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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를 강타하고 있는 '신영철 대법관 파문'에 대해 서울서부지법 정영진 부장판사가 6일 이용훈 대법원장에게는 대국민 사과를 촉구하고, 일선 법관들에게는 판사회의를 통해 사법권 독립 수호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용훈 대법원장, 대국민 사과하라"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정 부장판사는 지난 2월 24일 법원 내부 게시판에 '한국에서 사법권 독립의 요체는 사법부 내부로부터의 독립입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법관으로는 처음으로 의견을 개진하기 시작했다.

 

다음날에는 '사법권 독립을 흔들려는 세력에 대하여는 사법부 내외를 막론하고 법관들의 단호한 입장표명이 필요합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사법권 독립은 누구보다도 법관들 스스로 지키는 것인 만큼 법관들이 침묵으로만 일관할 수는 없다"며 "법관은 판사회의 구성원으로 사법행정에 관해서도 의견표명을 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법관들이 목소리를 낼 것을 촉구했었다.

 

정 부장판사는 6일에도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글을 올리며 먼저 "지금 촛불사건 임의배당 문제로 촉발된 일련의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며 "사법권 독립은 전 국민적 문제인 만큼, 대법원은 물론 사법부 구성원들은 모두 이번 사태를 사법권 독립 수호의 차원에서 대승적으로 접근하길 바란다"고 당부의 말로 입을 열었다.

 

그는 "언론보도를 종합할 때 이번 사태와 관련해 특히 강조돼야 할 점은 서울중앙지법 소속 법관 근무평정권자이던 신영철 대법관이 법관 인사권자인 대법원장을 거론하면서 일부 판사들의 형사재판에 개입하고자 했음에도 다수의 판사들이 이에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소신을 지켰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법부 내외에서 아무리 사법권 독립을 흔들려 해도 이를 지켜내는 법관들이 다수 있는 이상 국민들은 사법부를 신뢰할 수 있다"며 "사법부가 권력의 시녀라고 비난당했던 권위주의 시절에도 중요 시국사건 등은 극소수의 판사들만 담당했던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상기시켰다.

 

"법관들, 판사회의 통해 사법권 독립 수호의지 천명해야"

 

정 부장판사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전국의 일선 법관들이 판사회의를 통해 사법권 독립 수호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고, 신뢰회복을 위한 대책을 숙의하는 것"이라고 일선 법관들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아무리 사법부 수뇌부가 사법권 독립을 흔들려 해도 일선 법관들이 이에 흔들리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며 "법원조직법 등 관계 법규에 의해 판사회의는 사법행정에 관한 발언권이 있다"고 주지시켰다.

 

그러면서 "사법부 과거사에 대해 반성하면서 자신의 재임기간 동안의 현재사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것은 온당하지 못한 만큼 이용훈 대법원장은 사법행정의 총책임자로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우선 대국민 사과부터 하시기를 희망한다"고 대법원장에게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또 "법원행정처가 이번 사태와 관련된 진상조사의 주체로 나서는 것은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며 "지난번 졸속조사로 이미 국민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법원행정처를 비롯한 사법행정라인에서 우선해야 할 일은 이번 사태와 관련된 각급 기관의 정보를 공개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알고자 하는 상당수의 정보를 해당 기관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이상 우선 그것부터 밝히고 추가 진상조사에 나서는 것이 순서"라고 덧붙였다.

 

"신영철 대법관, 언론 플레이 중지하라"

 

이와 함께 정 부장판사는 "신 대법관은 더 이상 언론플레이로 오해될 수 있는 행위를 중지하고 대법관 징계청구권자 등의 공식적인 조사에 응하기를 바란다"며 "신 대법관이 모 언론사 기자에게 '일부 판사들이 증거 조사도 안 하고 재판을 보류하는 등 신속해야 할 형사재판을 방치했다'고 말한 부분 등은 해당 법관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신 대법관이 '(뒤늦게 이메일이 공개된 것은) 뭔가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는 부분 역시 객관적 진실을 밝힌 해당 판사들을 음해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고 언론플레이 자제를 당부했다.

 

정 부장판사는 끝으로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이 발생하게 된 근본 원인은 무엇보다도 과도하게 관료화된 사법부 시스템"이라며 "향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 논의가 집중되기를 바란다"고 거듭 '법원 가족'의 허심탄회한 의견 개진을 당부했다.

 

정영진 부장판사 게시글 전문 -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 촛불 사건 임의 배당 문제로 촉발된 일련의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물론 사법부 구성원들 모두 이번 사태를 사법권독립 수호의 차원에서 대승적으로 접근하시기 바랍니다. 이 문제는 지난 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여야 의원들 모두 문제제기를 한 사안입니다. 이번 사태 해결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고, 보수, 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사법권 독립은 전 국민적 문제입니다.

 

 언론보도를 종합할 때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특히 강조되어야 할 점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소속 법관 근무평정권자이던 신 모 대법관이 법관 인사권자인 대법원장을 거론하면서 일부 판사들의 형사재판에 개입(재판은 실체적인 부분과 절차적인 부분 모두를 포괄하는 것인데 언론보도에 의하면 신 대법관은 양자 모두에 관여하였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하고자 하였음에도 다수의 판사들이 이에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소신을 지켰다는 사실입니다. 사법부 내외에서 아무리 사법권 독립을 흔들려 해도 이를 지켜내는 법관들이 다수 있는 이상 국민들은 사법부를 신뢰할 수 있습니다. 사법부가 권력의 시녀라고 비난당했던 권위주의 시절에도 중요 시국사건 등은 극소수의 판사들만 담당하였던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 사건을 담당한 다수의 판사들은 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하여 왔습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가장 우선적으로 하여야 할 일은 전국의 일선 법관들이 판사회의를 통하여 사법권독립 수호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고, 신뢰회복을 위한 대책을 숙의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사법부 수뇌부가 사법권 독립을 흔들려 해도 일선 법관들이 이에 흔들리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법원조직법 등 관계 법규에 의하여 판사회의는 사법행정에 관한 발언권이 있습니다.

 

 대법원장은 사법행정의 총책임자로서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우선 대국민 사과부터 하시기를 희망합니다. 사법부 과거사에 대하여는 반성하면서 자신의 재임기간 동안의 현재사에 대하여 반성하지 않는 것은 온당하지 못합니다.

 

 법원행정처가 이번 사태와 관련된 진상조사의 주체로 나서는 것은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습니다. 지난 번 졸속조사로 이미 국민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법원행정처를 비롯한 사법행정라인에서 우선 하여야 할 일은 이번 사태와 관련된 각급 기관의 정보를 공개하여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것입니다. 국민들이 알고자 하는 상당수의 정보를 해당 기관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이상 우선 그것부터 밝히고 추가 진상조사에 나서는 것이 순서입니다. 예컨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촛불 사건이 아닌 다른 사건의 경우는 임의배당이 없었는지, 언론보도대로 2008. 7.경 이후에는 전산배당만 있었고, 임의배당은 없었는지, 다른 법원의 경우는 어떠하였는지 하는 것 등입니다.

 

 신 대법관은 더 이상 언론플레이로 오해될 수 있는 행위를 중지하고 대법관 징계청구권자 등의 공식적인 조사에 응하시기를 바랍니다. 신 대법관이 모 언론사 기자에게 "일부 판사들이 증거 조사도 안하고 재판을 보류하는 등 신속해야 할 형사재판을 방치"했다고 한 부분 등은 해당 법관들을 두 번 죽이는 일입니다. 헌법재판소법 제42조 (재판의 정지등) 제1항은 "법원이 법률의 위헌여부의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한 때에는 당해 소송사건의 재판은 헌법재판소의 위헌여부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정지된다. 다만, 법원이 긴급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종국재판 외의 소송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헌제청을 한 당해 재판부는 물론이지만 다른 재판부라 하더라도 재판의 전제가 되는 특정 법률이 위헌이라고 판단하여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고자 하는 경우에는 더 이상의 절차진행을 진행하여서는 안 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신 대법관이 또 "(뒤늦게 이메일이 공개된 것은) 뭔가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는 부분 역시 객관적 진실을 밝힌 해당 판사들을 음해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습니다. 또 "(촛불시위와 관련한 집시법뿐만 아니라) 간통죄나 양심병역 거부 등도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 제청이 돼 있지만, 거의 대부분 현행법대로 판결이 내려지고 있다"고 하였다는 부분도 이는 해당 재판부가 해당 법률이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한 사례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이고,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재판부의 경우는 절차진행을 중지하고 기일을 추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을 숨긴 것으로 오해될 수 있습니다.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이 발생하게 된 근본 원인은 무엇보다도 과도하게 관료화된 사법부 시스템입니다. 향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 논의가 집중되기를 바랍니다. 법원 가족 모두의 허심탄회한 의견 개진을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로이슈, #정영진, #신영철, #사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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