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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유난히도 비가 많이 왔던 지난 2007년 7월의 어느 날. 도시의 일상업무 스트레스에 지쳐서 마음 내키는 대로 훌쩍 강원도 깊은 산골로 약초 산행을 떠났습니다. 평소에도 상서로운 기운이 감도는 그곳은 인간의 발길이 닿았을 것 같지 않은 깊은 산속이었습니다.

가늘게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헤맨 지 몇 시간이 흘렀는지 가늠이 안 잡히기 시작할 즈음…, 저는 그만 길을 잃었습니다. 훨씬 더 굵어진 장맛비는 억수같이 쏟아지고, 비상식량도 떨어지고, 체력은 바닥나고, 체온이 떨어진 채 길을 잃어 헤매던 위급한 상황.

마침내 탈진하여 정신이 가물거리다가 앞으로 폭 꼬꾸라졌습니다. 차라리 그대로 잠이 들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나뭇잎 위에 엎어진 채로 무심코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허허허 허허허 웃음밖에 안 나오는 광경이 앞에 펼쳐졌습니다.

심 봤다~~~!!! 한 뿌리만 있는 줄 알고 정신없이 캐다가 곡괭이를 놓고 문득 주변을 살펴보니…, 가족삼이었습니다. 할머니, 어머니, 아들, 손자까지…. 해발 1000미터 정도 되는 지점이었습니다.

  == 한뿌리인줄 알고 캐다가 가족삼임을 발견하고 놀라 곡괭이마저 던져버리고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 가족삼 발견 == 한뿌리인줄 알고 캐다가 가족삼임을 발견하고 놀라 곡괭이마저 던져버리고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 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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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정 빗물에 젖어 싱싱하게 반짝이는 산삼!!!
▲ 빗물에 젖은 산삼 === 청정 빗물에 젖어 싱싱하게 반짝이는 산삼!!!
ⓒ 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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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삼 씨앗을 심마니들 용어로는 '딸'이라고 합니다. 빗물에 흠뻑 뿔어버린 제 손바닥 위에 앙증맞은 산삼 딸이 보이네요.
▲ 산삼씨앗 === 산삼 씨앗을 심마니들 용어로는 '딸'이라고 합니다. 빗물에 흠뻑 뿔어버린 제 손바닥 위에 앙증맞은 산삼 딸이 보이네요.
ⓒ 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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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뿌리를 채심하였는데, 저의 몸 상태가 기진맥진한 응급 상태라서 현장에서 한 뿌리 먹어버렸습니다. 그랬더니 말로만 듣던 산삼의 효과인지 정말로 눈이 밝아지면서 기운이 버쩍 나더군요.

 === 기념으로 셀프 사진을 찍었습니다.
▲ 산삼발견 기념 셀프사진 === 기념으로 셀프 사진을 찍었습니다.
ⓒ 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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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이 났을 때 서둘러 안전한 지대로 탈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쏟아진 엄청난 폭우 때문에 조그맣던 계곡물이 불어나서 커다란 폭포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래도 선택의 여지는 없었습니다. 산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는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것이 가장 확실한 길 찾기 방법이니까요. 물길이 있는 곳에 사람들 마을도 있기 때문입니다.

두려움이 밀려왔지만 마치 영화 <미션>의 주인공 가브리엘처럼 높은 폭포를 맨손과 맨발로 바위를 타며 내려왔습니다. 채심한 산삼들을 가슴에 품고 목숨을 건 필사의 계곡 탈출…. 다행히 천지신명의 도우심 때문인지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하산했습니다. 저의 평생 그렇게 정신을 번쩍 차려서 일거수일투족을 조심스럽게 움직여 본 적은 없었습니다.

 === 가족삼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사랑스럽죠?
▲ 한자리에 모인 가족삼 === 가족삼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사랑스럽죠?
ⓒ 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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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는 쓰지만 열매는 달다.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정신이 아찔하지만, 한편으로는 황홀합니다. 집에 모셔온 산삼들을 놓고 다시 한번 기념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가장 작은 산삼(동자삼)은 허약한 어린 조카에게 먹였고, 중간 크기의 산삼은 사랑하는 아내에게, 가장 큰 산삼은 심장병으로 고생하시는 어머님께 드렸습니다. 산삼은 캐는 사람과 먹는 사람이 따로 있다더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급해서 작은 거 한 뿌리를 산에서 먹기는 했지만요.

 === 동자산삼입니다
▲ 동자 산삼 === 동자산삼입니다
ⓒ 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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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가탑같이 고상하고 우아한 산삼입니다.
▲ 단아한 산삼 === 석가탑같이 고상하고 우아한 산삼입니다.
ⓒ 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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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보탑같이 화려한 대물 산삼입니다.
▲ 대물 산삼 === 다보탑같이 화려한 대물 산삼입니다.
ⓒ 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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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했던 그날 이후로는 업무차 바빠서 산행을 게을리했는데, 앞으로 틈나는 대로 본격적으로 산행할 생각입니다. 올해도 대박 산행을 또 한 번 꿈꿔 봅니다.

덧붙이는 글 | 이상호 기자는 제4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기초강좌 수강생이며, 이 기사는 기초강좌 과정에서 작성한 기사입니다.



태그:#산삼, #가족삼, #오지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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