장치인가 하는 질문이 나옵니다. 물론 저는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습니다. 기사가 흥미롭다면 사람들은 인터넷에서도 읽을 것입니다. 어쩌면 출력할 수도 있구요. 이런 현상은 심층보도와 이야기식 저널리즘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희망을 줍니다. 또한 아이패드 같은 새로운 플랫폼에도 희망이 있습니다. 요즘 관심거리인 아이패드는 긴 기사를 읽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것입니다.

 

사람들이 진심으로 이야기를 원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는 몇천 년 동안 지식을 공유하는 통로가 되어왔고 우리는 여전히 그런 이야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다가올 새로운 시대에도 이런 이야기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두 가지 요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앞서 언급한 재정 마련입니다. 어떻게 지원하고, 어떻게 기사 작성에 도움이 되는 자원을 얻느냐 하는 것이지요. 또한 기자들이 현장에 나가 몇 달 동안 취재하고 보도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지원하는 것 말입니다. 둘째는 플랫폼입니다. 기사를 소비하고 있는 사람들이 기사를 읽거나 담을 수 있는 장치 말입니다. 화면이 아주 작거나해서 읽기에 지나치게 불편하면 안 되겠지요.

 

만약 이 두 가지를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그 미래의 한 부분이 된 것이고 미래에도 이런 보도가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어려움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이런 것이겠지요. 만약 사람들이 아주 짧은 글만 읽고 트위터를 쓰는 습관을 갖는다면, 또는 모든 것이 하이퍼링크로 연결된 지금, 기사를 읽다 링크를 클릭했더니 정신 사납게 계속 어딘가로 연결된다면... 이런 상황 속에서도 집중할 수 있을까요? 아마 상상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흔히 하는 말처럼, 우리의 두뇌는 이야기를 원한다고 하지만 그런 본성이 바뀔 수 있을까요? 뉴스와 정보를 소비하는 세상에서 성장한 요즘 아이들은 이전 세대와는 다른 두뇌를 가지게 될까요? 앞으로는 길고 심층적인 기사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까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심층보도에 대한 관심이 여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플랫폼에는 확실히 장점이 있습니다. 다시 제 기사로 돌아가 보지요. 오늘 이 포럼의 주제를 생각하다 보니, 메모리얼 병원에서 죽음을 앞당겼던 사건에 대한 첫 보도가 모바일 기술 덕분이었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그 병원에서 한 의사가 그들 사이에 오가던 이야기를 들었고 우려할 만한 일들을 목격했습니다. 그의 휴대전화 신호가 약해 통화는 불가능했지만 친구와 가족에게 문자를 보낼 수는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의료진들이 환자의 안락사를 거론하는 극단적인 상황이라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는 언론에 연락해 달라고, 여기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사람들에게 알려 달라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가족과 친구들은 그의 말대로 했지요.

 

환자들에게 주사가 이루어진 바로 그날, 조앤 실버너라는 NPR 뉴스 기자가 그 의사의 친구 한 명을 인터뷰했습니다. 그 친구는 자신이 어떻게 메모리얼 병원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는지 설명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그런 일이 있었음을 알리는 첫 보도였습니다. 그날 저녁으로 되돌아가 보면, 모바일 기술로 인해 뉴스가 기자와 대중에게 전달될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큰 사건이나 재난에 대한 기사를 쓸 때 모바일 기술이 매우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바일은 신속하기 때문에 그 힘이 막강합니다. 다른 방식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상황에서 매우 빨리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만약 홍수가 나고 사람들이 고립된다 해도 모바일 기술은 유효합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닐 수 있지만 앞의 경우에는 가능했습니다. 아주 신속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또 다른 하나는 지리적 범위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 만한 아주 흥미로운 모델은 Ushahidi.com이라는 웹사이트입니다. 이 웹사이트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이 있는 곳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문자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입니다. 2007년 케냐에서 선거 후의 폭력 사태 때 처음 등장했고 이후 여러 곳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플랫폼은 멕시코만의 엄청난 기름 유출 사태 때도 쓰였습니다. 해변에 기름이 침식되는 것을 목격한 사람들이 이에 대해 써서 보낸 것이지요. 또한 지진이 발생한 아이티에서도 이용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포르토프랭스의 여러 지역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렸지요. 거기는 지진 때문에 심한 피해를 본 지역이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자원과 보도를 연결하는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아주 뛰어난 방식입니다. 이런 것은 기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됩니다. 우리는 이미 이를 이용 중인데, 지난 2년간 사용된 많은 예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심층보도에도 매우 큰 도움이 됩니다.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마지막 어려움은 좀 특별합니다. 저는 어젯밤에 <워싱턴포스트>의 디지털 국장이자 부회장인 VJ 라빈드린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인터넷이 여전히 잘하지 못하는 한 가지는 '뜻밖의 발견'을 가능하게 하는 역할이라고 하더군요. 아직은 웹이 잘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지요. 그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현시대에 속한 것이 아닌 어떤 콘텐츠를 찾으려는 사람들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의미지요.

 

여러분이라면 몇 년 전에 있었던 재난에 대한 1만 3000단어짜리 기사를 찾아 읽을까요? 굳이 찾아서 읽으려 하지는 않을 수도 있지만, 읽어보고 싶어 할 수는 있겠지요. 그러므로 질문은 새로운 플랫폼과 기술이 뜻밖의 것을 찾아내는 경험을 독자들에게 줄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질문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이 포럼에 직접 참여할 수는 없었지만, 모바일 기술을 통해 함께 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포럼에 참석한 모든 분들의 행운을 빕니다. 신나면서도 동시에 두렵기도 한 이 저널리즘 시대에도, 포럼에 참석한 모든 분들이 계속해서 보도를 하고 지식을 제공하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녹취 - 앤드류 그루인 / 번역 - 조명신)

 

셰리 핑크(Sheri Fink)는 누구?

스탠퍼드대에서 철학박사와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하버드대 등에서 가르쳤다. 주로 건강, 의학, 과학 분야를 취재하는 미국 언론인으로 그의 기사는 <뉴욕타임스><디스커버> 같은 유력 매체에 여러 차례 게재되었다.

 

재난이나 분쟁 지역에서의 의료 활동, 인도주의적 응급상황이나 후천성면역결핍증(HIV/AIDS)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와 집필을 해오고 있으며 코소보, 모잠비크, 러시아, 이라크,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국제 인도주의 지원 활동에 참여했다.

 

현재는 미국의 비영리 탐사 보도 매체인 <프로퍼블리카>(ProPublica)의 기자이자 하버드 휴매니테리언 이니셔티브(Harvard Humanitarian Initiative)의 선임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2005년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생과 사의 절박한 선택에 직면한 메모리얼 병원을 심층 보도해 2010년 탐사 보도 부문 퓰리처상을 받았다.

 

또한, 2003년에는 자신의 저서 <전쟁 병원>(War Hospital: A True Story of Surgery and Survival)으로 미 의학작가협회의 특별상을 받은 바 있다.

 


태그:#셰리 핑크, #퓰리처상, #세계시민기자포럼, #프로퍼블리카, #심층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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