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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처음에 눈을 의심했다.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천만!! 세상에나, 방문자 수가 천만을 넘는 블로그라니!! 2008년 8월 14일에 첫 글이 올라온 이후, 2010년 4월 29일 현재 방문자 수가 1262만4953명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하루에 2만 명이 넘는 사람이 블로그를 찾아야 가능한 수치이다. 필자가 운영하는 미니홈피나 블로그는 하루 방문자가 수십 명을 넘기 쉽지 않은데 말이다. 블로그의 운영자를 만나 운영 비법이라도 들어보고 싶었다. '꺄르르'라는 필명으로 오마이뉴스 블로그 '당신 덕분에 꽃이 핍니다'(http://blog.ohmynews.com/specialin)를 운영하는 이인씨를 지난 2월 10일 홍대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지난 1년간 200명 정도 만난 것 같습니다."

블로그에 올릴 글을 쓰기 위해서 지난 1년간 2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난 것 같단다. 한 달에 대략 두 개의 인터뷰 기사 쓰기에도 벅차서 만날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필자는 큰 충격을 받았다.

에세이스트 김현진, 딴지일보 김어준, 수유+너머 연구소 고병권, 역사학자 한홍구 등의 유명한 인사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생활인들을 만난 이인씨는 만남의 흔적을 차곡차곡 블로그에 남겼다. 인터뷰 외에도 다양한 이슈에 대해 이인씨의 솔직한 느낌을 담은 글들은 수많은 누리꾼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도대체 무엇이 이인씨에게 이와 같은 엄청난 성실함을 불러일으켰을까?

천만명이 넘는 방문자가 찾은 블로그를 운영하는 파워블로거 이인씨
 천만명이 넘는 방문자가 찾은 블로그를 운영하는 파워블로거 이인씨
ⓒ 임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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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쾌락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인터뷰를 하러 갈 때 만나는 분에게 뭔가를 배운다는 생각으로 갑니다. 제가 인터뷰이의 책을 읽었다 하더라도, 그분을 책으로 만나는 것과 직접 만나서 눈으로 코로 입으로 피부로 느끼는 것이 다르더라고요. 그런데 사람은 망각을 하니까, 며칠 지나면 그 느낌을 잊게 되죠. 하지만 녹취를 풀면서 다시 그 느낌을 복습하게 됩니다. 공부가 굉장히 깊게 되더라고요. 이런 과정이 즐거웠기 때문에 계속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10대 시절부터 옷장사로 돈을 벌 정도로 시장주의적 인간이었던 그는 2002년에 모 대학의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그런데 철학이나 인문학을 접하면서 자신의 사고가 한쪽으로 치우쳤음을 깨닫고 사회학을 복수전공했다. 술 마시기 좋아하고 여자 만나는 것 좋아하고 스포츠를 좋아하는, 그야말로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이인씨는 대학에서 철학과 인문학, 사회과학을 접하면서 이전에는 느낄 수 없는 '쾌락'을 알게 된 것이다.

"책 한 권이 사람을 바꾸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책을 많이 봐야겠지요. 마치 100도가 되기 전까지는 아무리 가열해도 물이 끓지 않듯이 말이에요. 그럼에도 15도씩 온도를 올려주는 책들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리 안의 파시즘>같은 책이나 김상봉 선생님과 서경식 선생님의 대담을 담은 <만남> 같은 책을 보면서 정말 영혼이 뜨거워지더라고요. 이렇게 아파하면서, 세상을 고민하면서 살아가는 분들이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진지하게 읽다보니 한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 너무 힘겨웠습니다."

서경식, 김상봉의 대담을 담은 책 <만남>의 표지
 서경식, 김상봉의 대담을 담은 책 <만남>의 표지
ⓒ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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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필자는 이인씨로부터 은근히 블로그에 천 만 명을 꼬드길 수 있는 비밀 홍보 방법을 얻고 싶었다. 뭔가 남들은 모르는 특별한 영업비밀이 있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이인씨는 컴퓨터에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가 둥지를 틀고 있는 블로그도 사실 오마이뉴스에서 꾸며줬다고 한다. 이인씨는 컴맹에 가까운 사람이었던 것이다. 어이쿠! 완전 헛다리 짚었구나!

"홍보를 어떻게 하는지 몰랐습니다. 처음에 몇 만 명이 들어올 때 정말 놀랐어요. 포털의 힘이 크더라고요. 포털의 메인 페이지에 많이 떴습니다. 시의성 있는 내용을 올리면 많이 띄워 주더라고요. 내용이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홍보 방법은 솔직히 태그를 다는 것밖에 없지 않나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 하하. 저는 오히려 성실함 때문에 많이 찾아주신다고 생각합니다. 하루에 하나 이상의 글을 올렸거든요. 재미가 있으니까 주말에도 꾸준히 하나씩 올렸습니다."

블로그의 RSS 기능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이인씨가 파워블로거가 된 이유는 의외로 너무나 단순했다. 그가 성실하게 블로그를 운영했기 때문이다. 역시 답은 항상 단순한 곳에 있다는 자명한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의 담담한 대답을 듣고 있자니 마치 초야에 묻혀 무공을 닦고 있는 무인의 강직함이 느껴졌다. 예전의 무인들이 칼을 썼다면 그는 블로그를 쓰고 있는 정도의 차이랄까?

이인씨가 운영하는 블로그의 캡쳐화면
 이인씨가 운영하는 블로그의 캡쳐화면
ⓒ 임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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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 삶과 인생이 달라지는 공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젊은이들은 지금까지 하라는 대로 살아왔잖아요. 마치 홈이 파인 곳으로 물이 흐르듯 말입니다. 저도 그렇게 살아오다가 이대로는 행복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그래서 흐름에 거스르기 시작하고 홈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이인씨는 주류(主流), 그러니까 메인 스트림을 거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공부를 계속하겠지만, 그것이 제도권에서 석사나 박사 같은 학위를 따기 위한 공부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석사나 박사 학위는 말하자면 물이 흐르도록 파놓은 홈인데 그곳으로 흐르기를 거부하는 자신이 가야할 길은 아니라는 말이다.

"보통 사람들이 인문학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저도 예전에 그랬었죠. 최근에는 대중문화에 대해서 관심이 생겼습니다. 칸트가 어떻고 프로이트가 어떻고 하는 어려운 얘기보다는 대중문화의 원리를 탐구하면서 그 안에서 인간의 모습을 발견하고 싶습니다. 대중문화 안에는 제 안의 욕망, 그리고 세상 사람들의 욕망이 다 들어가 있으니까요. 인문학이나 대중문화나 결국은 토대는 같다고 생각해요."

필자의 게으름 덕분에 지난 2월에 인터뷰한 내용을 지금에서야 글로 옮기고 있다. 약간의 미안함 때문에 오랜만에 이인씨에게 연락을 했다. 미안한 마음과 더불어 조만간 기사로 나갈 것 같다는 얘기를 하니 뜻밖의 매우 반가운 소식을 전해준다. 그동안 블로그를 통해 진행한 인터뷰가 책으로 출간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단순히 글을 쓰는 일을 넘어서 직접적인 활동과 행동을 통해 자신의 뜻을 펼쳐볼 포부도 얘기한다. 인터뷰를 진행한 지 세 달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이인씨의 무공(?)이 더욱 높아진 것 같다.

필자는 블로그가 세상을 바꾼다는 둥, 트위터가 세상을 바꾼다는 둥, 아이패드가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는 둥 그런 얘기를 믿지 않는다. 하지만 필자가 확신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면, 블로그든 트위터든 아이패드든 간에 세상을 바꾸는 것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물건을 팔기 위해서 블로그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고, 단순히 하루하루의 일상을 적기 위해서 블로그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단순히 블로그 자체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기 위해 블로그를 사용하는 '사람'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인씨는 진정 파워블로거이다.

덧붙이는 글 | 주변 분들중에 단순히 취업준비와 스펙쌓기를 넘어서 도전적인 삶으로 희망을 일구어나가는 20대 30대의 청년이 있다면 이메일 reltih@nate.com 로 추천해주세요. 많은 분들의 관심 부탁드립니다.



태그:#꺄르르, #이인, #파워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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