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이목을 주목시킨 제29회 베이징올림픽이  24일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에서 광란과 열정을 주제로 폐막행사를 갖고 17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8개를 획득 종합순위에서 7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이뤘으며 다음 올림픽은 런던에서 열린다.

세계인의 이목을 주목시킨 제29회 베이징올림픽이 24일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에서 광란과 열정을 주제로 폐막행사를 갖고 17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8개를 획득 종합순위에서 7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이뤘으며 다음 올림픽은 런던에서 열린다. ⓒ 연합뉴스 김주성


(베이징=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65억 지구촌을 감동과 환희의 세계로 끌어들였던 2008 베이징올림픽 성화가 마침내 사그라들었다.

아시아에서 세번째로 개최된 베이징올림픽이 24일 저녁 9시 주경기장인 궈자티위창(國家體育場)에서 화려한 폐막행사를 갖고 16일간의 대축제를 서서히 마무리했다.

'광란과 열정'을 주제로 내세운 폐막식은 올림픽을 평안하게 끝낸 기쁨을 신명나게 만끽하는 뒤풀이 형식으로 진행됐다.

개막식에 이어 폐막식 공연을 총연출한 거장 장이머우 감독은 "개막식이 반만년 중국의 문화를 집약해 보여줘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에서 출발했다면 폐막식은 전 세계인이 축제를 즐기며 기쁨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으로 갈음했다"고 설명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듯 폐막식 메시지는 아쉬운 이별을 고하고 4년 후 런던에서 재회를 기약하는 것이다.

3막으로 구성된 폐막식에서 장미어우 감독은 세계 3대 테너 중 한 명인 플라시도 도밍고(67)와 중국 민요의 여왕 쑹쭈잉(42)의 합동 공연을 통해 중국과 세계의 소통을 이야기했다.

윈난성 출신 예술단원들의 화려한 춤사위, 소림사 무승 350명의 쿵푸 공연, 전통악기 얼후(중국 아쟁) 연주 등은 아직도 중국에 볼거리가 무궁무진함을 보여줬다.

30년 개혁 개방의 성과를 상징하는 현대 중국의 모습을 담은 작품도 빠지지 않았다.

베이징올림픽은 끝이 아닌 세계로 뻗어가는 중국의 새로운 출발점이라는 강한 메시지였다.

개막식에서 북과 첨단기술을 접목해 시각적인 요소를 극대화시키며 화려한 카운트다운을 연출했던 장이머우는 이번에도 과학과 음악을 화학적으로 결합해 인간의 심금을 울리는 색다른 감동을 안겨줬다.

폐막 행사가 마무리되면서 대회 기간 베이징을 뒤덮었던 올림픽기는 2012년 하계올림픽 개최지인 영국 런던으로 이양됐다.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은 궈진룽 베이징시장으로부터 올림픽기를 전달 받은 뒤 궈자티위창을 가득 메운 중국민과 전 세계 선수들 앞에서 4년 뒤에 반드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다.

런던시는 불세출의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33.LA)이 출연하는 8분짜리 프리젠테이션 영상을 방영, 런던의 꿈과 희망을 설파했고 또 다른 신화에 대한 기대감을 세계인의 가슴에 심어줬다.

성화 점화 방식이 그러했듯 소화 방식도 끝까지 비밀에 붙여졌다. 장이머우의 깜짝쇼는 베이징올림픽의 최대 화제 중 하나였다.

도쿄(1964년), 서울(1988년)에 이어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열린 베이징올림픽은 중국인이 100년의 꿈을 담아 7년간 정성스레 준비한 중화 사상의 결정판이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 이하 전 국민이 똘똘 뭉쳐 세계 일류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도약대로 삼은 올림픽에 전력을 쏟았고 중국은 일단 성적에서 강력한 라이벌 미국을 누르면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1984년 LA 올림픽부터 본격적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기 시작한 개최국 중국은 만년 2위에 머물다 13억 중국인의 열화와 같은 응원을 등에 업고 금메달 51개, 은메달 21개, 동메달 28개로 메달수 딱 100개를 채워 초일류국가 미국을 제치고 종합 1위로 우뚝 섰다.

미국은 금메달 36개를 따내는 등 총 메달수에서는 110개로 중국을 앞섰으나 기대를 모았던 남녀 육상 단거리에서 자메이카에 발목이 잡혀 1위 수성에 실패했다.

중국과 미국의 치열한 메달 다툼 속에 한국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8개를 획득해 사상 최고 성과를 올리며 국가별 메달 순위에서 종합 7위를 확정지었고 8년 만에 아시아 2위를 탈환했다.

유도의 최민호(한국마사회)가 60㎏급에서 가장 먼저 금맥을 뚫었고 '마린보이' 박태환이 자유형 400m에서 우승, 불모지 수영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일구며 감동을 줬다.

전통적 메달 박스 양궁과 태권도에서는 각각 2개, 4개로 큰 힘을 보탰다.

'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은 역도에서 무려 세계신기록을 5개나 수립하며 여유 있게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사재혁(역도) 진종오(사격) 등도 4년간 흘린 구슬땀을 금메달로 보상 받았다.

'살인윙크'로 국민 남동생으로 떠오른 이용대는 이효정(삼성전기)과 호흡을 이룬 배드민턴 혼합복식에서 값진 금을 일궜다.

야구대표팀은 투혼을 발휘해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내며 단체 구기종목에서 16년 만에 금맥을 잇고 해피엔딩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남북관계 경색으로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후 8년간 지속해 온 남북 공동입장이 무산된 건 옥에 티였다. 활발하게 진행됐던 남북 스포츠교류도 향후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베이징올림픽은 마이클 펠프스(23.미국)와 우사인 볼트(22.자메이카)라는 물과 땅의 신(神)을 낳았다.

펠프스는 신전 '워터큐브'에서 여러 차례 금빛 물살을 가르며 사상 첫 8관왕의 위업을 수립했다.

번개처럼 느닷없이 나타난 볼트는 남자 육상 단거리 세 종목에서 감전할 정도의 에너지를 폭발시키며 궈자티위창 트랙을 온통 금빛으로 물들였다.

안타까운 소식도 있었다. 남자 육상 110m 허들에서 대회 2연패를 노리던 류샹(25)은 갑작스러운 오른쪽 발목 부상으로 대회를 포기해 13억 중국민의 가슴에 멍을 지웠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4천500회 이상 강력한 도핑을 실시한 결과 북한 사격 선수 김정수(31)의 은메달과 동메달을 박탈당하는 등 여러 선수의 기록과 메달을 빼앗고 경종을 울렸다.

체조 선수 나이 조작과 관련한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메달을 내팽개친 레슬링 선수와 판정에 불복해 심판을 때린 태권도 선수 등 갖가지 사연으로 논란을 불러 일으킨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연일 터져 나온 감동스토리는 애꿎은 소식을 수시로 잠재웠다.

나탈리 뒤 투아(24.남아프리카공화국)는 한쪽 다리만으로 여자 마라톤 수영(10㎞)에 출전, 16위에 오르며 무한한 감동을 선사했고 혈액암을 극복하고 역시 같은 종목에서 우승한 네덜란드 수영 마라톤 대표 마르텐 판데르베이덴(27)의 사연은 세계인의 눈시울을 자극했다.

외팔 탁구소녀 나탈리아 파르티카(19.폴란드), 고환암 판정을 받고도 에릭 섄토(25.미국)의 눈물겨운 도전,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근간을 이룬 아줌마 부대가 노래한 '우생순'의 감격 등 베이징올림픽은 오직 스포츠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을 아낌없이 선사했다.

16일간 써내려간 각본없는 드라마를 뒤로 하고 베이징의 성화는 어둠으로 사라졌다. 30번째를 맞는 런던올림픽에서는 보다 극적이고 더 순수한, 열정의 무대를 예고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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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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