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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름 : 리틀 포레스트 (1)
- 글·그림 : 이가라시 다이스케
- 옮긴이 : 김희정
- 펴낸곳 : 세미콜론 (2008.10.13.)
- 책값 : 8000원

(1) 도시 삶터에서 자연이란 어디에?

꼭 지난주부터 동네 골목길에서 '빨간고추 말리기'를 봅니다. 처음에는 어느 한 동네 골목길에서만 '고추 말리기'를 하는가 생각했지만, 자전거를 타고 휘휘 이웃 동네를 다니다 보니, 온 골목동네가 고추를 말리려고 부산합니다. 꼭 지난주에는 한두 집 드문드문이었고, 어제 늘은 제법 늘었는데 마침 엊저녁부터 빗줄기가 뿌리는 바람에 오늘은 길가에 고추를 널어 놓은 집이 퍽 줄었습니다. 그렇지만, 빗줄기가 뿌리더라도 비닐을 쳐서 고추를 길가에 그대로 두는 집이 제법 있습니다.

이렇게 고추 말리는 철이 다가오면, 골목마다 '자동차가 들어서지 못하게 하려'고 굵은 나무토막을 먼저 길가에 척척 깔아 놓습니다. '이 자리에는 고추를 널어야 하니까 차 대지 마쇼!' 하고 밝히는 뜻인데, 여느 때에는 아무 거리낌없이 차를 대놓던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차를 대놓을 수 없으니 못마땅해 하거나 짜증이 나겠구나 싶습니다. 고추를 말려 놓는 집에서 모는 자동차라면 다른 데에 대놓을 테지만, 다른 집에서 대놓던 차라면 고추를 내놓는 집은 '이제 며칠 동안이나마 우리 집 앞에 멋대로 차를 못 대놓겠지' 하고 싱긋 웃을 테고, 제 집 앞이 아니면서 아랑곳않고 차를 대놓던 집에서는 '뭐야, 이건?' 하며 이맛살을 찌푸릴 테지요.

고추 널어 말리는 골목길. 비가 와도 비닐을 쳐 놓는 집이 있고, 그냥 굵은 나무를 길에 깔아 놓는 집이 있습니다.
 고추 널어 말리는 골목길. 비가 와도 비닐을 쳐 놓는 집이 있고, 그냥 굵은 나무를 길에 깔아 놓는 집이 있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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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수유의 계절이 되었다. 많은 열매가 떨어져서 썩어간다. 떨어진 건 모두 쓸모가 없을까? 잼이나 만들어 보자 … "뱀밥은 역시 잡초야. 쇠뜨기가 무성해지면 베어도 베어도 없어지지 않고 말야. 뿌리는 잘아서 뽑아내기도 힘들고." "뭐, 그건 그렇지만, 뱀밥이 자라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 온 건 인간이잖아. 숲을 개방해서 말야. 옛날에, 죠몬시대에 말야, 뱀밥이 자라는 곳은 얼마 안 돼서 잡초가 아니라 귀중한 산채였을지도 모르지. 봄을 알리는 중대한 산의 은혜로. 분명히 태고적 인간은 뱀밥을 소중하게 여겼는지도 몰라." ..  (8∼9, 74∼75쪽)

고추를 말리는 철에는 골목동네마다 길바닥이 빨갛게 물들지만, 아파트도 곳곳이 빨갛게 물듭니다. 예전부터 고추를 말려서 쓰던 할매가 함께 살아가는 집에서는 아파트로 삶터를 옮겼어도 어김없이 '어디라도 빈 자리를 찾아내어' 고추를 널어 놓습니다. 지난날에는 아파트 꽃밭에 장독을 심기까지 했고, 오늘날에는 그나마 고추 널기라도 한다고 할까요.

제 어릴 적 일을 떠올려 보면, 제가 일곱 살 무렵부터 열일곱 살까지 살던 5층짜리 아파트에서는 '자가용 있는 집'이 드물어서, 아파트 주차장은 거의 모두 '고추 말리는 터'가 되었고, 여느 길바닥에도 고추를 촘촘히 깔아 놓아, 차는 고작 한 대만 외길로 다닐 만큼만 남겨 두곤 했습니다. 5층짜리 아파트 옥상은 집집마다 자리를 잡아 놓고는 가득가득 고추를 널어 놓곤 했는데, 헬리콥터라도 타고 내려다보았다면 그야말로 남다르고 빛고운 모습이었으리라고 봅니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가 옹진군 장봉섬 옹암분교에서 교사로 있을 때, 분교 사택 옥상이며 학교 운동장이며 온통 고추를 널어 놓던 일이 떠오릅니다. 우리 집에는 할머니가 따로 안 살았지만, 어머니가 으레 고추를 널어 말린 다음 집에서 손수 고추장을 담갔습니다. 이웃집도 매한가지였습니다. 어느 집이든 '고추장은 마땅히 사다 먹지 않고 집에서 빚어 먹는다'는 흐름이었습니다.

속그림 1.
 속그림 1.
ⓒ 세미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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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푹 삶아진 잼은 투명감이 없는 탁하고 진한 핑크색. '타는 게 무서워서 너무 많이 젓다 보면 잼이 탁해진다'고 엄마가 말했었다. 망설이다가 너무 많이 저었나. '요리는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야. 집중해. 다치기 쉬우니까.' "지금, 이게 내 마음의 색깔인가?" … 벼는 사람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 벼 수확도 비가 내리는 추운 날 짬을 내서 마을 사람들 모두가 분주하게 일했다. '올해의 찹쌀농사의 성과가 지금……' ..  (11, 42쪽)

날씨는 한여름에 접어들어 푹푹 찝니다. 흙을 밟을 수는 없어도 골목집들은 어김없이 스티로폼 꽃그릇을 키우거나 '철거되어 빈 집터에 있던 돌을 치우고' 동네텃밭을 일구어 조그맣게 농사를 짓곤 합니다. 작디작은 땅뙈기마다 오이며 가지며 박이며 쑥갓이며 마늘이며 파며 배추며 상추며 고추며 도라지며 깨며 심는데, 꽤 느즈막하게 오이와 호박을 심어, 이제서야 꽃을 피우는 집이 있습니다. 어쩌면, 꽤 느즈막하게 심었다기보다, 일찍 심어 일찍 한 번 거둔 다음 두 번째로 심어 새로 거두려고 하지 않느냐 싶습니다.

비가 살짝 흩뿌리다가 개다가 하는 오늘은 자전거를 타고 숭의4동과 도화1동 둘레를 죽 돌아보는데, 도원역과 제물포역 사잇길 건너편 안쪽인 숭의4동에 있는 꽤 많은 골목집에서 포도넝쿨을 키우는 모습을 봅니다. 어느새 짙은 빛깔로 익어 가는 포도송이가 있고, 아직 덜 익은 포도송이가 있습니다. 보름쯤 앞서는 신흥동1가 긴 담벼락을 타고 자라는 포도넝쿨을 보았는데, 이곳도 머잖아 바다를 닮은 쪽빛으로 송이송이 알알이 영글겠구나 싶습니다. 슬쩍 한 알 따먹을까 하다가 사진만 여러 장 찍고 돌아섭니다.

.. 하츠미는 밀가루에 물을 넣고 귓불 정도로 말랑하게 반죽해서 2시간 이상 재워 둔다. 그것을 손으로 잡고 얇게 늘려서 찢어 국물에 넣고 끓인다. 충분히 재워 두지 않으면 쫀득하지가 않다. 그래서 눈을 치우기 전에 만들어 놨다가, 눈을 다 치우고 배가 고파졌을 때 먹는 게 제일 맛있다 … 서리 맞은 시금치는 감칠맛이 확 늘어나서 더 맛있다 ..  (25, 158쪽)

속그림 2.
 속그림 2.
ⓒ 세미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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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 집 아기는 아장걸음을 곧잘 걸어, 신을 신기면 혼자서 신나게 이리 뒤뚱 저리 뒤뚱 걷습니다. 비알이 진 길에서는 자꾸 넘어지지만 판판한 골목에서는 웃는 입을 헤 벌린 채 나비춤을 추듯 걷습니다. 아기가 아장아장 걸어가면 마주 걸어오던 아주머니나 할머니들은 웃음으로 인사하면서 길을 내어줍니다. 몸소 아이와 함께 오래도록 지내온 분들이기 때문일까요.

며칠 앞서 아기가 첫발을 내딛고 나서, 옆지기는 푸념을 했습니다. "아기가 첫발을 떼었는데, 첫발을 뗀 길이 아스팔트야!"

옆지기가 말하기 앞서 한동안 잊고 있었습니다. 그래, 아스팔트입니다. 또는 시멘트입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동안 제아무리 싱그럽고 아리따운 골목길마실을 즐길 수 있다 하더라도, 어찌 되었든 도시라서 흙길이 아닌 시멘트길이거나 아스팔트길입니다. 아기는 제 첫발을 뗀 기쁨을 '제대로 된 땅'이 아닌 '껍데기 씌운 땅'을 밟으면서 느끼게 되었고, 앞으로도 오래도록 이런 아스팔트 길맛을 땅맛인 듯 잘못 알게 되겠구나 싶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거의 모든 사람들은 흙땅이 아닌 시멘트땅과 아스팔트땅을 밟습니다. 시골에서도 논밭일을 할 때를 빼고는 으레 시멘트땅을 밟기 마련입니다. 온나라 거의 모든 시골길은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덮여 있으니까요. 옛날 같은 고샅길이란 없다시피 하고, 아련한 논두렁길 또한 없다고 해야 옳지 싶습니다.

.. 저녁식사도 준비되어 있고, 집에서는 피곤하다고 말해도 되겠죠. 빨래가 쌓여 있으면 잔소리도 하고 말예요. 하지만 난 아무리 피곤해도 전부 스스로 하지 않으면 안 돼요. 돈을 버는 것도 집안일도 분담해 줄 사람은 없으니까. 여기서 돈을 벌고 있는 동안 집안일은 손도 못 대요. 한 가지씩밖에 못하죠. 눈을 치우고 있을 때, 장작 패는 게 끝나는 일은 절대 없어요. 난 혼자니까.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가족에게 시키는 주제에 바쁜 척 대단한 척하지 마요. 난 뭐든 혼자서 다하니까. 가족에게 어리광 부리는 당신들이 내 고통을 알 리가 없지. 일을 분담해서 해 줄 가족이 없는 게 얼마나 ……, 난, 엄마에게 정말, 가족, 이었을까 ..  (62∼63쪽)

속그림 3.
 속그림 3.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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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저녁 옆지기가 푸념하는 소리가 귀에 쟁쟁한 가운데, 낮나절에 홀로 자전거를 몰며 골목마실을 하며 밤나무를 보고 모과나무를 보고 호두나무를 보고 대추나무를 보며 감나무에다가 포도나무 들을 실컷 보았습니다. 제 사진기에는 이 온갖 열매나무들 자취가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그런데 이 나무들은 하나같이 '골목집 담벼락 안쪽 마당가 흙에 뿌리를 내리고' 있지, 길가 흙에 뿌리를 내리지 못합니다. 따지고 보면, 길가엔 흙이 없으니까요. 숭의3동과 송림2동에는 꽤 큰 고무다라이통에서 자라는 대추나무가 있기도 한데, 이런 데에 대추나무를 심어서 가꾸니 놀랍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몹시 서글픕니다.

나무는 마땅히 너른 흙을 제 어머니밭으로 삼아 뿌리를 내려야 하니까요. 그러면서 그 나무 한 그루만이 아니라 동무나무도 옆에서 자라고, 엄마나무나 아빠나무도 둘레에서 함께 자라야 할 테니까요. 키가 15미터쯤 넘는 버드나무가 고작 너비 0.5미터도 안 되는 흙에 뿌리를 내리기도 하고, 키가 20미터를 훌쩍 넘는 은행나무 또한 고작 0.5미터쯤 될까 말까 한 '살짝 구멍난' 아스팔트길 가운데에서 줄기를 올리고 뿌리를 내리기도 합니다.

말라죽지 않을 만큼 흙을 얻고, 겨우 숨을 틔울 만큼 땅을 얻은 셈이라고 할까요. 모조리 사람들한테 제자리를 빼앗기고 가까스로 고만큼 살아남았다고 할까요.

그런데 어느 모로 보면, 골목길이나 찻길가에서 자라는 나무들 삶하고, 우리네 여느 사람들 삶은 매한가지 아닌가 싶습니다. 나무가 나무다움을 살뜰히 간직하면서 살아가기 어려운 터전이듯이, 사람이 사람다움을 알뜰히 추스르면서 살아가기 어려운 터전이 아니랴 싶습니다. 우리들은 틀림없이 온갖 물질문명을 누리거나 즐기고는 있는데, 날마다 어마어마한 먹을거리에 둘러싸인 채 배고픔이나 배곯음을 잊거나 모르는 채 살아가고는 있는데, 우리 스스로 우리들 누구나 '목숨붙이'임을 생각하지 못하는구나 싶습니다.

자연을 잊으면 사람 또한 잊고, 자연을 잃으면 사람 또한 잃는다고 느낍니다. 자연을 버리는 터전에서는 사람 또한 버리고, 자연을 내치는 삶터에서는 사람 또한 버린다고 느낍니다. 국민소득이니 경제발전지수니, 또 무슨무슨 국제행사이니 빌딩 높이이니 아파트 평수이니 연봉이니 비정규직과 이주노동자이니 하는 말마디와 숫자놀음은 어디에나 흘러넘치는데, 정작 사람들 목소리와 숨결과 살내음과 땀방울과 손때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만화책 <리틀 포레스트> 1권.
 만화책 <리틀 포레스트> 1권.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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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작은숲'에서 농사짓는 아가씨가 그린 만화

만화책 <리틀 포레스트> 봅니다. 우리 나라에는 이제 2권까지 옮겨진 작품입니다. 그린이는 일본 어느 산골짜기에서 태어나 자라다가 도시로 나와 만화를 그리다가 마음에 생채기를 받고는 '내빼듯이' 고향인 시골마을로 돌아와서 혼자 숨어 지내듯이 농사짓고 살면서 다시 만화를 그리는 아가씨입니다. 우리 말로 옮기자면 "작은 숲"이 될 만화책 <리틀 포레스트> 책이름 그대로, 그린이 스스로 '작은' 사람이요, 그린이가 태어나고 살아가는 시골 또한 '작은' 땅이요, 이곳에서 웅크리듯 묻혀 지내는 당신 삶 또한 '작은' 살림이며, 지구라고 하는 커다란 자연과 견주면 아주 '작은' 움직임을 보이면서 살아갑니다.

.. 보름달이 뜬 밤. 대낮처럼 밝다 … '코모리'는 토호쿠 지방에 있는 작은 마을입니다. 상점 같은 건 없어서 간단한 물건을 사려면 면사무소가 있는 마을 중심까지 나가야 합니다. 그곳에는 농협의 작은 슈퍼나 상점이 몇 채. 가는 길은 대부분 내리막길이라서 자전거로 30분 정도 걸리고, 돌아오는 길은 어느 정도 걸릴지……. 겨울에는 눈 때문에 걸어가야 합니다. 천천히 도보로 가면 1시간 반 정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웃 마을의 대형슈퍼로 가는 모양입니다. 내가 거기에 가려면 한나절이 걸립니다 ..  (50, 13쪽)

그린이 '이가라시 다이스케' 님은 "작은 숲"에서 살면서 '어릴 적 어머니가 당신한테 해 주던 밥'을 하나하나 떠올립니다. 시골살이에서 '먹는 이야기'밖에 없으랴 싶을 만큼 '어머니 손맛과 입맛'을 곱씹습니다. 다른 이야기라든지 다른 삶이라든지 다른 삶자락도 있을 텐데, 무엇보다도 '손수 키우고 손수 거두며 손수 빚는 밥' 이야기가 그득합니다.

그린이가 따로 '먹는 일을 좋아하'는가 하고 생각해 보다가는, 어릴 적 엄마한테 안겨서 젖을 물던 느낌을 잊지 않는 어른이 적잖이 있음을 떠올려 보면, '이제는 곁에 없는 어머니'를 생각하는 데에 '어머니 손맛과 입맛'을 되새기는 일만큼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일도 없지 않느냐 싶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차근차근 그린이 지난 삶을 되짚고 톺아보는 동안, 그린이가 도시살이에서 받은 생채기를 하나둘 씻을 수 있을 테며, 생채기를 하나둘 씻는 가운데 '내빼서 숨어든 시골'이 아닌 '좋아서 다시 찾아온 고향' 이야기로 새로 태어날 수 있겠지요.

.. 나한테 '우스터소스'는 집에서 만드는 소스였다. 그래서 학생 때 가게에서 팔고 있는 '우스터소스'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었다 … 씻고 잘라서 볶다가 간을 하고 그릇에 담는다. 순서는 엄마랑 똑같은 게 분명한데, 씹는 감촉이 다르다. 뜯는 시기를 놓쳐서 너무 많이 자란 푸성귀라도 엄마가 볶으면 맛있었다. 내가 볶으면 ..  (18, 155∼156쪽)

속그림 4.
 속그림 4.
ⓒ 세미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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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2권을 넘길 차례인데, 우리한테도 <리틀 포레스트>럼 제 삶과 삶터를 단단하고도 따뜻하게 붙잡으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만화로 엮어내는 만화쟁이가 하나둘 태어날 수 있으면 더없이 좋겠다고 느낍니다. 벌써 스무 해쯤 앞서부터 시골집에서 농사를 지으며 만화를 그리는 박연 님은 <들꽃 이야기>와 <엄마의 밥상>을 그려내기도 했는데, 농사일이 너무 바쁘고 힘든 탓인지, 아니면 농사일이 훨씬 재미있어서 만화그리기는 조금 멀리하는 탓인지, 더 많은 작품이 못 나오고 있습니다.

다른 만화쟁이를 돌아보면, 하나같이 도시에서 살아가며 도시 삶만을 만화로 담아냅니다. 하기는. 어느 누구라도 제가 살아가는 곳 이야기를 가장 잘 알고 좋아하는 가운데 담아낼 테니까요. 더구나, 이런 만화를 보고 저런 만화를 펼치는 저 또한 도시에서 살고 있습니다. 저부터 스스로 시골살림을 꾸리지 않으면서 '땅에 뿌리내린 사람들 살내음 나는 만화'를 바란다면 꿈 같은 노릇입니다.

다만, 꼭 농사짓는 만화쟁이가 농사짓는 시골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내어 내놓지 않더라도, 도시에서 도시살림 꾸리는 만화쟁이 스스로 '머리만 굴려 어설피 지어낸 이야기로 그려내는' 만화를 뛰어넘으면서 '온몸으로 부딪히면서 사람과 동네를 받아들이고 느낀 이야기를 펼쳐내는' 만화로 거듭날 수 있으면 더없이 반갑다고 느낍니다. 스스로 참되게 살고, 스스로 즐겁게 살며, 스스로 아름답게 살아가는 가운데, 이와 같은 우리 삶을 만화이든 사진이든 글이든 알차게 꽃피울 수 있으면 둘도 없이 훌륭하면서 싱그럽고 재미있는 작품으로 아로새겨지리라 믿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리틀 포레스트 1

이가라시 다이스케 지음, 김희정 옮김, 세미콜론(2008)


태그:#만화책, #만화, #책읽기, #골목길, #일본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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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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