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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너는 누굴 닮아서 공부를 그것 밖에 못하니?"

"돌 닮은 니 IQ가 참 의심스럽다"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은 반드시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들의 공부가 성에 차지 않을 때 쉽게 던지는 한마디는 바로 이런 거다.

 

TV토론을 통해 각인된 똑똑한 '싸움닭'의 이미지, 여장부 같으면서 명쾌한 논리와 때로는 구수한 친정 어머니 같은 거품이 없는 그녀가 여수에 떴다. 흔히 정치인이라면 거짓말도 잘해야 할 것 같은데 정치에 오염되지 않아 아침이슬처럼 맑은 그녀는 요즘 전국에서 러브 콜을 받으며 교육을 다니느라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 30일 저녁 7시 여수 MBC방송국 공개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여수지역 진보신당 주관으로 열린 초청강연회에 나선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의 강연을 듣기 위해서다.

 

강연을 주관하며 사회를 맡은 여수지역 진보신당 김미경 위원장은 "오늘 공익을 위한 강연에 심 전대표님을 모시고 강연을 가질 수 있도록 도움주신 여수MBC노동조합에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시대를 잘못 만나서 인지 세상을 돌고 돌아 25년 노동운동 속에 주류 정치인이 된 그녀는 요즘 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심어주고 있다.

 

싸움닭의 이미지를 갖춘 그녀의 삶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당시 참혹한 노동현실 속에서 구로동맹파업 배후주모자로 지목되어 언론과의 첫 인연을 맺은 것은 저녁 9시 뉴스를 통해 현상금 500만원과 일계급 특진이라는 지명수배로 방송을 통해 전국으로 퍼졌다. 당시 함께 노동운동을 하였던 김문수씨와는 동지적 관계였으나 이후 그들의 길은 판이하게 갈렸다. 한나라당에 입당한 김문수씨는 국회의원을 거치며 현재는 경기도지사가 되었고 심 전대표는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을 거쳐 진보신당 대표를 지냈다.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한국의 사교육

 

사범대를 나온 그녀는 "한국사회가 보다 건강하고 좋은 방향으로 가려면 제일 먼저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한국 사회의 망국적인 문제는 극단적인 경쟁교육에 있다"며 "교육이 바뀌려면 부분적이고 단편적 변화가 아닌 교육혁명을 통해 전체적인 시스템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명이라는 게 별 다를 게 있는가? 산업의 구조를 바꿔 획기적인 생산성을 향상시킨 것이 산업혁명이었듯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 교육을 보다 교육답게 만드는 것이 교육혁명 아니겠는가?

 

그녀는 또 "경쟁교육으로 국민들의 가슴은 숯덩이가 되어 버렸는데 정치권은 마이동풍(馬耳東風)이다. 대한민국의 교육이 이미 한계에 다다른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고 했다. 또한 일례로 "유명 연애인은 하나같이 기러기 아빠다. 교육문제만큼은 조금만 여력이 있으면 다 해외로 내 보내려고 한다. 아직 혈기가 남아 있는 젊은 부부들은 대안교육을 찾고 있지만 이것도 저것도 아닌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참담하다. 학원에 보내기 위해 엄마들은 밤늦게 까지 3개의 알바를 하는 있는 실정"이라며 부끄러운 한국의 교육 현실을 꼬집었다.

 

심 전 대표는 우리 사회의 사교육의 현실에 대해 '죄수의 딜레마'에 비유했다. "많은 학부모들은 사교육을 안 시키자니 낙오자가 될 것 같고 그렇다고 시킨다고 잘 될 것이라 보지 않는다"며 그래도 아이들에게 기를 쓰고 사교육을 시키는 것은 초장부터 낙오자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사교육에 열중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MB정부 "교육이 바뀌면 지지기반이 무너진다"

 

그녀는 "17대 국회 때 한나라당이 엄동설한에 콧물을 흘리며 사립학교법으로 장외투쟁을 한 이유는 사학재벌의 이해 관계도 있겠지만 가장 본질은 자신들의 생존에 달려 있었다. 교육이 바뀌면 반세기 이상을 지지해 왔던 수구 보수세력과 자신들의 지지기반이 흔들리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그래서"MB정부가 들어서 민주노총과 공무원 노조도 반대하지만 한나라당이 가장 적대적으로 대하고 있는 곳이 전교조"라며 "언론과 교육이 집중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런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MB정부 교육 컨트롤 타워에 있는 핵심 참모들도 이 상황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철 밥통인 그들도 미국식 모델로 방향을 잡고 자신들을 리모델링하고 리메이크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미국식 모델 역시 서민들의 피부에 와 닿지 않다는 점이다.

 

심 전대표는 "진보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반성해 보면 진보정당이 전교조와 연대하고 있지만 그 이상을 넘지 못하는 것은 집권이라는 전략적 사고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며 "깊은 성찰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의 우선순위 "4대강 사업이 아니라 아이들 교육이 우선"

 

그녀는 작년 고양시에 출마했던 소회를 밝히며 공교육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총선의 주요 이슈 중 서울은 뉴타운 이었지만 경기도 고양시는 특목고, 자사고 유치가 핫 이슈였다. 선거초반 한나라당의 강세로 지지기반이 약했지만 참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교육공약으로 정면승부를 건 결과 5.7% 차이로 좁히며 패했지만 사고무친(四顧無親)속 짧은 선거기간 동안 상대편 후보를 위협할 수 있었던 것은 서민을 위한 교육공약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당시"고양동에는 몇 년 전 외고를 유치했는데 2007년 그 동네에서 외고에 들어간 학생은 단 1명밖에 없었다. 결국 이곳 아이들은 타지 아이들에게 학교를 뺏겨 오갈 데가 없어 원거리로 통학을 해야 했다. 옆 동네는 아이들이 몰려오니 난리가 났다. 그나마 외고에 오는 학생들은 있는 집안 얘들이 오는데 고양시가 외고에는 20억을 지원하는 반면 많은 아이들이 다니는 일반 학교는 1억을 지원하더라"는 것이다.

 

왜 특목고, 외고만 명문학교로 집중지원을 하면서 85%가 다니는 우리 아이들의 공교육은 외면당하는 걸까? 심 전대표는 "그 이유는 바로 1명을 잘 키워 10만 명을 먹여 살리는 우리나라 교육정책 철학의 핵심인 엘리트교육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우리 아이들의 교육현실은 이미 절망에 와 있다" 며 "이제 국정의 우선순위가 교육개혁에 힘이 모아져야 한다"며 "정부가 4대강 사업에 돈을 투자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돈을 써야 한다"라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우리가 위임한 권력이 제대로 쓰이고 바뀔 수 있도록 개입해야 한다"며 그 길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경기도 김상곤 교육감의 뜻과는 다르게 교육위원과 지방의회를 장악한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들에 의해 무상급식이 중단되었다"며 교육위원들을 질타했다. 이에 학부모들의 뜻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교육권력을 장악하는 일에 여기에 계신 시민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근 미디어법을 합헌이라고 통과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한 질문에 "헌법의 가치는 헌재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바로 세워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은 사건이다. 헌재의 수장은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성공한 쿠데타고 처벌할 수 있듯 본연의 기본업무를 다하지 않고 겁 없이 정치권에 머물고 있는 헌재의 사명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이번 안산상록 을에서 치러진 재보선 선거에 대한 의미를 이렇게 부여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하고 임종인 후보가 패한 것은 MB를 넘어서야 할 강력한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며 "변화를 갈구하는 국민들의 요구에 정치권은 비전을 제시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한나라당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를 잘 헤아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강연회에서 예정된 시간을 훨씬 초과하며 전교조, 농협노조, 자활 그리고 멀리 순천 등에서 모인 150여명의 청중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강연이 끝나고 이어진 질의 응답 시간에도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고 못다한 질문은 뒤풀이 시간을 통해 이루어 졌다.

 

최근 핀란드 연수를 다녀온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가 전하는 세계1위의 교육강국 핀란드에서 찾은 공교육혁신 대안에 대한 그녀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극단적 경쟁교육이 만들어낸 우리 아이들의 자화상

 

"요즘 젊은 사람과 얘기를 하다 보면 30분도 안되어 이민을 가겠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옵니다. 또한 고등학생들은 좋은 대학이 꿈이고, 대학생들은 취업이 그들의 가장 큰 관심사항입니다. 서울 노량진에 있는 공무원 입시학원은 앞자리에 앉으려고 새벽4시부터 줄을 섭니다. 이것은 경쟁에서 탈락하면 주변인이 되기 때문이지요.

 

예전에 저는 아버지께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얘기를 듣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위안도 삼고 용기도 얻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얘기를 우리 아이들에게 더 이상 하지 못합니다. 이런 얘기는 자기 주도적인 삶을 교육받은 아이들만이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우리 때는 대학만 가면 미래가 보장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단, 운동권만 아니면(좌중 웃음)…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어떻습니까? 아들. 딸들이 평균 85%의 세계 최고수준의 대학 진학률로 대학에서 어렵게 공부를 하고 나와도 우리사회는 아직 이들을 받아 들일 기반이 안 갖춰져서 20대 자살률이 최고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내가 잘 아는 17억 연봉의 대치동 강사 이모씨에 따르면 대한민국 학원강사가 선생님보다 나은 점은 두 가지라고 합니다. 그것은 '교재선택의 자유'와 '행정업무의 자유'를 말합니다. 교재선택에 있어 자기가 직접 만든 교재로 가르칠 수 있기에 교과부에서 내려온 지침을 따르지 않아도 되고, 또한 행정업무에 시달리지 않다 보니 그만큼 아이들을 파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 할 수 있어 효율적인 교육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교육의 목적이 무엇입니까? 사회발전의 인재를 키워 내는 것인데 우리교육은 아직도 7.80년대의 주입식 교육에 머물러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엄청난 지식과 정보화가 넘쳐나는데 단편적인 지식을 내 머릿속에 축적한다고 게임이 되겠습니까? 이 시대에 진정 필요한 것은 창의력과 응용능력입니다. 이것은 공부를 해서 길러지는 능력이 아니라 협동을 통한 지속적인 훈련 속에 길러집니다.

 

삼성의 채용 트랜드가 예전에는 자격증은 필수였으나 현재는 해외파와 로봇경영대회에서 수상한 사람을 최고로 칩니다. 그만큼 창의력이 중요하다는 얘깁니다. 또한 세계적인 휴대폰 1위 기업인 핀란드의 로키아는 교육당국에 진짜 IT교육에 필요한 능력을 배양해 달라며 지식 정보화 시대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주문합니다."

 

"핀란드식 평등교육에서 공교육 대안을 말하다"

 

그럼 그녀가 말하는 핀란드 교육과 우리나라 교육의 닮은 점은 무엇일까?

 

"우선 홍익인간과 전인교육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는 점과 교육경쟁력이 제일 훌륭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에 따른 교육방식은 천차만별입니다. 핀란드는 60년 말부터 30년 동안 일관된 교육정책을 펴고 있지만 우리는 정권이 바뀔 때 마다 교육정책이 바뀝니다. 국민들의 확고한 교육철학의 차이 때문이죠.

 

또한 핀란드는 아이들의 개성과 잠재력을 최대한 발현하는 시스템이나 우리나라는 일등을 만드는 엘리트 교육입니다.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1등을 해야 하고 1등이 10만 명을 먹여 살리는 철학입니다. 우리나라는 등수에서 밀리면 별로 취급 받지 못합니다. 대한민국의 극단적인 경쟁모델이 교사, 학부모, 학생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반면 핀란드 국민들은 꼴찌를 없애는 교육이어서 공부에서 일정수준이상 쳐져 있는 학생들에게 집중적인 지원이 이루어 집니다. 꼴등이 업 되다 보니 전체가 업 이 되는 구조이지요. 결국 핀란드의 교육정책은 다양성을 확대시키는 개념으로 우리로 말한다면 강력한 역차별 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핀란드에선 평등=다양성이라는 개념으로 맞춤형 지원 속에 효율성을 높이는 교육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들은 철저한 무상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개성을 살려주어 통합교육을 통한 토론식수업을 통해 처음부터 협력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또한 교육당국은 제왕적 교육감을 탈피해 교사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교사들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해 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교원평가를 실시하지 않고, 교재선택권과 교사들을 행정업무로부터 해방시킨 점은 그들을 관리의 주체로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반면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그만큼 기준이 까다롭고 해마다 교과과정(Curriculum)을 가지고 타이트한 연수가 실시됩니다.

 

이렇다 보니 핀란드는 세계적으로 최고의 교육경쟁력을 갖춘 나라가 되었습니다. 결국은 제도가 바뀌고 사회적 해법이 바뀌다 보니 출구가 생긴 셈이 됩니다.

 

핀란드가 이러한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한 얘기를 지속 가능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이 들 끊었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은 교육개혁에 대한 강력한 지지기반을 펼칠 수 있는 정당에 표를 주어 집권당이 전체다수를 위한 교육정책을 펴게 했다는 얘깁니다. 결국 핀란드 국민의 올바른 선택이 백년대계의 교육을 좌우한 셈입니다."

 


태그:#공교육혁신, #김상곤교육감, #10.28재보선, #핀란드평등교육, #심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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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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