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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중앙대학교 흑석캠퍼스 본관 앞에서 학내 언론탄압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대학언론 장례식' 퍼포먼스를 열었다. 이들은 학교측의 교지편집위 예산 전액 삭감을 규탄하며, 비판적 대학언론에 대한 보복조치라고 항의했다.
▲ 대학언론 장례식 2일 중앙대학교 흑석캠퍼스 본관 앞에서 학내 언론탄압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대학언론 장례식' 퍼포먼스를 열었다. 이들은 학교측의 교지편집위 예산 전액 삭감을 규탄하며, 비판적 대학언론에 대한 보복조치라고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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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직원들이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막고 있다.
▲ 대학언론 장례식 중앙대 직원들이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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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학교가 언제부터 촌스러웠냐, 왜 이리 변화에 세련되지 못하냐."

학교를 향한 대학생의 규탄발언이 아니다. 학교 직원들과 대치하던 제자들에게 박범훈 중앙대학교 총장이 던진 꾸중이다.

한 학생이 박 총장을 향해 "저희 의견을 들어주세요"라고 외쳤지만, 스승은 냉정했다. 그는 계단을 점거하고 있던 직원들에 둘러싸인 채 학교 본관 2층 총장실로 올라갔다.

최저 기온이 -9℃로 떨어진 2일 오후 1시께, 중앙대학교 학생 30여명은 본관 앞에 모여 '대학언론 장례식'을 치렀다.

상주와 몇몇 학생들은 '죽은 언론'의 관을 들고 본관 앞 청룡호수를 한바퀴 돌았다.

제단에는 향과 국화를 올렸고, 가슴에 근조 리본을 단 채 절을 올려 '언론'의 죽음을 애도했다. 폐간 위기에 놓인 교지 <중앙문화>와 <녹지>의 독립성을 요구하는 퍼포먼스였다.

학교는 대학 언론을 어떻게 '접수'하나

앞서 지난 1월 13일 학생들은 중앙대 언론매체부장인 장영준 교수를 통해 "2010년 교지 발행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는 박 총장의 입장을 전달받았다. 발행 비용을 모두 교비로 충당하는 상황에서 전액 예산 삭감은 사실상 폐간조치다. 이 과정에서 학교는 교지편집위원회와 아무런 사전 논의도 하지 않았다.

중앙대 언론매체부에는 교지와 학보, 방송국, 영자신문사를 비롯해 6개 언론사가 속해 있는데, 예산이 모두 깎인 것은 <중앙문화>와 <녹지> 뿐이다. 도대체 이 두 매체가 무슨 '촌스러운' 기사를 보도했기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문제가 된 글 <기업은 대학을 어떻게 '접수'했나>
▲ 중앙문화 문제가 된 글 <기업은 대학을 어떻게 '접수'했나>
ⓒ 박솔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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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지난해 11월 25일 시작됐다. 이날 발간된 <중앙문화> 58호에는 '기업은 대학을 어떻게 '접수'했나'라는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는 지난 2008년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한 뒤 펼친 기업식 구조조정을 다뤘다. 가부장적인 대기업 문화가 침투하면서 학내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대학의 본질인 '상아탑'이 무너지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대학은 발간 당일 <중앙문화>를 모두 강제수거했다. 다음날 26일 장영준 교수는 "총장님을 조롱하는 만화를 게재했고, 내가 원고를 미리 보지 못했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배포는 알아서 하되 차후 문제가 되면 책임은 편집위가 져야한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구예훈 편집장이 학교측의 결정에 항의하고 있다.
▲ 중앙문화 구예훈 편집장이 학교측의 결정에 항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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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해가 바뀌고 예산편성 시기가 되자 편집위의 책임은 '사실상 폐간'으로 이어졌다.

'중앙대 학내 언론탄압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보도자료에 따르면 장영준 교수는 "예산삭감은 총장의 결단이며, <중앙문화> 58호에 비판적 기사를 실은 것이 문제가 되었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교비 지원 없이 학생들의 자율 납부를 통해 교지를 발행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비대위는 "학교 측에 예산삭감 경위를 묻는 공개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자율 납부'에 대해서도 "학생 자치활동에 할당된 예산을 삭감하고 학내 언론을 탄압하려는 취지"라고 주장했다.

2일 중앙대학교 흑석캠퍼스 본관 앞에서 학내 언론탄압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대학언론 장례식' 퍼포먼스를 열었다. 이들은 학교측의 교지편집위 예산 전액 삭감을 규탄하며, 비판적 대학언론에 대한 보복조치라고 항의했다.
▲ 대학언론 장례식 2일 중앙대학교 흑석캠퍼스 본관 앞에서 학내 언론탄압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대학언론 장례식' 퍼포먼스를 열었다. 이들은 학교측의 교지편집위 예산 전액 삭감을 규탄하며, 비판적 대학언론에 대한 보복조치라고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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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문화> 편집장을 지내고 이날 장례식 상주를 맡은 우상길(사회학과 01)씨는 "학교가 학생들을 기업논리에 종속되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는 학생이지 기업 직원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박 총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유감"이라고 밝힌 그는 "장례식은 결코 끝이 아니다, 삼우제·사십구제도 기다리고 있다"면서 "언젠가 중앙대 민주주의 장례식을 열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임지혜 중앙대 총학생회장도 "학교측이 조금이라도 정치색이 들어 있다고 판단하는 행사는 모조리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국대학생행진을 중앙대에서 열려고 했는데 학교 측이 '학내에 다른 학교 학생들을 들일 수 없다'고 불허했다, 그러나 알고보니 같은 날 학교 강당에서는 다른 학교 학생들이 비보이 공연을 열었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손일수 기자는 오마이뉴스 11기 인턴 기자입니다.



태그:#중앙대, #교지편집위, #언론탄압, #예산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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