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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라이프 의사회가 3일 오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불법 낙태 시술 관련 산부인과 세 곳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다.

작년 12월부터 생명 존중을 근거로 낙태근절 운동을 벌여 온 프로라이프 의사회 측이 이제 병원을 제재하기 위해 법적 행동까지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전국여성연대, 한국성폭력상담소, 언니네트워크 등의 여성단체들은 낙태에 대한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인식 자체가 "신중하지 못하다"며 크게 반발하고 나서 당분간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두를 구하기 위한 낙태 근절?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불법 낙태 시술 관련 산부인과 세 곳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면서 낙태에 대한 논쟁에 불이 붙었다. 사진은 SBS 드라마 <산부인과>.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불법 낙태 시술 관련 산부인과 세 곳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면서 낙태에 대한 논쟁에 불이 붙었다. 사진은 SBS 드라마 <산부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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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라이프 의사회 관계자는 "낙태에 관한 한 무법천지라 할 만한 우리 실태를 개선하고 생명 존중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사법 당국이 이제라도 책임을 통감하고 낙태 근절에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을 정부에 강력하게 촉구했다.

지난 1일 최안나 프로라이프 의사회 대변인은 MBC FM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서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서 이들을 향해 곱지 않는 시선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의사 내부에서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낙태 근절'이라는 '목적'에 더 충실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밝혔다.

"신변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비난을 받아온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길만이 다 죽어가는 산부인과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기회다. 또한 (이번 고발 조치는)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는, 모두가 눈 감고 있는 낙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

또 '낙태를 법적으로 단속하는 것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 것인가'와 관련한 '풍선효과'(지방 병원이 낙태 시술을 하지 않을 시, 여성들이 서울에 있는 산부인과로 몰리게 되는 상황)에 대한 사회자의 질문에 그는 "우리는 낙태 자체를 줄이기 위한 일을 하는 것이다. 풍선효과로 인해 서울에 있는 병원이 소위 대박을 치는 상황에서도 사법당국이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문제다"며 정부의 소극적 대처를 비판했다.

낙태 근절 운동이 여성들 오히려 억압할 것

하지만 이러한 프로라이프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의사 내부에서 논란이 될 뿐만 아니라, '출산과 임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어떠해야 하는가'와 관련한 사회문화적 논쟁에까지 연결된다.

같은 날 오전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낙태  병원 고발 조치에 대해 '다함께 여성위원회'를 비롯한 9개 여성관련단체는 "여성의 안전을 위협하는 반인권적 낙태고발조치를 즉각 중단하고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각 단체 인터넷사이트에 올렸다.

여성단체들은 "여성은 더 이상 아이를 원하지 않아서, 아이를 기를 만한 경제적 여건이 되지 못해서, 결혼제도 밖의 임신이 도덕적으로 지탄받고 비난받아야 할 행동으로 여겨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낙태를 선택하는 것"이라며 "아무리 낙태시술을 하는 의사와 여성들을 고발한다고 해도 낙태는 근절될 리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현재 유명무실한 낙태관련법과 관련해 "현실을 따라오지 못하는 관련법은 강화할 것이 아니라, 여성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조건과 여성들의 경험을 고려하여 전면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여성단체들과 함께 성명을 낸 나영정 진보신당 정책연구위원은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낙태 근절 운동은 과정이 아니라, 낙태에 대한 인식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보고 있다.

"낙태문제는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수십년 간 끊임 없이 이야기해왔던 주제다. 프로라이프 의사회에서는 생명 존중을 낙태 근절의 근거로 들며, 마치 '생명 존중'과 '여성의 선택권'이 반대되는 걸로 보이게 하는데, 그런 인식은 잘못되었다."

또한 그는 "여성들이 낙태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사회구조를 보지 않고, 개별적인 사람들, 여성들, 의사들의 비윤리성이 마치 (낙태의) 원인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하면서 "출발 자체가 잘못된 움직임이기 때문에, (낙태 병원 고발 조치가) 오히려 낙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을 억압하는 기제가 될 수 있다"며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행동을 염려했다.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양심에 따라 하는 선한 생동인 것처럼 말하지만 사회적 파장에 대해서 신중히 고려했어야 했다. 국가가 여성의 몸을 통제하는 것,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신체의 자유를 법으로 규제하는 것에 대해선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또 저출산 해결 위해 낙태 근절을 이야기 하는데,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저출산이 해결되지, 낙태 근절은 불법 낙태 시술만 늘릴 것이다."

최안나 프로라이프 의사회 대변인은 '낙태는 사회경제적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는 여성계의 시각에 대해서는 "사회경제적 문제가 있다면, 사회경제적 문제로 해결하도록 노력하면 될 것"이라며 그러한 문제제기가 자신들의 낙태 근절 운동과는 관련이 없다는 듯 선을 그었다.

덧붙이는 글 | 권지은 기자는 오마이뉴스 11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프로라이프의사회, #낙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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