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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대학 새내기였던 1990년 늦여름의 일입니다.
저는 당시 강원도 횡성에서 아버지와 둘이 살고있었고
춘천에 있는 강원대학교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집은 횡성에서도 '공근면 도곡리'라는 아주 외진 시골이었는데
춘천~원주간 시외버스가 서는 공근면에서 도보로 40분정도 걸리는지라
통학할 때는 아버지가 자가용으로 버스정류장까지 태워주셧습니다.

그날은 아침부터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는데
오전10시쯤 부터는 낮인데도 컴컴할 정도의 폭우가 내렸습니다.
그땐 다들 왜그랬는지(비올 땐 '술'이 땡기나봅니다^^),
대낮부터 강의도 빼먹고 정문앞 슈퍼에서 파전에 막걸리로 비구경을 했었드랬죠.

그런데, 왠지 오늘 집에 못.갈.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더니
(집 횡성에서 춘천까지는 꾸불꾸불한 국도에 시외버스로 1시간 40분이 걸립니다)
아니나.다를까 오후에 확인해보니 홍천.어디에 다리가 무너져서 버스가 끊겼다는 겁니다.

아버지는 아침에 저를 버스정류장까지 태워주고 서울로 올라가셔서
다시 오후쯤 내려오겠다고 하셨는데, 저 때문에 폭우속에 일부러 내려오시지 마시라고
전화를 드렸더니, 벌써 출발하셨다고 하고...(그땐 핸드폰도 없던시절)

어쨌든 저야 별다른 방법이 없으니, 친구 자취방에서 그날밤을 지내기로 했는데...

그냥 괜시리 아버지 걱정도 되고,
좁은 자취방에서 초저녁에 새우깡에 깡소주를 처량하게 마시고 있자니 집에 가고 싶은 겁니다. 횡성버스터미널에 가보니, 역시나 버스는 끊겼고, 어찌어찌해서 자가용 영업택시를 타고 홍천으로, 홍천에서는 히치하이킹으로(당시는 젊은 객기가 있어 가능했던) 마을입구 국도변까지 왔습니다.

마을입구부터 집까지는 2km정도 도보로 걸어가야 하는데
시간은 이미 밤 12시도 넘었고, 별빛도 하나 없는 산길을 폭우속에 뒤집어진 우산을 손에들고 추위에 덜덜 떨며 걷자니 슬슬 으스스한 기분이 들기 시작합니다.
담배라도 하나 피고 싶은데, 이미 비에 쫄딱 젖어버렸고, 라이타 역시 켜지지도 않고...
괜히 아무 노래나 흥얼흥얼 거리면서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저~~앞에 큰 느티나무에 하얀 소복을 입은 여자가 서 있는 게 보입니다.

@@????!!!!!
에~이~에이~~^%&*$^*%*$&*$^$ 말도안되!!에이~!!^$**&*$&*?!?!?!
폭우속에 그자리에서 꼼작도 못하고 한 5분 동안 2,30미터 앞 느티나무에
허옇게 펄럭이는 물체를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조금 용기를 내어 다가가보니(사실 뒤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 허연 물체는 근처 밭에서 날아온 하얀 비닐(고추농사 등에 쓰이는 농업폐기물)이
바람에 날려 나무에 걸려 펄럭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안도의 한숨과 허탈감을 느낀것도 잠시...
그때부터 갑자기 애써 생각하지않으려 했던, 무서운 생각이 한 번시작되자 머리속에 패닉현상처럼 밀려듭니다. 어릴적 전설의 고향에서 본 '내다리 내놔' '얼굴 없는 미녀' 등등부터 시작해서 내가 알고있는 무서운이야기들로 머리속이 하얗게 질려버렸습니다.

머리가 고슴도치처럼 바짝서고,
비에 온몸이 젖었는데도 등으로 땀줄기가 흐르는 것이 느껴집니다.
마음은 뛰고싶은데 다리가 굳어서 걷기조차 힘들고,
노래라도 부르고 싶은데 목소리도 잘 안나옵니다.
겨우겨우 억지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는데...

저 앞에서
뿌옇고 둥근 반투명물체(지름 5,60센티정도)가 보이더니
내 머리옆으로 슈~욱하며(소리는 없이) 눈깜작할 사이에 날아 지나쳐 갔습니다.
'뭐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또 비슷한 크기의 둥근 허연 물체가
저 앞에서 부터, 내 좌우로 '슉~슉'하며 날아와 지나갑니다.

어떻게 집에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절할 것 같은 머리 상태에서 눈을 부릅뜨고 억지로 억지로 왔습니다.
집에 오니 아버지도 안와 계시고(다행히 비가 너무 와서 국도변에 차 세우고 주무시고 담날 오셨습니다)
덜덜 떨리는 마음과 몸을 집안 온 곳에 불켜둔 채로 뜬 눈으로 그날밤을 보냈습니다.

다음날 횡성시내 서점에 가서 책을 한 권사왔습니다.
어제 내가 본것이 헛것을 본 거라기엔, 너무도 생생해서 뭐라도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산 책은 어느 스님이 쓴 '業'이라는 책이었는데, 쉽게 말해 심령책이었습니다.

이 사진보다는 더 뚜렷하고 둥근원
▲ 참조사진 이 사진보다는 더 뚜렷하고 둥근원
ⓒ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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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책의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귀신, 사후세계가 있는 것은 당연(?)하며, 이승과 저승은 마치 라디오의 AM과 FM처럼 주파수가 달라 평소에는 서로 볼 수 없지만, 어느 순간 주파수가 일치하는 순간이 생길 수 있는데 이때 귀신을 본다'라는 것입니다.

그 책을 살펴보면서 책 도입부에 이른바 심령사진들이 몇장 있었는데
그 사진을 보자마자 저는 또 머리속이 하얗게 질려버렸습니다.

사람의 임종 순간을 찍은 사진이 있는데, 둥글고 뿌연 원형물체가 사람의 코에서 빠져나가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었습니다. 몇몇 다른 사진에도 비슷한 '혼령' 또는'사람에네레기'라고 소개한 사진은 분명 제가 어제 본 둥글고 흰 물체였습니다.

사람이 공포상황에서는 헛것을 보거나 환청,환상을 볼수 있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헛것을 보더라도 최소한 자기가 알고 있는 상식내에서 헛것을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저는 '처녀귀신, 도깨비불, 구미호' 같은 것들은 알고 있었어도, 사람의 혼령이 그렇게 생겼다는것은 그 책을 보기 전까진 전혀 알고 있지 않았습니다

과연 제가 본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덧붙이는 글 | 무서운 이야기 하나 해줄까?



태그:#혼령, #처녀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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