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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유엔인구기금(UNFPA)과 함께 발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출산율은 1.22명으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1.21명)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낮다. 이는 세계 평균인 2.54명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된다. 

 

이런 출산율이 얼마나 심각한지 아직 피부로 느끼지 못하겠지만 지난 8월 5일자 <매일경제> 김세영 칼럼 '저출산 고령화, 2305년 한국은'에서는 "2100년이 되면 1000만명, 2150년 290만명, 2200년 80만명, 2250년 20만명, 2300년 6만명, 그리고 운명의 2305년에는 0명"이라고 했다. 자료 출처가 통계청이라고 했으니 전혀 근거없는 자료는 아닐 것이다..

 

300년 후에 일어날 일이라고 나와는 상관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300년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 역사를 뒤로 돌리면 조선 숙종 시대다. 그리 먼 시간이 아닌 것이다. 5천 년 역사라고 자랑하지만 300년 안에 5천 년 역사가 끝나는 것이다.

 

물론 300년 후에 한국인이 완전히 사라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현실이 될 수 있다. 그러기에 지난 정부때부터 저출산 대책을 세웠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다.

 

이명박 정부도 저출산 대책을 세우느라 바쁘다. 25일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위원장 곽승준)는서울여성능력개발원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제1차 저출산 대응 전략회의'를 개최하고 향후 추진방향을 제시하였다.

 

이날 미래기획위원회는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유엔 인구현황보고서에서 발표한 것과 같이 현재 세계 최저 수준이며 경제위기의 여파로 자칫하면 세계에서 유일하게 1.0명 이하로 까지 떨어질 우려마저 있다고 진단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인이 사라질 시간은 2305년보다 더 빨라질 수 있다.

 

이날 미래기획위원회가 내놓은 저출산 대책은 ▲자녀 양육부담 경감, ▲일과 가정의 양립 기반 확대, ▲한국인 늘리기 따위다.

 

이 중 자녀 양육부담 경감으로 내놓은 대책 방안으로 제시한 것이 취학연령을 현 만6세에서 만5세로 한 살 낮추는 것이 눈길을 끈다. 미래기획위원회는 취학연령을 한 살 낮추면 조기에 사회에 진출하도록 하고, 절감재원을 보육 및 유아교육 지원에 집중시키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관점에서 이를 적극 제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래기획위원회의 이런 발상은 이명박 정부의 교육관이 그대로 배어있다. 만5살 아이에 들어가는 양육지원비를 만5세 이하 지원비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만5세 이하 영유아들에게는 예산이 늘어나는 것 같지만 실제 예산은 전혀 늘리지 않는다. 속된 말로 '예산돌려막기'다. 

 

그리고 만5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과연 그 아이들이 학교 환경에 적응할지도 문제다. 만6세 아이들 중에도 학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얼마 동안 힘들어 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한 살을 낮추면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더 많이 늘어날 것이다. 아이들은 전혀 배려하지 않는 이런 방안은 이명박 정부는 결국 교육도 '경제논리'로 밖에 생각하고 있지 않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부모들이 양육비 문제로 출산을 꺼리고 있다면 예산을 늘려 부모들이 사교육에서 벗어나도록 대책은 세우지 않는다면 취학 연령을 두 살로 줄여도 출산율은 높아지지 않는다. 취학연령을 낮추는 것은 노무현 정부때도 추진하다가 거센 반대에 부닥쳐 무산되었다.

 

저출산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부모가 보육과 양육에 전혀 부담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예산을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 아이를 부모와 사회와 국가가 함께 키운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결석 아이들 급식비마저 깎으면서 취학연령 낮추는 것으로 저출산 대책을 해결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것인지 아마 이명박 대통령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저출산 대책은 한 마디로 '저렴한 대책'이다. 정부가 돈은 들이지 않고, 부모들에게 아이만 낳아 달라고 애걸하는 것과 같다.   

 

솔직히 4대강에 삽질에 퍼붓는 재정 일부만 아이들 교육에 투자하면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또 부자감세 상징인 종합부동산세 부과고지 세액이 1조235억원으로 지난해(2조3280억원)보다 56% 감소했다. 부자 주머니에 들어간 돈 10분의 1만이라도 아이들을 위해 써면 취학연령을 낮추지 않아도 된다.  

 

저출산 대책은 취학연령 따위를 낮추는 것에 있지 않고 바로 삽질과 부자들 주머니 채워 주는 것을 멈추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임을 왜 모르고 있는가.


태그:#저출산, #미래기획위원회, #취학연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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