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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하는 길에 기름을 넣었다. 기름을 다 넣고 우리에게 건네진 빳빳한 종이 한 장이 있었다. 경품 이벤트용 카드였다. 그런 거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나, 즉석에서 동전을 찾아내 긁었다. 또렷이 나타난 글자들은 '제주도 여행2인권 당첨'이었다. 남편은 막 주유소를 벗어나려다 차를 세우고 주유원이 있는 곳으로 뛰어가 물어보고 왔다.

이벤트 카드 동전으로 긁고 제주 여행권이 나타났을 때는 앞이 안보일 정도로 열광했는데.
이벤트 카드동전으로 긁고 제주 여행권이 나타났을 때는 앞이 안보일 정도로 열광했는데. ⓒ 이현숙

"맞대. 당첨이래. 그런데 인터넷에서 확인해봐야 한다는데…."
"그래, 정말 당첨이면 좋겠다."

그런데 잔 글씨를 자세히 읽어보니, 보너스 경품 제주도 2박 3일 여행 2인권에 호텔/펜션+렌트 48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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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이거 항공권은 아니잖아."
"그래애. 그래도 그게 어디야. 숙박하고 렌트카만 해 줘도 꽤 괜찮지."

우리는 열광했다. 이런 당첨은 처음이라는 둥, 안그래도 제주도 한 번 가려 했다는 둥. 그러다 한참을 묵묵히 가던 남편, 드디어 효도 본능까지 나왔다.

"그런데 말야. 이번엔 엄마를 모시고 가야 하는 거 아냐?"
"그렇지. 그 말이 왜 안 나오나 했어."
"그 비행기 타고 제주도나 함 가 봤으믄…."

86세이신 시어머니 해외여행을 갈망하시다 약간 눈높이를 낮추셨는데, 그 눈높이가 바로 제주도였던 것. 나도 이번 기회에 어머니 자랑거리도 만들어 드리고 잘 됐네, 생각했다. 

아무튼 우리는 '얼른 일보고 집에 가서 인터넷에 들어가 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하루종일 설렜다. 그리하여 평소 개인정보 유출이 신경 쓰여 가입을 꺼려하던 나 흔쾌히 보너스 카드 회원으로 가입했다. 그리고 경품수령방법대로 차근차근히 입력해 나갔다. 입력하면서 카드를 다시 살펴보니 그제야 100% 경품 이벤트라는 글씨가 보인다. 그러니까 전원 다 이벤트에 당첨된다는 말이 된다.

수령 입력이 끝나자 이번엔 제세 공과금이 떡하니 나타났다. 우리가 받을 경품가격을 44만원으로 책정하고 22%가 제세공과금이니까, 제세공과금은 96800원이다. 그래도 경품신청은 끝났고 내 핸드폰으로 정상적으로 처리되었음을 알리는 문자도 왔다. 하지만 여행은 2년 안에 하면 되는데 제세공과금은 일주일 안에 납입해야 하고 납입 후 일주일 안에 취소를 해야 전액 환불가능하단다.

이벤트 카드 깨알 같은 글씨라도 자세히 읽어보아야...
이벤트 카드깨알 같은 글씨라도 자세히 읽어보아야... ⓒ 이현숙

10만원이나 되는 돈이 들어가야 하므로 카드를 다시 한 번 꼼꼼히 읽어봤다. 이건 경품행사는 에스오일에서 하는데 제주도 여행권에 대한 모든 책임과 권리는 레이디투어라는 데에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렇다면 잘못 돼도 당초 경품을 시행한 에스오일은 아무 책임이 없다는 뜻인가? 이 점이 좀 애매했다. 레이디투어 홈페이지에 들어기 봤더니, 안내글이 먼저 떴다. 성수기라 상담 문의로 전화가 폭주해 연결이 잘 안 되고 있으니 질의 응답 게시판에 글을 남기면 순서대로 연락을 주겠다는.

다음 날, 레이디투어에 전화를 해 통화를 했다. 하지만 이미 10월까지는 거의 다 찬 상태, 예약이 어렵단다. 결국 비수기나 내년으로 정해야 하는데 한 번만 취소가 가능하고 두 번째 예약했다가 취소하게 되면 제세공과금조차 건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이거 참 통화를 하면서도 제주도 2박 3일 여행권에 낚인 느낌이 들었다. 

미심쩍어서 검색을 해보았다. 그랬더니 이 경품 에스오일만 한 게 아닌 모양이었다. 치킨점, 전자프라자, 피자집, 백화점 등에서도 같은 경품 이벤트가 있었는지 많은 댓글이 올라와 있었다. 다행히 날을 잘 선택해 갔다 왔다는 댓글도 있었는데, 호텔이나 렌트카는 기대에 못 미친다고 했다.

당첨됐다며 열광하던 우린 김이 빠졌다. 우리 남편은 어머니를 모시고 가서 좋은 호텔과 근사한 조식 뷔페로 진짜 멋진 효도를 하고 싶었는데, 호텔은 모텔보다 약간 좋더라, 또 아침 식사는 그냥 집에서 먹는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는 식으로 달아 놓은 댓글을 보더니 실망했는지 아무 말이 없다.

대기업이 하는 이벤트니까 아무래도 기업 이미지에 걸맞는 알짜배기 경품일 거라 생각했는데, 이번엔 아닌 것 같다. 에스 오일에도 전화했는데 제주 여행권 경품에 대해서는 무조건 레이디 투어로 미루면서 고객 달래기에만 급급했다.

사실 100% 경품 이벤트라는 것부터 문제가 있었다. 책임을 전가해야 할 만큼 애매한 경품을 많은 사람들에게 주기보단 단 한 사람에게 주더라도 제대로 된 것을 줘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는 이벤트였다.


#경품#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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