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0.05.30 16:02최종 업데이트 10.05.30 16:04

하마터면 이 위대한 음악가를 잃을 뻔했구나

김광석류 비타산조 공연을 보고 와서

김광석류 비타산조 콘서트 현수막 문화일보홀 입구에 걸린 현수막
김광석류 비타산조 콘서트 현수막문화일보홀 입구에 걸린 현수막 ⓒ 정민숙

삼 일 동안 앓아누웠다. 목이 아프면서 잦은 기침이 나고, 온 입안이 뜨거우면서 침 삼키기도 힘들었다. 두통은 너무나 심하고, 귀도 아프면서 눈동자도 아팠다. 아침이 되어 식구들이 나가고, 오후가 되어 다시 들어와도 나는 계속 아팠다. 일어나서 내과에 갈 힘도 없어 물도 못 먹었다. 아파하는 나를 스스로 지켜보면서 이 고통이 지나가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오늘(29일)은 토요일. 기타리스트 김광석님의 비타산조 앨범 발매기념 콘서트 둘째 날이다. 초대 손님으로 장사익님이라고 한다. 다 아팠던 것일까? 가고 싶은 마음이 컸을까? 삼 일 동안 끼니라고는 한 번 밖에 못 먹었는데도 자리에서 털고 일어났다. 자리보전을 하고 누워있는 것만큼 서러운 일도 없다. 마음은 안 그런데 몸은 전혀 움직일 수가 없으니... 덕분에 평소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새삼 깨달아 몸을 함부로 써서 무리가 없도록 하려는 다짐을 한다.

구름 위에서 놀다 시디 현장에서 구입한 시디 <구름 위에서 놀다> 사인도 받아 왔다. <은하수> 시디도 구입했다.
구름 위에서 놀다 시디현장에서 구입한 시디 <구름 위에서 놀다> 사인도 받아 왔다. <은하수> 시디도 구입했다. ⓒ 정민숙

몸속에서 많은 것이 빠져나가 비어있는 느낌. 서대문 문화일보 홀에 도착해서 들어가니 참 많은 사람들이 가득했다. 6시 10분경 시작한 공연은 8시 50분이 넘어서 끝이 났다. 미리 예약을 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 현장에서 표를 구입한지라 자리가 2층이었다. 멀게 보이긴 했지만, 소리는 아주 좋았다. 내가 비어있는 상태라서 그런지 콘서트 내내 마음속으로, 듣는 것마다 보는 것마다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앓고 난 다음에 듣는 음악은 색다른 느낌이었다.

비타, 기타, 현판 콘서트에서 연주한 악기들. 맨 앞 바닥에 놓인 것이 <현판>이다.
비타, 기타, 현판콘서트에서 연주한 악기들. 맨 앞 바닥에 놓인 것이 <현판>이다. ⓒ 정민숙

삼국시대부터 연주되었으나 지금은 쓰이지 않는 <비파>의 형태와 <기타>의 기능을 합쳐서 만든 악기가 <비타>며 현은 거문고와 가야금 줄인 명주실을 7현으로 사용하여 제작하였다고 한다. 이 악기로 연주한 <구름위에서 놀다>는 우리나라의 고유 정신인 <선비정신>을 표현했다고 한다.

AD
기타리스트로서 기왕이면 우리 소리를 표현하고 싶어 하는 열망으로 탄생시킨 것이 아닌가 한다. 연주소리는 깊고도 우아하면서 맑고 투명했다. 기타로는 나오지 않는 그런 소리를 기타 치는 모습으로 앉아서 연주를 하시니 <비타>라는 악기와 김광석님의 모습이 어쩐지 신선 같기도 하다.

밀양에서 KTX를 타고 도착해서 리허설도 없이 바로 연주에 맞춰 춤을 추시던 중요무형문화재 제 68호 밀양백중놀이 예능전수자 하용부님. 즉석에서 추는 춤인데도 비타 소리에 어찌 그리  한 마리 백로처럼 추시던지 손가락 하나의 몸짓도 놓칠세라 눈도 깜빡거리지 못했다.

김연아 선수가 피겨스케이팅에서 연기할 때 표현하던 손가락의 움직임이, 하용부님의 그 손가락 추임새와 비슷했다. 타국선수들과는 다른 표현의 우아함과 아름다움. 서양의 운동을 하면서 우리 고전의 몸짓으로 표현한 세계피겨여왕 김연아 선수와 김광석님, 하용부님 사이에는 공통으로 흐르는 선이 보인다.

이 때 김광석님이 연주한 악기는 처음 보는 악기였는데 오른손으로는 현을 뜯고, 왼손으로는 탁탁 치면서 마치 북을 치는 듯한 연주를 했다. 소리 또한 두 가지 악기 소리가 나서 무척 신기했다. 나중에 연주가 끝난 후 초대 손님으로 오신 장사익님이 구수한 사투리로 무엇이냐고 물어보시니 <현판>이라는 악기로 역시 스스로 만드셨다고 한다. 이름은 가칭이란다. 현판은 건물 문패 같다며 차라리 <판현>으로 바꾸라는 장사익님의 말씀에도 그저 웃으신다. 이 악기는 소리만 듣는 것보다 역시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듣는 것이 정말 좋겠다.

구름 위에서 놀다 김광석류 비타산조앨범 concert <은하수>를 비타로 연주 하시는 김광석님. 비파와 기타를 합쳐놓았다는 새로운 악기 <비타>. 몽골의 하늘을 보고 만들었다는 <은하수>. 정민숙

좀은 허름하지만 편안해 보이는 양복과 구두를 신으시고, 엉덩이를 뒤로 살짝 빼면서 무릎을 살짝살짝 구부렸다 펴고, 가끔은 짝다리를 하고, 눈을 크게 떴다 감았다 하며,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 몸으로 노래를 하시는 장사익님. 오늘 몸을 일으켜 이 콘서트 장에 올 수 있어 얼마나 좋은가? 노래 들으면서 그 소리에 취해 집에 오면서 내내 <봄날은 간다>를 흥얼거리면서 왔다.

자신의 스승님은 스스로 스승인줄도 모르고 있다며, 자신은 언제든지 부르면 달려가서 연주하는 장사익밴드라고 하시던 김광석님. 사람 좋은 얼굴로 내내 웃으시며 심장수술한 지 석 달 보름 만에, 백일 만에 이 콘서트를 한다며, 새로 태어나 이제 사람형상을 좀 갖춘 것 같다며 축하하시던 장사익님. 이 콘서트가 가지는 의미가 얼마나 큰지 그 순간 알았다. 우리는 하마터면 이 위대한 음악가를 잃을 뻔 했구나.

좀은 어눌한 말투로 굴러가는 발음이라 조금 알아듣기 어려웠던 말소리. 그러나 연주소리는 너무나 맑고 투명하고 웅장하여, 두 귀로 듣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온 몸과 마음으로 듣게 되는 소리다. 새로운 악기와 새롭게 표현한 음악들. 끊임없이 노력하여 새로움 속에서 가장 근원적인 것을 탄생시킨 거장. 멋지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다녀온 후 일어날 기운도 없던 순간들이 꿈처럼 느껴진다. 어느새 나는 회복했고, 다시 할 일들이 머릿속에 순서대로 들어차있다. 하지만 <구름 위에서 놀다>에 다녀와서 그런지 좀 더 홀가분한 상태로 그 일들을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선비정신. 나는 무슨 정신으로 일을 해 낼까? 내 정신의 뿌리를 함 살펴보고 이름을 붙여봐야겠다. 언제가 될지는 나도 모르지만... 


#김광석류 비타 산조#구름 위에서 놀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치과위생사 . 구강건강교육 하는 치과위생사. 이웃들 이야기와 아이들 학교 교육, 책, 영화 좋아합니다.





이전댓글보기

독자의견1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