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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49재를 마치고 영면에 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서대전 시민 광장의 콘서트는 차분하고 숙연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대전추모위원회'가 주관하고 대전 충남에서 활동하는 대중 예술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 이번 대전 콘서트는 이제 고인을 떠나보내야 하는 아쉬움이 담겨서인지 공연을 마친 후에도 긴 여운을 남겼다.

 

참석자들이 고인에 대한 추도 묵념을 마친 후, 대금 연주로 공연의 문이 열렸다. 구슬픈 대금 연주는 관객 사이를 뛰어 다니던 어린아이들까지 숨을 죽이게 할 만큼 관객의 심금을 울렸다. 이어지는 민요와 추모시 낭송으로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었고 시민들은 촛불과 노무현 대통령의 초상화를 흔들며 호응하였다.

 

오카리나와 인디언 플룻 연주에 이어 전통악기와 서양 악기가 잘 어우러진 퓨전4중주단 이리스의 연주가 이어졌고 관객들은 반주에 맞춰 고인이 애창하던 '사랑으로'를 눈시울을 적시며 함께 불렀다.

 

 

"어머님 전 살을 빌고, 아버님 전 뼈를 받고… 석 달만에 피를 모으고 여섯 달만에 육신이 생겨 열 달 만삭을 고히 채워 이내 육신이 탄생을 하니 그 부모가 우릴 길러 낼 제, 어떤 공력 드렸을까…"

 

애절한 곡조로 회심곡이 울려 퍼지자 하나 둘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공연 중 고인의 생전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방영되자 조명이 꺼진 객석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한국예술단의 힘찬 모듬북 연주와 대전 615청년회 그룹 '놀'의 공연으로 분위기는 절정에 달한 시점에서 참석자 모두가 일어나 함께 손을 잡았다.

 

"거센 바람이 불어와서

어머님의 눈물이

......

시퍼렇게 쑥물 들어도

강물 저어 가리라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셋바람에 떨지마라

창살아래 내가 묶인 곳

살아서 만나리라"

 

 

공연은 끝났지만 사람들은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했다.

 

사회자가 상기된 목소리로 "행사를 모두 마쳤는데도 시민 여러분께서 무언가를 계속 기다리고 계신 것 같네요. 이제 행사는 끝났습니다"고 주의를 환기시키고 나서야 비로소 아쉬운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차마 아쉬운 발길을 돌리는 시민들의 등 뒤로 바람이 불고 있었다.

 

"바람이 불면 당신이 오신 줄 알겠습니다."


태그:#추모콘서트, #대전, #서대전시민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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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음악 오디오 사진 야구를 사랑하는 시민, 가장 중시하는 덕목은 다양성의 존중, 표현의 자유 억압은 절대 못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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