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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양 시청
ⓒ 손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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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 지 14년 밖에 안 된 건물을 애써 헐 필요가 있나요? 도무지 납득할 수 없어요. 100층 초호화 청사라니… 낭비도 이런 낭비가 없고 안양시민으로서 참 화가 납니다."

29일 경기도 안양시청 뒤편에 조성된 평촌 중앙공원에서 만난 박장석(34)씨는 불만을 터트렸다.

그는 "안양시민들의 의견 수렴도 하지 않고 어떻게 신청사 계획을 세울 수 있느냐"고 반문하며 "이런 게 안양시장이 강조하던 '섬김행정'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8일 이필운 안양시장은 기자회견에서 "100층짜리 새청사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안양시청 부근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시민들은 '시 청사를 되돌려 드리겠다'는 안양시의 입장보다 '100층 초호화 청사'라는 말에 더 큰 비중을 뒀다.

안양시청 인근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유복실(48)씨는 조망권 문제를 제기했다.

유씨는 "어제 뉴스보도를 통해 소식을 들었다"면서 "시청 너머 보이는 야경을 좋아했는데 신청사가 건립되면 야경을 볼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나타냈다.

남편과 함께 산책을 나온 백연순(63씨)는 안양시청의 신청사 신축계획에 대해 "다 쓸데없는 일"이라고 손을 내저었다. "멀쩡한 건물을 왜 허무냐"는 것이다. 

그는 "공사가 시작되면 소음이 발생할 텐데 산책이 어려울 것 같다"며 "100층 짜리 건물을 지으면 서민행정이 나아지는가, 새청사를 짓는 일보다 시민들의 편의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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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시청 건너편에는 47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수 년 전 건물 신축 당시 안양시는 조망권을 내세우며 층수를 낮출 것을 요구했다. 관악산 등을 볼 수 있는 조망권이 크게 축소되고 스카이라인을 해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지금 안양시는 입장을 바꿨다. 오히려 100층짜리 청사를 지어 부지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안양시청의 한 관계자는 조망권 축소 등 시민들의 '불편함'에 대해 안양시의 발전을 위해 "감수해 달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 청사 부지는 무려 6만736㎡에 달하지만 용적률은 54.5%에 불과해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신청사를 건축할 경우 용적률 1000%에 저탄소 녹색건물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청사에 행정청사는 일부에 불과해 호화 청사와는 거리가 멀다"며 "용산시와 성남시의 경우와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초호화 청사 논란에서 비껴가겠다는 입장이다.

그에게 시민들의 조망권 축소와 소음발생 등의 문제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안양시의 발전을 위해 시민들이 일정 부분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시 발전이 한층 가속화될 것입니다. 행정은 시민들의 편의성도 중요하지만 효율성의 문제도 고려해야 합니다. 시민 개개인의 불편함을 다 헤아리다 보면 업무 추진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시민들의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그러나 이필운 시장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청사 건립 계획을 급작스럽게 내놓았다는 점에서 안양시가 강조하는 '효율성' 문제는 이미 시민들로부 설득력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지난 28일 이필운 안양시장이 시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0층짜리 신청사를 짓겠다고 발표해 초호화청사 논란이 커지고 있다.
▲ 안양시청 지난 28일 이필운 안양시장이 시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0층짜리 신청사를 짓겠다고 발표해 초호화청사 논란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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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손일수 기자는 오마이뉴스 11기 인턴 기자입니다.



태그:#안양시청, #초호화 청사, #이필운 안양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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