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룡 히어로즈 단장이 7월 10일 목동구장에서 기자 간담회 도중 구단의 장기 운영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태룡 히어로즈 단장이 7월 10일 목동구장에서 기자 간담회 도중 구단의 장기 운영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히어로즈


히어로즈는 프로야구에서 모기업의 도움 없이 운영되는 유일한 구단이다. 지난해 3월 24일 서울을 연고지로 창단한 히어로즈는 숱한 경영 위기설을 불식하며 창단 가입금 120억 원 가운데 84억 원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네 차례에 걸쳐 냈다. 히어로즈는 올해 12월 31일까지 남은 36억 원을 KBO에 내면 프로야구 회원사의 자리를 굳히게 된다.

히어로즈는 7월 10일 오후 목동구장에서 연 기자 간담회에서 구단 운영에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조태룡 히어로즈 단장은 이 자리에서 "주위에서 히어로즈를 걱정하지만 올 시즌 구단 운영은 큰 문제가 없다. 올해 말까지 내야 하는 가입금 36억 원도 이미 확보했다"고 힘줘 말했다. 이장석 히어로즈 사장은 "우리가 어렵다는 건 선입견"이라고 거듭 말해 왔다.

하지만 야구 관계자나 팬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 건 오히려 히어로즈다. 히어로즈는 그동안 초보 구단 티를 너무 많이 냈다.

히어로즈는 지난해 2월 28일 우리담배와 3년간 300억 원의 메인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구단 이름은 우리담배에서 따온 '우리 히어로즈'로 정했다. 하지만 히어로즈가 6월 30일까지 KBO에 내야 하는 가입금 24억 원의 납부를 미루면서 문제가 생겼다. 우리담배는 히어로즈 때문에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며 메인 스폰서 권리를 중단한다고 7월 4일 밝혔다. '우리'를 뗀 히어로즈는 메인 스폰서를 잃고 7월 7일에야 가입금의 일부를 납입했다.

모기업의 도움이 없는 히어로즈는 스폰서에 의존해 운영비를 마련해야 한다. 당장 올 시즌부터 메인 스폰서가 없어지면서 지원을 받으려던 100억 원은 고스란히 운영비 공백으로 남게 됐다. 프로야구 구단의 연간 운영비는 적게 잡아도 150억 원에 이른다.

실패로 끝난 왼손 투수 장원삼의 현금 트레이드와 프리에이전트로 이적한 내야수 정성훈(LG 트윈스)의 보상을 전액 현금으로 처리한 사실도 히어로즈의 자금난을 보여 준다. 히어로즈는 장원삼 트레이드로 30억 원을 받으려고 했고 정성훈을 LG로 보내면서 얻은 보상금이 14억4000만 원이나 된다.

조 단장은 "지금까지 이장석 사장의 개인 자금이 투입된 게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히어로즈는 이장석 사장 외 4명의 개인 투자자가 주식을 나눠 갖고 있다. 이 사장의 개인 자금이 상당 부분 들어갔다는 건 아직 구단 운영이 흑자 경영과는 거리가 멀다는 뜻이다.

올 시즌 히어로즈는 지난해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메인 스폰서보다 서브 스폰서를 구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조 단장은 "최근 금융권과 접촉하고 있는데 조만간 서브 스폰서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단장이 말한 금융권은 대부업을 아우르는 제3금융권을 포함하고 있다.

 올 시즌 히어로즈 선수들의 유니폼에는 광고가 없다. 아직 서브 스폰서 계약을 맺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 시즌 히어로즈 선수들의 유니폼에는 광고가 없다. 아직 서브 스폰서 계약을 맺지 못했기 때문이다. ⓒ 히어로즈


히어로즈는 여러 서브 스폰서 가운데 타이틀 스폰서를 맡을 의향이 있는 기업에게 구단 이름을 바꿀 수 있는 권한을 주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타이틀 스폰서는 고사하고 제대로 된 서브 스폰서에 대한 계약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올 시즌 히어로즈의 유니폼은 8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광고가 없다. 전반기가 거의 끝나 가는 시점에서 '깨끗한 유니폼'은 히어로즈에겐 분명 손해다.

히어로즈는 올 시즌이 끝날 때까지 매달 약 10억 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입금 36억 원을 제외하고 들어가야 할 돈이 최소 50억 원 이상이다. 조 단장은 "매달 들어가는 돈이 적지 않지만 어느 정도 고정적인 수입이 있기 때문에 큰 부담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히어로즈는 장기적인 구단 운영 계획에 더 많은 힘을 쏟고 있다. 히어로즈가 금융권 출신의 조 단장을 영입한 것도 야구단을 제대로 경영하기 위해서다. 조 단장은 구단의 가치를 높이고 흑자를 내기 위해 돈이 되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이다.

"음식이나 기념품 매장을 직영으로 해 수익을 늘리겠다. 구단의 미래를 바라보고 유소년 야구 지원을 비롯해 20대 이하의 관중들을 위한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겠다. 최근엔 더그아웃뿐만 아니라 관중석 의자와 응원 도구에도 광고를 시도하고 있다. 1500~2000만 원 선의 펜스 광고판도 언젠가 1억 원을 받는 날이 올 것이다."

조 단장은 구단 사무실에 있는 날보다 밖에 있을 때가 더 많다. 서브 스폰서 계약을 맺기 위해 기업들과 접촉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 단장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조만간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히어로즈 구단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구단 운영을 둘러싼 의혹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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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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