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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 원장물을 곁에 둔 다리인 원장교를 건너면 오르막이 기다린다. 옆에 놓인 표지판이 '내도 알작지'가 가까이 있음을 알려준다. 이 원장교가 이호와 내도, 두 곳을 잇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물론 이 두 곳을 가름하는 것은 '원장내'라는 하천이다.

 

이 곳 사람이 아니라면 수량이 적거나 거의 없어 바닥을 드러낸 이런 제주도의 하천을 보고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것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제주도에 내린 비는 대부분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로 스며들어 저장되거나 흐른다. 그렇게 물이 흐르고 흘러 낮은 지대인 해안에 샘물(산물)로 솟아나오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리 길지 않은 오르막을 오르면 평야가 나온다. 육지의 것과는 비교거리가 못 되지만 너른 땅을 푸른 보리며 파가 자리잡아 싱그러움을 더한다. 일요일인데도 쉬지 않는 사람들이 만든 풍경은 경건하다.

 

 

밭길을 따라 휘파람 불며 서쪽으로 걸으면 내리막이 나온다. 바닷가는 절벽이고 그래서 급한 경사로 이루어져 있다. 이 언덕에 누군가 쳐 놓은 튼튼한 밧줄이 있는데 매우 유용하다. 바로 '도리코지 암맥군'을 만날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주인을 알 수 없는  둥근 산담(묘를 둘러친 돌로 쌓은 담)에 살짝 눈길을 주며 내려 오면 경이로운 세상에 압도된다. 물가를 따라 바다를 향해 길게 뻗은 바위는 얼추 4-50미터쯤이나 될 법한 길이이다.

제주시 용담동 바다에 솟구쳐나온 '용머리', 이른바 '용두암'이 그 신체의 뒷부분을 여기에다 내밀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춥고 비바람이 매서운 겨울날, 파도가 매우 높게 일 때 이 바위 위에서 휘청거리던 기억이 파릇하다.

 

이 용의 오른쪽에는 기암괴석이 우뚝우뚝 솟아 있어서 이 또한 장관인데, 그 빛깔이 붉은 기가 도는 것이 마치 화성에 내려 앉아 둘러보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평평하지 않아 걷기에 불편한 바닥은 공짜로 귀한 자연물을 보는데 치르는 대가라 여기면 될 듯하다.

 

알파벳 '유(U)'자로 작지만 둥글게 만을 이룬 해안을 따라 서쪽으로 걸어 오르면 작은 운동장이 맞이한다. 마을 사람들이 행사를 치르곤 하는 곳인 모양이다. 포제단도 한 켠에 있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더 나아가면 나오는 해안이 있어 반가워 한달음에 달려간다.

 

낚시하는 사람들이 솟은 갯바위에 기대거나 물과 돌 경계에 아슬하게 서 있는 풍경을 제공하는 이 곳은 '알작지'이다(겨울에 찾아갔던 '알작지' 기사를 보시려면 아래를 클릭하시길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322802)

 

파도에 닳아 둥글둥글해진 돌들이 또다시 파도와 어울려 노래를 부른다. 사랑으로 만나 영원을 기약하며 함께 했지만 티격태격 다투기도 하다가 세월이 감에 둥글둥글해져 서로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우리 부부네 인생을 노래로 한 것일 게다. 2주 전에 찾은 알작지엔 무언가가 갈색으로 온통 뒤덮고 있어 깜짝 놀랐었다. 알고 보니 하수로 떠내려와 바다로 밀려나갔던 나뭇잎들이 도로 쓸려와 쌓인 것이었다.

 

누군가가 열심으로 치운 것인지 자연스레 사라져갔는지 알 수 없지만  지금은 옛모습을 거의 되찾아 다행이다. 이런 둥근 돌들을 사람들은 '먹돌'이라고 부른다. '먹돌'은 이곳 내도의 상징으로 여겨도 될 법하다.

 

먹돌로 된 해안은 신기하게도 외도천으로 갈리는 너머의 외도 지역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또한 돌담, 초가, 심지어는 방사탑까지 이 먹돌을 가져다가 만든 것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과는 다른 특징이 된다.

 

 

특히 이곳 내도동 방사탑은 먹돌로 된 독특한 탑이기도 하거니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컬러풀'한 방사탑일 것이다.

 

 

방사탑이 마주한 바닷가 너럭바위에 아이들이 올라섰다 내려섰다 하며 놀고 있다. '두리빌레'가 이 바위인 듯한데 확신이 없어서 묻기도 하고 주변을 거닐어 비슷한 돌이 있나 살펴 보기도 하였다. 그러다 집 안에서 무언가 하고 계신 할머니께 여쭈니 역시 이 바위가 맞았다.

 

이 두리빌레는 바위 자체가 신당이라 '두리빌레당'이 된다. 믿는 사람은 아직도 여기에 다닌다고 한다. '알작지'를 나와 서쪽으로 더 걸으면 조그만 포구가 내도동의 경계를 담당한다.

 

오랜만에 만난 바다의 또다른 주인인 '바다직박구리'가 방파제 위에 여유로이 서 있었다. 반가운 얼굴이라 그런지 '지지배배' 거리는 소리가 맑고 정겹다. 더 다다가니 예의 날갯짓으로 낮게 쌩-하고 날아가 버린다. 푸른 하늘에 아쉬움을 남긴 채 내도 바닷가 여행도 끝맺고 말았다.


태그:#내도, #제주바닷가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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