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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광 NK지식인 연대 대표 북한지역 지도를 보며 휴대폰 사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흥광 NK지식인 연대 대표 북한지역 지도를 보며 휴대폰 사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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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30일 오후 4시 7분, 탈북자 단체인 NK지식인연대 홈페이지에 '북한 화폐교환 불의에 실시, 전국의 시장 거래 중지, 주민들 아우성'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북한의 전격적인 화폐개혁 단행을 외부에 처음 알린 것이었다. 북한 내에 있는 '통신원'들에게 보낸 핸드폰을 이용한 취재를 통해 얻은 정보였다. 이어 약 1시간 뒤 북한 전문 인터넷매체인 <데일리NK>도 같은 뉴스를 전했다.

북한의 이번 화폐개혁은 탈북자들의 북한 내부 취재를 통해 알려졌다는 점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으며, 그동안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돼왔던 탈북자들의 취재 네트워크도 상당한 인정을 받는 계기가 됐다.

지난 26일 서울 마포에서 만난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자신들의 북한 내부 취재망에 대해 "북·중 접경지대를 중심으로 5개 도에 7, 8개 라인을 갖고 있다"면서 "로밍폰으로 통화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스마트폰도 한 대 들여보냈고 사진전송 가능성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보접근 수준에 대해서는 "핵심부나 고위급까지는 아니지만 지방의 시·군당 간부까지는 연결된다"고 전했다.

이 단체처럼 북한 내부 통신원을 두고 취재하는 북한 전문 매체는 10개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대표는 김책공업종합대학 출신의 컴퓨터공학 박사로 19년간 북한 컴퓨터대학 교수로 있다가 2003년 탈북해 2004년에 남한에 들어왔으며,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정치통일 분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NK지식인연대는 북한에서 전문직에 종사했던 탈북자들이 2008년 10월에 만든 단체로, 김 대표는 "북한의 실상을 전달하고 남·북한이 공유할 수 있는 통일 정책이나 개혁개방의 비전을 연구하는 통일학술 연구단체"라고 소개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내용이다.

최근 출시된 스마트폰으로 통화중인 김흥광 NK지식인 연대 대표.
 최근 출시된 스마트폰으로 통화중인 김흥광 NK지식인 연대 대표.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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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핸드폰 컬러링이 '아침이슬'이던데.
"이 노래를 좋아한다. '긴 밤 지새우고', '작은 미소를 배운다' 이런 가사들이 있는데, 삶에 대해 생각해 보고 희망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이 노래가 한국에 와서 사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북한의 개혁과 개방, 그리고 '우리 형제들을 어떻게 해야 잘살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잊지 않게 한다."

- 북한 화폐개혁은 어떻게 취재를 했나.
"단체를 운영하고, 계간지를 내고, 연구세미나를 하려면 우리도 북한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평상시 북한의 내부 상황을 모니터하고 필요한 정보를 취득하고 있다.

북한 화폐개혁 소식이 처음 들어온 건 지난해 11월 30일 오전 10시쯤이었다. 북한 당국이 낮 12시에 공표할 예정이라는 것이었다. 내가 없는 사이에 우리 사이트에 글이 올라갔었다. 나는 처음에 화폐개혁 얘기를 듣고 의아했다. 왜 지금일까, 화폐개혁은 국가적 여력이 있어야 하는데, 북한이 그런 상황도 아니고.

너무 큰 사건이라 확인이 필요할 것 같아서 글을 내리게 하고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낮 12시 이후에 확인되기 시작했다. 북 내부의 3, 4개 라인에서, 북한 당국이 화폐개혁을 공표했다는 말이 들어왔다. 그래서 북한 내부 취재를 하는 언론매체들에 물어보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글을 다듬어서 올린 게 오후 4시 7분이었다. 기사를 올리고 나서 10분 뒤에 통일부에서 전화가 왔고, 국정원 등 다른 정부기관들에서도 연락이 왔다. 그로부터 한 시간 뒤에 <데일리NK>에서도 기사가 올라갔다는 말을 들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 전송 가능성 확인"


- 내부 통신망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

"중국과 접경지대를 중심으로 5개 도의 7, 8개 지역에서 시장 동향, 의·식·주 상황 등을 파악한다. 매일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는데, 하루에 2, 3건 정도의 정보가 들어온다. 기본적으로 북한 주민들이 알 수 있는 정도의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

우리 소식통들은 주로 북·중 접경지역에서 우리 측과 통화를 한다. 전파가 약해 평양 쪽으로 깊게는 못 들어간다. 중국 단둥에도 우리 통신원들이 있어서, 건너편인 신의주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처음에는 중국폰을 들려 보냈는데 통화품질이 안 좋아서 한국의 로밍폰을 들려 보냈다. 요금은 우리가 바로 내고 있다. 문자메시지, 녹음파일, 사진도 올 수 있는 걸로 찾아보니 4개 모델이 가장 적합했다. 최근에 스마트폰도 한 대 들여보냈다. 어느 회사 제품인지는 광고가 될 수 있으니 말하지 않겠다(웃음). 사진은 용량이 커서 그런지 들어오지 못했는데, 사진 전송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고 인터넷 접속도 시험해봤다."

- 인터넷 사이트로 바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것인가.
"한국에서도 스마트폰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 건 어렵지 않은가. 통화할 때 사용법을 가르쳐 주고 있는데, 아직 능숙하지는 않다."

- 내부 소식통들은 위험할 수도 있을 텐데, 어떤 사람들이 역할을 맡나. 비용을 많이 지급하나.
"위험에 처한 사례도 있었다. 내부 소식통들에게 많은 비용을 주지는 않는다. 북한 사회의 개혁과 개방이라는 대의를 갖고 협력하는 것이다. 또 소식통들은 우리 일만 하는 게 아니라 나름의 일들을 갖고 있다."

- 김 대표도 직접 통화하나.
"그저께도 했다. (김정일 3남) 김정은의 고향이 원산인데, 그 생가를 조성하고 꾸민다는 소식이 있어서 직접 얘기를 듣고 싶었다. 그런데 아직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찰 대상자 아니면 북한에 있는 사람 생사 확인 가능"

김흥광 NK지식인 연대 대표.
 김흥광 NK지식인 연대 대표.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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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에 보면 '북한 정보 주문', '가족 친구 찾기' 코너가 있다. 내가 비용을 내고 북한정보를 주문하면 결과를 얻을 수 있나.
"북한은 주민등록시스템이 2003년부터 가동됐다. 처음에는 네트워크가 불안정했지만 지금은 체계가 잡혔다. 사찰 대상자가 아니면 신원조회는 별 문제가 없다. 그쪽에 정보를 보내면 인적사항을 확인해서 알려주고 있다.

한 예로 탈북자 중 어떤 분이 북한에서 살았던 때의 옛날 주소가 있는데 동생의 생사 여부를 알고 싶어 해서 확인해준 적이 있다. 반대로 북쪽에서 사람을 찾아달라는 요청이 와서 인적사항을 확인해주기도 한다. 지금까지 3건 정도 있었다. 그런데 이런 프로그램들은 이산가족들에게 도움을 주자는 것이지, 언론취재를 도와주자는 건 아니다."

- 북한의 어느 정도 위치의 인사들까지 접근하고 있나.
"핵심부나 고위급은 어렵고, 지역의 시·군당 간부까지는 연결이 된다. 당의 행사나 강연회, 중앙에서 내려오는 지침과 정책들에 대한 정보는 받을 수 있다."

- 북한 내부 취재 내용에 대해 신뢰도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최대한 크로스 체킹을 하고 있다. 정보데스크도 만들었다. 지식정보센터에서 자료를 캐치해서 보내면 정보데스크에서 분석을 한다. 정보의 가치와 타당성을 검토해보고, 다른 자료들과 비교해본다. 1주일에 10건 이상의 소식이 들어오는데, 우리가 '독점뉴스'로 내보내는 것은 주당 3~5건 정도다."

- 화폐개혁의 배경이 무엇이라고 보나.
"복합적인 것으로 본다. 첫째는 경제문제 해결이다. 북한은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시장의 물가가 눈덩이처럼 부풀려져서 더 이상 주체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쌀 1kg이 40원에서 3000원~4000원으로 폭등했는데, 노동자 급여는 변화가 없다.

두 번째는 금전만능주의의 해소다. 경제가 붕괴해 주민들 스스로 자급자족을 추구하게 되면서, 돈이 나와 내 가족을 지킨다는 금전만능주의가 싹트기 시작했다. 이는 당과 정부에 대한 신뢰가 허물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더 이상 당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과 무조건적인 만세는 없다는 것이다.

셋째는 후계체제 구축과 관련된 것이다. 예전에는 사회적 지위를 가족성분, 충성심, 당원인가 아닌가의 출신성분으로 따졌는데 지금은 돈이 군림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권력승계도 영향을 받게 된다."

- 북한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장이 <조선신보> 인터뷰에서 화폐개혁의 목적이 재정 확충이라고 했는데.
"그런 면도 있다고 본다. 생산재를 위해 쓸 수 있는 재원이 없어졌으니까 그걸 회수해서 시장에서 큰 순환이 되도록 하자는 의도다. 화폐개혁 소식을 듣고 '돈이 다 숨어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의 핵심은 외화다. 외화를 막지 않으면 화폐개혁은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북한 사람들은 자기네 화폐를 '펄라리'라고 한다. 휴지처럼 펄럭일 뿐이라는 것이다. 달러를 가지고 있으면 펄라리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진짜 권력을 가지고 세력을 부리는 사람들은 내화가 아닌 달러나 중국 위안화로 거래한다. 외화를 막지 못한다면 정책의도를 실현하지 못할 것이다."

"쌀값 급등... 폭동 일어날 상황은 아니야"

김흥광 NK지식인 연대 대표.
 김흥광 NK지식인 연대 대표.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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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폐개혁 이후 상황은 어떻게 듣고 있나.
"내화 쪽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돈을 바꿀 사람은 바꾸고 필요 없는 돈은 소각했다. 그런데 외화는 완전히 숨어버렸다. 당국에서는 바꾸라고 지시했는데 암시장에서는 여전히 거대한 달러를 가지고 놀고 있다.

앞으로 시장이 위축되고 황폐화될 것이다. 일반 인민들의 삶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쌀 1kg 가격은 종전 40원으로 지킨다고 했는데 화폐개혁 후 한 달 만에 백기를 들었다. 1월 15일까지 100원, 닷새 뒤 150원으로 올랐다. 2월말~3월초가 되면 쌀 1kg 가격은 화폐개혁 이전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다. 올해 보릿고개를 어떻게 넘길지 걱정이다."

- 폭동 직전 상황이라는 말도 있었는데.
"그런 상황은 아니다. 폭동이라는 것은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을 때 일어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북한에서는 아직 할 수 있는 게 있다. 스스로 먹고살 길을 찾아갈 여지가 아직은 있다."

- 탈북자 단체는 총 몇 개나 되나. 전체 통합논의도 있었다고 들었다.
"23개~26개가 있다. 중간에 없어지기도 하니까. 탈북자 단체들의 토론회에서 다 합쳐서 망명정부를 세우자는 말이 있었다. 나는 반대했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헌법 위반이다. 또 망명정부 만들어서 도대체 무엇을 하겠나. 지금은 그런 논의는 들어갔다.

우리끼리의 커뮤니티를 활성화해서 서로 자기 자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상부상조하고, 북한의 개혁개방을 함께 준비해야 한다. 탈북자 단체들은 상부조직 구성이 아니라 하부조직의 연계가 필요하다."

- 북한 문제는 김정일 정권이 붕괴해야 해결된다고 생각하나.
"조만간 붕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통일비용이 많이 든다 적게 든다, 북한 정권의 연착륙이니 경착륙이니 같은 그런 논의들보다, 이 엄동설한에 북한 인민들이 열심히 일하면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가 중요하다.

북한을 붕괴시키고 뭐, 이런 것에 대해서는 말 안 하려고 한다. 북한 주민들이 추위에 떨고 배고픔에 죽고 있다고 국제사회가 압박해야 하고, 동시에 북한에서 아래로부터 변화가 필요하다. 세상은 이렇게 사는 게 아니다, 밖은 굶주리고 춥지 않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 때 고도성장하는 데는 KDI(한국개발연구원)가 큰 역할을 했었다고 들었다. 우리는 북한의 미래를 위한 NKDI가 되고 싶다."


태그:#북한 화페개혁, #NK지식인연대, #김흥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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