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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들야들한 꽃게살이 입맛을 당기게 한다.
 야들야들한 꽃게살이 입맛을 당기게 한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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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한때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했다. 준비하는 과정부터 신바람이 났다.  내 손으로 만든 요리가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며  맛있게 먹어주는 가족들이 있어서 요리하는 것은 큰 즐거움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외식문화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편리하다는 이유로 음식을 만드는 일이 귀찮은 일이 돼버렸다.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주말이면 으레 '귀찮은데 간단하게 시켜먹지 뭐' 아니면 '소문난 맛 집을 검색해서 찾아가 새로운 음식을 먹는 즐거움도 쏠쏠하잖아?', '음식점에 시켜 먹는 것이 오히려 돈도 덜 든다고' 등 스스로에게 억지 위안을 삼으면서 말이다.

아이들이 크면서 주말이 되어도 각자의 시간을 보내느라 식사를 함께 하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게 되자 대화도 단절되는 것 같고 마주 보는 시간도 적어 서로의 생각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주말이면 가끔 서로의 생각을 나누기 위해 조용한 음식점을 찾곤 한다.

한번은 집에서 좀 떨어진 꽃게 요리 전문점을 찾았다. 꽃게 요리는 가족들이 모두 좋아하는 음식이다. 이 때문에 메뉴 선택할 때 평소 의견이 분분했던 것과 달리 바로 꽃게 요릿집으로 '고고'했다.

기대에 부풀어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다양한 꽃게 요리를 먹던 아들 녀석이 갑자기 한마디 한다.

"엄마, 이 붉은 꽃게장은 정말 아니다, 무슨 게장이 텁텁하면서 고춧가루만 범벅이야? 풋고추와 야채도 듬뿍 들어가고 씹히는 맛도 있어야 하는데…. 이건 아니잖아. 엄마표 붉은 꽃게장이 최고야! 엄마가 만든 게장이 그립네!"

'아차, 편리함만 추구하면서 아이들에게 정성과 사랑이 담긴 음식을 만들어 주는 것은 소홀히 했구나.'

참고로 아들은 고춧가루를 듬뿍 넣은 '붉은 간장게장'을 좋아한다. 그게 엄마표 붉은 꽃게장이다. 군대에 갔을 때에도 엄마가 만든 게장이 먹고 싶다 하여 꽃게장을 만들어 아들 면회를 다녀온 기억이 난다. 대부분 아이들이 치킨이나 자장면이나 고기가 먹고 싶다고 하는데 아들 녀석은 꽃게장이 가장 먹고 싶다고 했다. 

제일 큰 꽃게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소래 어시장 상인의 모습이 익살스럽다.
 제일 큰 꽃게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소래 어시장 상인의 모습이 익살스럽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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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요즈음 꽃게가 대풍이라는데 꽃게를 푸짐하게 사다 아들이 좋아하는 붉은 꽃게장을 만들어 주어야지.'

옛날 생각을 하면서 소래 어시장을 찾아갔다. 소래 어시장은 발 디딜 틈조차 없이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꽃게가 풍년이니 사러오는 사람들이 많다. 또 전어가 한창이어서 파닥파닥 뛰는 전어회와 전어구이를 먹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도 꽤 있다. 꽃게를 파는 곳은 여지없이 상인과 손님들이 흥정을 하느라 분주하다. 상인이 아주 큰 꽃게를 들고 사진을 찍으라며 환한 미소를 보내며 한마디 던진다.

"꽃게만 사간다면 얼마든지 사진을 찍어도 되는디. 내가 또 한 미모 하잖수."

걸쭉한 목소리에 어울리지 않게 애교를 부리며 포즈를 취하는 상인의 표정이 익살스럽다. 꽃게가 대풍이다 보니 예년에 비해 절반 가격으로 싸다. 싱싱한 꽃게가 1kg에 10000~12000원 정도니 정말 '착한' 가격이다. 아직은 암게보다 수게가 살이 가득 들어차 게장 만들기에 더 좋다.

싱싱하게 살아있던 꽃게는 상인의 친절함으로 얼음에 채워져 집으로 오는 중 기절하였다.  손질하기에 적절하였다.
 싱싱하게 살아있던 꽃게는 상인의 친절함으로 얼음에 채워져 집으로 오는 중 기절하였다. 손질하기에 적절하였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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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만난 꽃게가 살이 통통 올랐다.
 제철 만난 꽃게가 살이 통통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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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엿과 간장, 고춧가루를 넣어 미리 버무려 놓는다.
 물엿과 간장, 고춧가루를 넣어 미리 버무려 놓는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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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청고추,양파,대파 피망 등 갖은 야채를 썰어 준비한다.
 홍,청고추,양파,대파 피망 등 갖은 야채를 썰어 준비한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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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법

# 재료: 꽃게, 간장, 홍고추, 양파, 대파, 피망, 마늘, 물엿, 참깨, 참기름
# 만드는 과정
1. 꽃게를 깨끗하게 손질하여 적당한 크기로 잘라 놓는다. 유념해야 할 것은 꽃게 등껍질 속에 있는 내장은 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 꼼꼼하게 파내어 함께 버무리면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2. 잘 손질된 꽃게를 간장과 고춧가루를 넣어 미리 버무려 놓는다. 꽃게에 간이 베이게 하고 고운 색깔을 내기 위해서다.
3. 손질된 홍고추, 양파, 대파, 피망 등은 먹음직스러워 보이도록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4. 간장과 고춧가루를 넣어 버무린 꽃게에 준비된 야채와 물엿과 참기름 양념을 넣어 골고루 버무린다. 설탕 대신 물엿을 넣으면 반짝반짝 윤기가 나면서 보기도 좋고 맛도 좋다.

팁: 딱딱한 게 다리를 모아서 냄비에 쪄내면 딱딱한 껍질 속에 들어 있는 게살이 쫄깃쫄깃하며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이 때 보물 찾듯 하나하나 속살을 파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꽃게장이 완성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먹으며 아들 녀석이 한마디 한다.

"음, 이 맛이야! 역시 엄마표 꽃게장이 최고야! 야들 야들한 속살에 사각사각 씹히는 야채와 고소한 갖은 양념의 조화. 게다가 엄마의 정성이 담기니 이보다 더 맛있을 순 없을 거에요. 나중에 제가 장가 가도 입안에 착착 감기며 이렇게 감칠맛 나는 맛을 계속 맛 볼 수 있을라나?"

완성된 붉은 간장게장이다. 보기만해도 군침이 돈다.
 완성된 붉은 간장게장이다. 보기만해도 군침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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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장과 야채를 섞어 한입 가득 깨물면 꽃게에서 톡톡 터지는 속살의 맛과  싱싱한 야채의 맛이 어우러져 입안을 즐겁게 해준다.
 게장과 야채를 섞어 한입 가득 깨물면 꽃게에서 톡톡 터지는 속살의 맛과 싱싱한 야채의 맛이 어우러져 입안을 즐겁게 해준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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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다리를 삶아 속살을 파먹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딱딱한 다리를 삶아 속살을 파먹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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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도 일품이다. 무뚝뚝하던 아들 녀석이 평소 안 하던 아부까지 거리낌 없이 한다.

"걱정마라, 장가 가면 너희 색시한테 전수해 줄테니. 며느리도 모르게 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꽃 게장 하나에 감동을 하는 아들을 보며 그동안 음식을 만드는데 나태해졌던 나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본다. 가족들을 위해 예전처럼 정성을 담은 요리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을 다 잡아 본다.

밥도둑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게 아들은 밥 한 공기 추가요! 라며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더 달란다.

붉은 간장 꽃게장은 하루 정도 냉장고에 숙성시켰다가 먹으면 게장에 양념이 골고루 베여 더욱 더 감칠맛이 난다. 며칠 있으면 우리 민족의 대 명절 팔월 한가위가 다가온다. 시골에 계시는 어머니께서도 차례 음식보다 먼저 챙기시는 게 있다. 며느리가 만들어주는 꽃게장이다. 물론 '꽃게장도 함께 고향 앞으로 가!' 하며 귀향할 것이다.

본초강목에 꽃게는 산후 위경련과 혈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을 다스려주고, 꽃게에 들어있는
다량의 타우린은 간을 해독해주며, 여성의 산후통증과 생리 장애를 치유한다고 한다. 여기 들어있는 철분은 흡수율이 높아 빈혈에도 좋다고 한다.

워킹홀리데이를 신청하고 10월 초면 어학연수를 떠나는 아들에게 요리 몇 가지를 만들어줄 생각이다. 그 중 붉은 간장 꽃게장은 우리 가족이 가장 많이 추천하는 메뉴다.

덧붙이는 글 | '우리집 대표음식' 응모글



태그:#붉은간장게장, #꽃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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