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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5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완화를 결정했다. 사진은 지난 10월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박병석 민주당 의원과 악수하는 모습.
 국회는 5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완화를 결정했다. 사진은 지난 10월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박병석 민주당 의원과 악수하는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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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를 하루가 다르게 실감한다. 금융위기가 실물위기로 바뀌고, 뒤따라 고용위기가 찾아오고 있다. 공기업들마저 10% 내외의 인력 감축을 예고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저마다 가정에까지 드리울 경제위기의 그림자를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다.

모두 내 앞의 경제난을 근심하고 있는 와중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놀라운 결정을 내렸다. 1가구 2주택 이상의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를 2009년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대폭 낮춘 것이다.

2주택자는 그동안 양도 차익의 50%를 양도세로 내던 것을 일반세율, 즉 9~36%로 낮췄고 3주택자는 60%에서 45%로 낮췄다. 각각 8·31(2005년), 10·29(2003년) 대책과 함께 도입되면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제도였다. 당시 논란에 비하면 너무나 허망하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가 무너졌다. 부자감세 논란 때문에 한나라당조차 조심조심하던 일이 무슨 연유에선가 후다닥 처리된 것이다.

사실 다주택이라고 해서 특별히 양도세를 중과하는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만 있다"고 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말이 맞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여유주택을 세놓는 데 임대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 나라도 없다. 제도적으로는 임대소득에 대해서도 소득세를 부과하도록 되어 있지만 주택을 전세로 놓을 경우는 부과하지 않는다.

전세는 소득이 발생하는 예치금이라기보다 갚아야 될 빚으로 보기 때문이다. 월세의 경우는 소득세를 매길 수 있으나 실제로 실적은 거의 없다. 반면 상가 등을 세놓을 때는 설령 전세로 놓더라도 보증금의 5%를 소득으로 간주하여 세금을 매긴다. 설명이 복잡했지만, 요지는 여유 주택을 세놓을 때 우리나라는 별도의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종합부동산세조차 헌재 결정에 따라 세대합산을 못하게 되었다. 1가구가 여러 채의 주택을 가지고 있어도 보유세를 중과하기 어렵고, 양도차익에도 제대로 과세를 못하는 것이다. 그럼 집값 오를 것을 기대하고 전세 끼고 대출 받아 여러 채로 늘린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또 정부가 양도세 중과시점을 예고하고 그 이전에 팔라고 했을 때, 안 판 사람은 어떻게 될까? 당연히 쾌재를 부르고 있을 것이며, 부동산 불패신화를 다시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논란이 잠재돼 있음에도 여야 의원들이 중과 해제에 합의한 데는 이런 고민이 있었던 듯하다. 지금처럼 집이 안 팔릴 때 누가 살 것인가 하는 점이다. "있는 사람이 집을 더 사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그 고민의 핵심이다. 집 한 채도 없는 사람들이 워낙 많은 상황에서 그게 말이나 되는가 하겠지만, 우리 사회에는 이런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 그게 옳다 그르다 논쟁하기 전에, 어떻든 여유주택을 인정하고 권장하자는 것이 이번 결정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여유주택을 세놓아 생긴 소득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냥 모른 척할 것인가? 전세가 빚이라는 이유로 세금을 매기지 못한다면,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 때라도 이익을 환수해야 된다는 것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의 뜻이었다. 따라서 다주택 양도세 중과를 완화하려면 임대소득세를 받아야 한다.

이에 앞서 누구에게 얼마로 세놓는다는 것을 신고해야 한다. 여유주택을 투명하게 밝히고, 여기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라는 뜻이다. 전세에 대해서는 고가전세부터 소득으로 간주해 소득세를 매겨나가자. 다만 싼 여유주택의 월세로 생계를 해결하는 저소득 중고령자들에게는 세금을 받지 말자.

우리는 너무 황망하게 다주택 양도세 중과 문제를 털어내 버렸다. 이건 단순히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들을 괴롭히거나 집 없는 사람들의 기분을 달래려고 중과한 것이 아니었다. 여유주택에 대해 임대소득세도 매기지 못하는 상태에서 다주택자들의 투기를 막으려 도입한 제도이다.

국회의원들은 이 제도에 얽힌 고민을 알고나 있었을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풀어 1가구1주택주의를 넘어서자고 주장해온 이른바 '시장주의의 기수' 김경환(서강대) 교수나 이창무(한양대) 교수마저도 임대소득세를 매겨야 한다고 했건만, 야당의원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한시적이라고 했지만 2년 뒤 다시 올릴 수 있을까? 집값이 오르면 그때 또 올릴 것인가? 다주택 양도세 문제를 다른 나라처럼 하려면 임대소득세도 다른 나라처럼 하라. 이건 부동산 경기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규범과 도덕에 관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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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수현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역임하며 각종 부동산 정책을 입안했으며, 현재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태그:#양도세 중과, #부동산투기, #1가구1주택, #다주택자, #임대소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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