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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통. 오늘도 요란한 소리를 내며 작은 통통배 한 척이 영도 대평동과 자갈치 사이를 오간다. 통통배가 오고 갈 때마다 낡고 허름한 도선장에는 평범한 영도 사람들이 모여든다. 자갈치 시장에서 해산물을 산 주부도 있고, 윤기 나는 머리를 휘날리는 여고생도 있다. 어떤 노부부는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지긋한 눈길로 바다를 쳐다본다.

저쪽 뱃머리에선 연인으로 보이는 젊은 커플이 연신 카메라를 들이대며 주변의 풍경을 찍는다. 통통배 위로 날아다니는 한 떼의 갈매기들. 갈매기들은 작은 울음소리와 함께 힘찬 날개짓을 하면서 배 주변을 돌아다닌다. 저 멀리 보이는 영도대교와 부산대교의 평화로운 모습. 이 배는 100년 전에도 영도와 남포동을 오가면서 수많은 이들을 실어 날랐다. 그들이 흩뿌리고 간 사연과 함께.

 배를 타러 가자
배를 타러 가자 ⓒ 김대갑

영도와 육지를 잇는 최초의 뱃길은 1890년 한 척의 나룻배로 시작되었다. 영도에 사람들이 점차 모이면서 육지와의 뱃길이 필요해졌는데, 영도 사람들이 돈을 추렴하여 오늘의 봉래동 갯가에서 현재 롯데월드를 신축하는 옛 부산시청 사이에 나룻배를 통한 물길을 연 것이다.

그런데 영도에 점차 인구가 늘고 나룻배도 4척으로 늘어날 즈음인 1901년 일본인들이 또 다른 뱃길을 열어 영도나룻배를 따로 운영하기 시작하였다. 이 나룻배가 현재 통통배의 시원인 것이다.

당시 영도사람들과 일본인들은 서로 경쟁하듯이 뱃길을 운영하였다. 그런데 일본인들의 배는 수탈을 위한 장치였지만 조선인들의 배는 옥성학교(현재의 영도초등학교)를 운영하기 위한 자금줄이었다. 배 운영 수익으로 영도 사람들을 위한 학교를 경영하였던 것이다.

 자갈치로 떠나는 배
자갈치로 떠나는 배 ⓒ 김대갑

1910년 일본인들은 나룻배를 디젤엔진 동력선으로 바꾸었고 영도나룻배도 뒤질세라 통통선로 바뀌었다. 그러나 일본인들에 의한 합방이 이루어진 후에 옥성학교는 공립학교로 강제 접수되는 아픔을 겪는다. 그리고 이 학교의 수익원이 되었던 영도 나룻배는 부산부에서 직영하게 되었다. 참으로 한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작은 나룻배 하나에도 민족의 아픔이 서려 있으니 말이다.

1934년 11월 영도다리가 개통되자 영도 사람들이 운영하던 나룻배는 사라지고 말았다. 이 배가 다니던 길에 영도다리가 놓여졌으니 더 이상 효용성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 반면 일본인이 운영하던 뱃길은 살아남게 되었고, 이 뱃길이 지금 통통배가 다니고 있는 길이 된 것이다.

 통통배를 타는 도선장
통통배를 타는 도선장 ⓒ 김대갑

이름 하여 영도 도선장. 영도 대평동에 자리 잡은 허름한 시멘트 건물. 잿빛 시멘트 건물에는 군데군데 실금이 거미줄처럼 퍼져 있다. 좁고 어두운 통로에 자리 잡은 허름한 매표소. 버스 요금보다 몇 십 원 싼 요금을 내면 바로 배를 탈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승선권도, 탑승 명부도, 안내원도 없다. 그저 매표소 유리창 너머로 무표정하게 돈을 주고받는 앳된 얼굴의 아가씨 하나만 달랑 앉아 있다.

때론 이 아가씨가 아저씨로 바뀌기도 한다. 하긴 어느 아가씨인들 이 낡고 비좁은 공간에 있기를 좋아할까. 그래서 이 도선장에는 아련한 향수와 정겨운 추억이 흐른다. 70년대의 버스 안내양을 연상시키는 애틋한 그리움이 켜켜이 묻어 있다.
 
 도선 내부 풍경
도선 내부 풍경 ⓒ 김대갑

왜 아직도 이 통통배가 유지되고 있을까? 해답은 시간이었다. 대평동 사람들이나 자갈치 상인들이 버스를 이용해서 영도에 가려면 10분 이상 걸리지만 이 통통배를 타면 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이 통통배는 이런 편리함 때문에 아직도 서민의 발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만일 이 통통배가 경제적 효용이 별로 없다면 벌써 사라졌을 것이다. 그러면 도심 속을 가로지는 통통배의 추억과 낭만도 사라졌겠지.

 신동아시장의 야경
신동아시장의 야경 ⓒ 김대갑

곽경택의 영화 <친구>를 보면서 들었던 의문점은 왜 이 통통배를 배경으로 촬영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었다. 네 친구들이 통통배를 타면서 우정을 나누는 장면을 찍었다면 아주 그럴 듯한 그림이 되었을 터인데 그렇게 하질 않아 무척 아쉬웠다.

이 통통배에서 바라 본 풍경은 정말 그럴 듯하다. 배를 타고 가면 영도와 자갈치, 용두산의 풍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또한 밤이면 정말 끝내주는 부산의 야경을 실컷 볼 수도 있다. 특히 요 근래 준공한 신동아시장의 노란 조명이 밤바다에 어우러진 풍경은 환상적이다.

 부산대교의 야경
부산대교의 야경 ⓒ 김대갑

오늘도 통통배는 영도와 자갈치를 오간다. 지난 100년 간 조선인과 일본인들이 드나들었던 그 뱃길 위로 통통배는 작고도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부지런히 돌아다닌다. 갈매기는 여전히 끼룩거리고, 밤바다의 물결은 은린처럼 반짝인다.

부산의 바다 여행은 비단 크루즈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작고도 값싼 통통배로도 얼마든지 부산의 바다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통통배를 타면서 즐겨본 부산의 바다 야경. 아마, 그대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송고함



#통통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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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스토리텔링 전문가.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토요일에 떠나는 부산의 박물관 여행>. <잃어버린 왕국, 가야를 찾아서>저자. 단편소설집, 프러시안 블루 출간. 광범위한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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