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메이저리그 개막전이 심심치 않게 일본에서 열리고 있다.

그 이유가 단순히 일본 선수들의 대거 메이저리그 진출과 그에 따른 시장성 때문 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일본야구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도쿄돔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 경기에 대해 국내 야구팬이 느끼는 부러움은 매우 크다.

이처럼 아시아 야구를 양분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이지만 소위 메이저리그라는 선진 야구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는 언제나 일본으로만 쏠릴 뿐, 우리에겐 그림의 떡 같은 존재이다.

왜일까? Why?

국제경기를 치룰 만한 경기장의 부재

쑥스럽지만 좋은 경기, 국제경기를 치루고 싶어도 우린 경기장이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경기장은 있는데 좋은 경기장이 없다.

WBC,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한국야구가 거침없는 성적을 거둘수록 이와 비례하면서 매스컴에 나왔던 말이 바로 '열약한 국내 야구 환경'이었다. 여기에는 크게 2가지 의미가 있다. 약4000여개가 존재하는 일본 고등학교 야구부에 비해 60여개뿐인 국내 고등학교 야구부 숫자에서 느낄 수 있는 프로선수 수급의 어려움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는 바로 녹슬 대로 녹슨 프로야구 구장의 존재이다.

이에 시드니 올림픽동메달, WBC 준우승 등 가시적인 국제대회 성적을 거뒀을 때마다 항상 나왔던 말이 바로 프로야구 구장을 선진화하는 방법인 돔구장 건설이었다.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 고등학교 야구부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여서 구장을 바꾸고 개조하는 것은 열약한 현재의 환경을 혁신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중에 하나였다. 문제는 돔구장 건설에는 여러 가지 이해타산이 존재했기 때문에 그 어느 누구 총대를 메고 적극적으로 덤비지 않았다.

일회성 공약에 불과했던 돔구장 건설이야기

돔구장 건설은 국회의원이나 지자체단체장들의 선심공약 수준에서 항상 머물렀을 뿐 여태 이행된 것 하나도 없이 80,90년대의 잔상이 남아있는 야구구장에서 아직도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은 뛰고 있다. 특히 1948년, 1965년 완공된 대구구장과 광주구장은 올해에도 최악의 구장 상태를 보여주면서 굉장히 많은 선수들이 경기 도중 부상을 당했다.(KIA 이용규, SK 박경완 선수 등) 뿐만 아니라 워낙 작은 경기장 규모 때문에 1루,3루와 덕 아웃의 간격이 짧고 볼펜선수들이 몸 풀 공간마저 충분하지 않으니 한마디로 최악 중에 최악이고 미국의 마이너리그 구장보다 못한 구장이 바로 광주, 대구구장이다.

안산 돔구장 조감도 안산에 건설 예정인 돔구장의 모습

▲ 안산 돔구장 조감도 안산에 건설 예정인 돔구장의 모습 ⓒ 안산시


광주구장을 찾은 일본의 한 기자가 훈련장 말고 홈구장이 어디냐고 물어봤다는 에피소드는 웃고 넘기기엔 한국 프로야구 저변의 심각한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국제대회 호성적과 돔구장건설 이야기는 계속해서 공회전만  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박광태 광주시장이 2009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열리고 있던 광주구장에서'돔구장을 건설 하겠다'고 천명했다. 수많은 야구팬들의 귀추가 집중된 올스타전에서 스멀스멀 잠잠했던 돔구장건설 이야기가 수면위로 다시 올라오게 된 것이다.

이에 대구시도 돔구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프로야구 부흥의 바람을 타고 현재 좁디좁은 대한민국에서 4개의 돔구장이 건설 예정 중에 있다.(서울 고척동, 안산, 광주, 대구) 아이러니하게 4곳 중 1곳은 야구단이 없는 지역이고 2곳은 최악의 구장을 보유하고 있는 광주와 대구이다.

우린 너무 아름다운 신기루에 갇혀있다

돔구장을 건설하면 야구팬들이 줄줄이 들어오고 그에 따른 수익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지만 그건 우리들의 희망사항에 불과 할 수 있다. 일본에 존재하는 6개의 돔구장(도쿄돔, 나고야돔, 교세라돔, 야후제펜돔, 삿포르돔, 굿월돔) 중 가장 많은 이익을 내면서 국민적 지지도를 얻고 있는 도쿄돔은 K-1, 콘서트 등 문화 콘텐츠 유치에 성공하면서 수지타산을 맞추고 있지만 이 부분에서 흑자를 내지 못하면 돔구장 운영은 사실상 적자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주된 의견이다.

관중수입도 일본보다 확실히 적을 것으로 예상되고 대형 문화 콘텐츠 유치가 쉽지 않은 국내 상황에 비춰본다면 돔구장 운영의 어려움은 어느 정도 예상된다. (실제 돔구장이 건설되면 입장료 상승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고 그에 따른 관중수입 감소도 예상되고 있다)

그리고 연고 야구팀이 없는 안산의 경우에는 거의 도박에 가까운 도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9번째 야구팀을 적극 만들어보겠다는 늬앙스를 풍기고 있지만 그 말을 믿는 야구팬은 별로 없다. 기존에 존재했던 팀을 재 창단했던 우리 히어로즈의 경우를 보더라도 신생팀 창단은 결코 쉽지 않은 문제이다.

하지만 이런 확정된 결론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안산 돔구장을 밀어붙인다면 다이에 호크스가 이용했던 일본 교세라 돔이 다이에가 오릭스에 합병되면서 주인을 잃어버렸고 엄청난 적자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주인이 없는 돔구장의 존재는 결국 세금만 잡아먹는 하마가 되기 십상이다.

8개의 돔구장을 쓰고 있는 미국메이저리그에서도 최근에는 돔구장을 건설하지 않고 개방형 구장을 건설, 탁 트인 공간에서 야구를 하는 분위기가 크다.(최근 건설한 양키스타디움도 돔구장이 아니다) 하지만 우린 수익성 모델의 정밀한 조사도 하지 않고 무조건 경기장 뚜껑을 닫으려고만 하고 있다. 야구 라이벌인 미국과 일본이 가지고 있는 돔구장을 하나도 짓지 못했던 천추의 한을 이참에 풀어보려고 하는 욕심이 우리에겐 너무 크다.

국내 야구장 중 가장 이상적이라고 평가받는 인천 문학경기장 또한 돔구장이 아니다. 하지만 문학경기장에서 열리는 야구를 보면 좋은 환경과 잔디 상태를 항상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단번에 느낄 수 있다. 비록 화려한 겉모습을 간직하고 있지 않지만 한국의 상황에 잘맞는 한국형 구장인 문학구장만 만들 수 있다면 돔구장은 굳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돔구장이 아니라도 좋다!!

이처럼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화려한 돔구장이 아니라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평범하지만 편안하게 야구를 볼 수 있는 야구장이다. 하지만 참새가 뱁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지는 것처럼 중간 과정 없이 우리는 한방의 성공을 너무 욕심내고 있다. 현실은 시궁창인데 우린 너무 앞서 나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요즘 돔구장 건설을 자주 언급하고 있는 광주시에 묻고 싶다.

일단 지금 광주 구장에 깔려있는 인조잔디를 걷어내고 천연잔디로 바꾸는 것이 급선무 아닐까요 ? 시장님 우린 지금 일의 순서를 잘못 파악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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