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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를 병풍처럼 둘러싼 성곽은 저녁나절에 보면 불빛과 어우러져 멋있게 변신합니다.
 동네를 병풍처럼 둘러싼 성곽은 저녁나절에 보면 불빛과 어우러져 멋있게 변신합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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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은 4호선 전철 한성대입구역에서 버스를 타거나 걸어가도 좋습니다.
 성북동은 4호선 전철 한성대입구역에서 버스를 타거나 걸어가도 좋습니다.
ⓒ N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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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본 김광섭님의 '성북동 비둘기'(1968년 作)는 동네에 사는 비둘기에 빗대어 도시개발로 사라져가는 서울 성북동만의 정감을 말하는 시(詩)로 요즈음에 읽어도 공감이 가는 현대시 같습니다. 사십여년전에 지어진 이 시 대로라면 지금쯤 동네 높은 산자락까지 뉴타운 아파트들이 들어찬 동네가 되었을 법한데 다행히 아직도 옛 정취가 건재한 곳이 성북동입니다.

대신에 마당이 안보이는 담벼락 높다란 큰 집들과 철문같은 입구가 예사롭지 않은 빌라들이 아파트 대신 들어와 있지요. 그래도 다른 동네와는 다르게 이런 부유한 집들과 평범한 서민들 생활이 공존하는 이채로운 동네이기도 합니다. 동네 한가운데 대로변에 수더분한 이름의 기사식당들이 성업중인 것도 재미있구요. 게다가 역사적이고 문학적인데다 종교적인 명소까지 품은 서울 속 개성있는 동네입니다.

성북동에는 가볼만한 다양한 명소에서부터 유명한 맛집들, 온 동네를 내려다 보면서 걷기 좋은 성곽길까지 있으니 계절마다 찾아가도 좋은 동네입니다. 이번엔 간송 미술관-수연산방-심우장-길상사까지만 다녀 보았습니다.

4호선 전철을 타고 한성대 6번 출구로 나오면 성북동을 지나는 버스들이 다닙니다. 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지나 덕수교회나 쌍다리 정류장에서 내리면 됩니다. 저는 애마 잔차를 타고 맨 먼저 성북초등학교 옆 간송 미술관을 향해 달립니다.

간송 미술관엔 귀한 국보와 보물이 많아 전시회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작은 국립박물관입니다.
 간송 미술관엔 귀한 국보와 보물이 많아 전시회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작은 국립박물관입니다.
ⓒ 간송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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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에만 개관하는 콧대 높은 미술관 - 간송 미술관

찻길가 대로변 성북초등학교 바로 옆에 있어서 찾기 쉬운 간송 미술관은 월요일을 빼고는 웬만하면 열려 있는 일반 미술관과는 달리 일 년 중 시월에만 소장품들을 보여주는 사설 미술관입니다. 저도 몇 번 가보았는데 전시품 중 훈민정음도 있고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 나오는 미술작품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교과서나 TV에서 보았던 국보와 보물들이 많아 놀라웠습니다. 국보 열두점, 보물 열점이나 있다고 하니 이건 작은 국립박물관이네요.

나무들 울창한 마당이 넓어 좋고 공작새가 사는 우리도 있는 등 보통 미술관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무엇보다 매년 시월에 잊지 말고 기억해 두었다가 찾아가야 하니 잊기 힘든 미술관이기도 하지요. 일 년중 시월에만 개관을 해서 사람들에게 좀 미안한지 입장료는 무료랍니다.

대문에서부터 앞뜰, 사랑방, 마루에 이르기까지 한옥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수연산방
 대문에서부터 앞뜰, 사랑방, 마루에 이르기까지 한옥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수연산방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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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도 문인이 되고 싶은 곳 - 수연산방

수연산방은 1933년에 지은 집으로, 산자락에 지어진 고택입니다. 지금은 전통찻집으로 쓰이지만 소설가 이태준님의 서재이자 집필공간이었다고 합니다. 월북의 굴레를 쓴 작가인 탓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한국 현대소설의 기틀을 다진 대표 작가 중 한 분이라고 하네요. 집 앞과 마당에 이 집 내력이 상세히 쓰여진 게시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우물이 있는 앞 마당 아담한 뜰도 좋고 한옥의 운치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사랑방이나 누마루에 앉아 친구와 매실차를 마시며 정담을 나누기 좋은 곳입니다. 작가의 집필공간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방에 앉아 있다보면 누구라도 문인이 되고 싶을 것 같아요. 수연산방은 성북 2동 동사무소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심우장의 검박한 모습과 집 찾아가는 오르막 언덕길은 한용운 선생님의 삶을 떠올리게 합니다.
 심우장의 검박한 모습과 집 찾아가는 오르막 언덕길은 한용운 선생님의 삶을 떠올리게 합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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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운님의 검박한 삶을 느낄 수 있는 집 - 심우장

만해 한용운님의 집인 심우장은 TV 안테나가 보이고 빨래가 널려있는 소박한 집들이 오밀조밀 모인 언덕길을 올라가다 보면 만날 수 있습니다. 목좋은 넓은 자리에 번듯하게 주차장까지 갖춘 명소들과는 초입부터 다른 느낌이 나는 곳입니다. 그토록 원하셨던 일제로부터의 해방을 코 앞에 두고 1944년에 이 집에서 돌아가셨다니 참으로 안타깝기만 합니다.

집안에는 선생님에 대한 기념물이 전시되어 있고 부엌과 처마도 고스란히 살려두어 방문객으로 하여금 순수하고도 실천적인 한 애국자의 삶에 대한 경건한 마음이 들게 합니다. 대로변 길가에 친절하게 '심우장'이라고 써있는 표지판이 보여 찾아가기 어렵지 않습니다.

성모상을 닮은 관세음보살상과 글귀가 누구에게나 편안하게 열린 곳임을 느끼게 해주는 절 길상사입니다.
 성모상을 닮은 관세음보살상과 글귀가 누구에게나 편안하게 열린 곳임을 느끼게 해주는 절 길상사입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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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방에서 면벽수행을 하다 - 길상사

길상사는 성북동 언덕 길가의 호화롭고 높다란 집들의 호위를 받으며 오르다가 성북동 성당을 지나면 보이는 절입니다. 불자가 아닌 사람이 들어가도 언제나 편안하게 열린 공원같은 사찰이지만 1960년대에는 유명한 요정이었다고 하니 놀랍습니다. 욕망이 넘치는 술자리였던 곳이 욕망을 다스리는 도량이 되었으니 이만 저만한 절이 아니네요.

부처님 마음같이, 동네 익숙한 공원같이 걸음걸음이 막히지 않습니다. 길상사에 가면 꼭 해보는 것이 잠깐의 묵언수행입니다. 길상사에서 따로 마련한 침묵의 방에서 누구라도 조용히 앉아 명상을 할 수 있습니다. 종교를 떠나 자기 자신과의 깊은 대화는 진실한 기도의 의미를 깨닫게 해줍니다.

성북동 언덕길엔 서울 성곽이 주민들 집들 위로 병풍처럼 둘러서 있습니다. 성곽길에는 공원도 만들어져 있어 서울 도심을 내려다보며 산책삼아 걷기에 좋습니다. 이 동네에 유명한 식당들이 많이 있지만, 동네 한가운데 모여 있는 기사식당에 한 번 가보세요. 무엇보다 비싸지 않은데다 기사식당의 특성상 어떤 메뉴라도 일인분을 시켜도 당연하게 받아줍니다.

예전에 산자락이었던 마을인 성북동. 언덕길이 유난히 많은 동네지만 획일적이고 무정한 아파트들이 없는 개성적이고 명소가 많은 동네 성북동을 꼭 한 번 다녀볼 일입니다.

성북동은 크고 호화로운 집들이 많은 부촌이기도 하고, 수더분한 이름의 간판이 있는 기사식당들과 공존하는 동네이기도 합니다.
 성북동은 크고 호화로운 집들이 많은 부촌이기도 하고, 수더분한 이름의 간판이 있는 기사식당들과 공존하는 동네이기도 합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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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외에도 성북동에는 최순우 고택, 선잠단지, 작은 형제회 수도원, 삼청각등의 다양한 명소들이 많으니 자전거를 타고 가면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보기 용이합니다.



태그:#간송미술관, #심우장, #수연산방, #길상사, #성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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