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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노동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은 어렵고 돈이 돈을 버는 것은 쉬워 보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재테크를 통해 돈을 불리려고 안달한다. 하지만 사실 돈에 대해, 정확하게 표현하면 금융 시스템의 작동원리에 대해 잘 모른다. 늘 불완전한 정보와 그로 인한 판단의 오류로 낭패를 보기 일쑤다. 심지어는 투자에 실패한 후에도 자신이 왜 실패했는지 모른다.

증권사뿐 아니라 은행들도 적극 나서 적립식펀드를 판매하고 있지만 고객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곳은 찾기 힘들다.
 증권사뿐 아니라 은행들도 적극 나서 적립식펀드를 판매하고 있지만 고객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곳은 찾기 힘들다.
ⓒ 각 기관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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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적 의사결정은 개인 혹은 가정에서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따라서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의 효용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올바른 판단과 결정이 따라주어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몇 가지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고, 그로 인해 많은 실패를 경험한다. 이 오류를 극복하기 전에는 돈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어렵다. '보통' 사람들이 재무적 의사결정에서 흔하게 범하는 오류 5가지를 소개한다.

① 단순화

사람들은 복잡한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복잡한 내용을 단순하게 정리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복잡계' 안에서 문제의 본질을 파헤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들리는 이야기와 과거의 경험에 의존해 쉬운 판단과 결정을 내린다. 금융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돈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것 자체가 싫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잘 모르는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것이다. 실제로 간접투자상품(펀드)의 상당수가 이런 방식으로 (주로 은행 창구를 통해) 팔려나간다. 매스컴에서 들은 적이 있고, 판매권유인이 좋다고 하니까 구매하는 식이다. 해외펀드가 높은 수익이 났다고 하면 펀드투자에 돈이 몰리고, 경매로 몇 십억을 벌은 사람의 이야기가 회자되면 부동산 경매 관련 도서가 불티가 난다.

복잡한 것의 내용적 핵심을 파악하는 것과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은 다르다. 따라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문제는 '지금 우리 사회에 믿고 의논할 만한 재무전문가가 있는가'라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중립적 시각에서 고객이 겪고 있는 다양한 재무적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단순화의 오류에 빠지지 않으려면, (금융과 돈에 대한) 개인의 학습 및 훈련이 요구된다.

② 손실회피 경향

사람들은 이익보다 손해를 크게 받아들인다. 투자로 100만원을 벌었을 때보다 100만원을 잃었을 때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버는 기쁨보다 잃는 슬픔이 더 크기 때문에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손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그로 인해 손해를 볼 일이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에서도 손실을 인정하기 싫어서 더 큰 위험을 감내한다.

부동산을 포함한 거의 모든 투자행위에서 이 경향이 나타난다. 무리하게 집을 산 탓에 이자부담이 높아 가정경제가 망가지고 있고 집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매각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주식의 현재 가격이 매입가보다 낮으면 (언젠가는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팔지 않고 계속 보유하다가 더 큰 손해를 보고 나서야 매도한다. 모두 손실을 피하려는 경향 때문이다.

만일 이러한 손실회피 경향이 시장의 잘못된 믿음과 결합하게 되면, 손해는 훨씬 더 커진다. 대표적인 경우가 부동산 불패신화다. 대부분의 주택담보대출이 변동금리인 상황에서, 금리 상승은 가계 이자부담을 증대시킬 수밖에 없다. 가계 재무건강성이 훼손되고 삶의 질이 나빠진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은 언젠가는 오른다는 맹신'은 손실회피 경향을 오히려 더 강화시키는 주문(呪文)으로 작동한다. 합리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없어지는 것이다.

③ 심적 회계 처리

사람들은 거래를 할 때 마음 속에 나름의 계정과목을 설정해 놓고 이익과 손해를 (주관적으로) 계산한다. 이를 심적 계좌라고 부르며, 이 계좌의 성격에 따라 돈을 다루는 방식이 달라진다. 공돈 10만원이 생기면 쉽게 써버리고 부조금 10만원은 아까워한다. 신용카드로 물건을 구매하는 것은 가볍게 선택하지만, 목돈 마련을 위해 적금통장을 만들고 강제저축을 하는 것은 두려워한다. 모두 같은 액수의 돈임에도, 각각 처리하는 계좌가 다르기 때문이다.

가상의 심적 회계는 (재무적으로) 그릇된 판단과 의사결정을 하게 만든다. 마이너스 통장과 신용카드 사용금액을 부채계정으로 바라보지 않으며, 집값의 절반 이상을 대출로 구입하고도 자기 자산이 많다고 생각한다. 연 소득(세전)과 실 소득금액(세후)의 차이를 애써 무시하면서 소득을 부풀려서 생각하고, 구입한 주식 가격이 오르면 그 만큼 소비를 늘린다(반대로, 주가가 떨어진다고 소비를 줄이지는 않는다).

심적 회계는 돈의 쓰임새와 투자결과에 대한 '객관적' 판단을 방해한다는 점에서 위험한 틀(frame)이다. 과다 부채 때문에 쪼들린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 예상치 않았던 성과급을 받았다고 하자. 만일 이 돈을 빚 갚는데 쓰지 않고 다른 심적 계좌(그냥 생긴 돈이니, 쓰고 싶은 곳에 쓰자)에 넣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빚의 굴레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멀고 험난할 수밖에 없다.

④ 지나친 과신, 혹은 낙관주의

사람들은 보고 싶어하는 것만을 보고, 듣고 싶어하는 것만을 듣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편향은 객관적 사실을 왜곡시켜 근거 없는 낙관주의를 갖게 만들거나 지나친 과신을 심어준다. 주식시장이 아무리 요동을 쳐도 내 주식은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부동산 경기가 전체적으로 하락국면에 들어서도 우리 동네는 괜찮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갖는다.

하지만 이런 예측은 '비정한' 현실 앞에서 번번이 어긋난다. 이제 사람들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려고 하지 않고, 우연하게 보이는 현상 안에서 일정한 규칙과 패턴을 찾으려고 한다. 자신의 판단이 옳다는 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를 수집하여 논리를 구성하는 것이다. 믿고 싶은 것을 믿어버리는 어리석음의 표본이라고 할까?

문제는 부동산, 주가 등 그 어떤 경제지표도 예견하거나 패턴화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시장은 수많은 변수들로 가득 차 있으며, 매우 불규칙적이고 일관성 없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낙관이든 비관이든, 그것은 사실관계로부터 비롯한 추론도 아니고 합리적 근거도 없는 단순한 가정에 불과하다. 세계적인 경제학자들이 내놓는 단기 전망조차 번번이 현실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에서, 누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단 말인가?

⑤ 잘못된 믿음

널리 알려진 통념 가운데 '진실이 아닌' 대표적 사례 중 하나가 금리와 인플레이션 위험이다. 금리가 낮을 때에는 저축을 해도 물가상승률을 따라갈 수 없으니 투자를 하라는 것인데, 보통의 급여생활자들은 임금과 물가상승이 서로 연동되기 때문에 저축(투자) 여부와 상관없이 인플레이션 위험에 크게 노출되지 않는다. 이 비교는 일종의 '착시'라고 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고령화 시대를 살아가려면 최소 수억 원의 노후자금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 주가 흐름의 기술적 분석을 통해 미래 주식가격을 예측할 수 있다는 가정, 큰 돈을 벌려면 부채 레버리지(leverage)를 활용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 마음만 먹으면 줄일 수 있는 고정비용이 줄줄 새고 있음에도 우리 집 재정 상황을 알고 있다고 믿는 착각 등 재무와 관련된 잘못된 '믿음'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렇다면 누가 이러한 미신(迷信)을 생산하는 것일까? 정부와 기업의 요청에 따라 (관변) 학자와 (기업) 연구소들이 밑그림을 그리면, 언론이 그 논리 위에 색깔을 입히는 방식이 그것이다. 이러한 역할분담 체계가 고착화된 것은 이미 오래된 전통이다. 경제분야 특히 금융 영역의 복잡성은 사람들을 쉽게 '지배' 이데올로기에 감염시키고 비판적 사고를 마비시키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편향들이 예외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범하는 오류라는 사실이다. 당신 역시 이것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러한 오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무엇보다 알고(know), 행하고(do), 들여다보는(see) 일련의 공정(cycling)이 필요하다. 내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어떤 행동을 하면 안 되는지, 만약 실수를 했다면 무엇이 원인진지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반복된 훈련 과정이 따라주어야 한다.

①단순화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금융 생태계의 본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우는 것이다.
 ②손실회피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③심적 계좌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실제 장부(가계부)를 통해 재무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습관을 가지면 된다.
 ④과신과 낙관주의에서 벗어나려면 감(feeling)이 아니라 철저하게 사실(fact)을 중심으로 상황을 파악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⑤잘못된 믿음을 버리려면 흘러 다니는 정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하지 말고 비판적 사고를 통해 본질과 허점을 구분할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일반 원칙에도 불구하고, 이 기준을 실천하기란 쉽지 않으며 또 의지만으로 해결되지도 않는다. 개인의 노력이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필요충분조건을 만들기 어렵다는 말이다. 우리가 사람들에게 올바른 정보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셀파(selfa), 즉 진실한 재무전문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당신은 믿고 의지할 만한 재정 파트너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태그:#재무적 의사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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