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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인천 청라지구 한 아파트 견본주택을 찾은 사람들이 아파트 위치를 살펴보고 있다.
 6일 오후 인천 청라지구 한 아파트 견본주택을 찾은 사람들이 아파트 위치를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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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으로 돈 벌기 좋은 때다."

6일 인천 청라지구 한 아파트 견본주택에서 만난 김기형(가명·59)씨의 말이다. 지난 15년 동안 종자돈 3억 원을 부동산에 투자해 30억 원을 벌었다는 그는 기자에게 "여윳돈 있으면 지금 부동산에 덤벼들어야 한다"고 귀띔했다.

김씨는 "지금 청라지구 분위기는 2005~2006년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기 시작할 때의 분위기와 비슷하다"며 "투자 수요까지 끌어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 집값과 정부 정책 등은 그때보다 여건이 낫기 때문에 경기가 회복되면 더 뜨거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은 결코 빈말로 들리지 않았다. 지난 5월 초 연휴동안 청라지구의 몇몇 아파트 견본주택에는 이미 수만 명이 몰려든 터였다. 지난달 22일 청약 접수를 받은 '청라 한라 비발디'는 1순위에서 최고 11.16대1의 경쟁률로 청약이 마감됐다.

청라지구에선 '바닥론'과 '거품론'의 논쟁은 무의미한 셈이다. 이명박 정부의 규제 완화가 만들어낸 청라지구 분양 열기는 향후 경기가 회복할 때의 부동산 시장을 미리 보여주고 있었다.

뜨거운 분양 열기... 부동산 규제 완화 효과 나타나

6일 인천 청라지구 한 아파트 견본주택은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6일 인천 청라지구 한 아파트 견본주택은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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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구월동에 있는 '청라 호반 베르디움' 견본주택 주차장은 오전 일찍부터 '만차'였다. 평일이면서 청약 1순위 접수일인데도 견본주택에는 많은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1~3층의 상담석에서는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호반건설 분양사업부 관계자는 "4일 견본주택 개관 이후 오늘까지 2만 명 가까이 다녀갔다, 5일에는 오전 9시부터 견본주택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섰다"며 "작년 11월 인근에 분양했을 때는 분위기가 좋지 못했는데, 지금 분양 열기는 무척 뜨겁다"고 밝혔다.

이곳 아파트의 인기 요인은 우선 분양가 상한제 덕에 가격이 싸다는 데 있다. 111~112㎡형 2134세대로 이뤄진 이 아파트의 3.3㎡당 가격은 1000만원 대로, 지난 2007년 청라지구 분양 아파트의 3.3㎡당 가격이 1300만원 대인 것에 비하면 저렴하다.

싼 가격에 수요가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경기 침체에도 청라지구가 이상 열기를 보이는 이유는 분양 후 1~3년 뒤 아파트를 팔 수 있고, 그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5년간 면제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인운하 등 개발호재까지 더해져 집값 상승의 기대감을 높였다.

쉽게 말해, 부동산으로 돈 벌 수 있는 장이 마련된 것이다. 건설업체 관계자들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130~178㎡형 1172세대를 분양하는 '청라 한화 꿈에그린'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4월 24일 견본주택 개관 후 7만 명이 다녀갔다"며 "양도소득세 5년 면제 때문에 투자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심상치 않은 시장 분위기... "지금 사야 한다"

6일 인천 청라지구 한 아파트 견본주택 상담석에서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 분양 상담을 받고 있다.
 6일 인천 청라지구 한 아파트 견본주택 상담석에서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 분양 상담을 받고 있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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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몇몇 청라지구 아파트 견본주택에서 만난 사람들은 청라지구의 투자가치에 큰 기대를 나타냈다. 최호진(가명·40)씨는 "어제(5일) 왔다가 줄이 너무 길어 되돌아간 뒤 오늘 다시 왔다"며 "청약 1순위라 이미 신청을 마쳤다"고 말했다.

"작년 11월 청라지구 한 아파트의 예비 당첨자였지만 고민 끝에 포기했다"는 최씨는 "최근 이명박 정부의 규제 완화를 보고 바로 청약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분위기면 송도 아파트 80~90%선인 3.3㎡당 1300만 원까지 오른다, 지금 사야 한다"며 말을 이었다.

"지금 규제 완화는 돈 있는 사람 보고 부동산에 투자하라는 거다. 양도소득세 면제에 3년 분양권 전매제한은 투자하는 데 엄청난 이점이다. 전매 제한이 10년일 때는 투자가 어려웠다. 투자 수익을 올리고 바로 빠져나올 수 있고, 집값이 안 올라도 3년 뒤 팔아서 다른 곳에 투자하면 된다."

김서희(가명·47)씨는 "집값이 1.5배 이상 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인천 시내 80㎡형 아파트에서 청라지구 111㎡형 아파트로 옮길 생각"이라면서 "요새 금리 인하와 규제 완화로 인한 세제 혜택에 경기 회복 기대감이 더해져 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전했다.

그에게 "실물 경기의 회복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하자 "부동산 불패 신화를 모르느냐"는 답이 돌아왔다. 김씨는 "거품 빠지면 집 사겠다는 사람들은 때 놓쳐서 손해를 봤다"며 "관망하던 투자자들이 지금 돌아오고 있다, 과열은 이미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이정석(가명·49)씨는 "지금 아파트 2채를 가지고 있는데, 여유자금으로 청라지구 아파트를 구입하려고 한다"며 "지금도 이렇게 뜨거운데 경제가 좋아지면 더 큰 재미를 볼 수 있다, 돈은 돈 벌 수 있는 곳으로 몰리기 마련"고 밝혔다.

"거품 낀 것 알지만, 부동산에서 빠져나올 수 없어"

뜨거운 분양 열기에는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자)'이 몰리기 마련이다. 몇몇 청라지구 아파트 견본주택 입구에는 떴다방 업자들이 사람들에게 명함을 돌리고 있었다. 청약통장을 산다는 이들도 있었다.

한 떴다방 업자는 "분양권 프리미엄이 1000만~3000만원 수준"이라며 "좋은 동·층이 걸리면 더 얹어준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3.3㎡당 1000만원 대인 최근 청라 분양 아파트가 2007년 분양 아파트(3.3㎡당 1300만원)만큼 오를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차익만 2억~3억원"이라며 "경기가 더 좋아지면, 프리미엄이 5억원 하던 송도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이날 청약 접수를 받은 2곳의 청라지구 아파트 단지가 모두 1순위에서 청약이 마감됐다는 뉴스가 들렸다. '청라 한화 꿈에그린'은 총 1142세대(특별공급분 제외) 모집에 8412명이 몰려 평균 7.3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고 경쟁률은 22.85대1이었다. '청라 호반 베르디움'도 2.48대1경쟁률로 청약이 1순위에서 마감됐다.

이날 견본주택에서 만난 건설업체 관계자·투자자·부동산 업자 중 유일하게 거품을 우려하던 한 투자자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집값에 거품이 꼈다는 것을 알면서도, 부동산에 한 번 빠지면 빠져나올 수 없다"는 말이었다.


태그:#청라지두, #부동산 과열, #부동산 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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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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