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어 패듯이 탕탕 때려서 연탄불에 구워갖고 찢어서 무쳐 묵어, 마늘 고추 물엿 쪼끔 참기름 추가하면 그렇게 맛나부러, 정말 환장을 해부러."
전남 보성 벌교 재래시장에서 만난 할머니(81·장호순)가 대갱이 자랑에 열을 올린다. 갖은 양념에 무쳐 놓으면 그 맛이 환장할 맛이라며 자랑이다. 할머니는 나이 서른에 시작한 노점상 일이 이날 평생 업이 됐다고 했다. 변변한 점포 하나 없이 한데서 50여 년을 지낸 것이다.
"할머니 대갱이 조금만 주세요.""그래 시장 한번 둘러보고 와, 식당에 부탁해 무쳐 놓을텐께."
북어 패듯이 두들겨 숯불에 구워낸 '대갱이'전라도 지방에서 대갱이 또는 운구지로 불리는 이 물고기의 원이름은 개소겡이다. 망둑엇과의 바닷물고기로 기수지역에 산다. 뱀장어를 닮아 몸길이가 길고 비늘이 없으며 검푸른 자줏빛이다.
해풍에 꾸덕꾸덕 마른 대갱이를 북어 패듯이 잘 두들겨 쫙쫙 찢어서 숯불에 구워 양념장에 무쳐놓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장어에 비해 기름기가 적어 말리기가 비교적 쉽다. 옛날 군수 반찬쯤 됐다는 대갱이는 담백함에다 고소한 맛이 아주 그만이다
제법 있는 집에서만 먹었다는 고급어종인 대갱이는 귀한 손님이 올 때만 내어 놓았다고 한다. 밥반찬이나 술안주로 제격인 이 대갱이가 정력에도 좋다고 알려져 요즘은 귀한 대접을 받는다고.
동막식당 아주머니는 "대갱이는 지져나도 맛나고, 구워서 고추장양념 잘해갖고 무쳐놔도 맛나다"고 했다.
대갱이 요리를 부탁해놓고 벌교재래시장 구경에 나섰다. 경화당 한약방은 비교적 예스러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생선상회 앞마당에는 태평양에서 잡아왔다는 큼지막한 조기가 가을햇살에 꾸덕꾸덕 말라가고 있다.
생선상회 아주머니는 옛날 벌교장은 지금보다 훨씬 규모도 컸으며 사람들의 발길이 넘쳐났다고 한다.
"생선 한 상자 들어오면 쥐 뜯고 난리였어, 서로들 자기들이 좋은 거 차지해 팔려고..."
과일과 건어물을 파는 할머니는 물건 사러 오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다며 한탄이다.
"하나도 산 사람이 없당께, 여기까지 들어 오도 않고 쩌기 문 앞에서 가부러"양기에 좋은 대갱이... 그 맛이 일품일세!평일에 가서인지 한산하기만 한 장터를 한 바퀴 돌아보고 동막식당으로 되돌아왔다. 아주머니가 요리가 다 되었다며 대갱이 한 접시와 막걸리를 내어놓는다. 광주에서 오신 손님들이 특히 대갱이 무침을 좋아한단다.
"자근자근 두둘겨 가지고 구워서 쫙쫙 찢어 양념에 무쳤어요."
여기서 잠깐, 동막식당의 대갱이무침 조리법을 공개한다.
"외간장, 참기름, 물엿, 참깨, 그러고 풋고추 썰어 넣고 고추장, 마늘, 다 들어갔어요. 수가지가 다 들어가요."그거이 양기에 참말로 좋다요, 기운이 엄청나게 쎄부러."뱀장어 닮은 대갱이 이렇게 잡는다.
"갯벌에서 12구멍을 쑤셔야 돼, 꼭 짱뚱어 잡는 거 하고 똑 같애, 쩌 아래 깊은데 있어, 엄청나게 기운이 시어."
노점상에서 대갱이를 파는 할머니는 옛날에는 대갱이를 일본으로 수출해 부잣집이나 먹었다며 대갱이가 기운이 엄청나 양기에 좋다고 한다.
참꼬막 삶아주는 식당, 벌교 재래시장의 동막식당에 가면 대갱이를 맛볼 수 있다. 식당 바로 앞 노점에서 할머니가 대갱이를 팔고 있다. 기름에 튀겨내도 아삭하니 영 맛있다는 대갱이를 보성 녹차막걸리에 안주로 곁들이니 그 맛이 걸작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