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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관동 사무소','진관 시장', '진관 슈퍼마켓' 등처럼 어떤 장소 이름에 동네이름이 들어간 것에 익숙하기 때문일까? 혹자들은 묻는다. "진관동에 있기 때문에 진관사냐?"고.

 

'고려 현종이 진관 국사를 위해 1010년에 창건했다'고 진관사 홍제루 옆 안내문에 소개되어 있다. 혹은 '신라 시대 고찰'로, '진관 스님이 창건'했다고도 전한다. 또한, '원효 대사가 진관 대사와 함께 삼천사를 함께 창건했다'고 <북한지(北漢志)>에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

 

확실한 창건기가 무엇이든, 창건과 진관 스님이 관계되어 있는 것을 보면 '진관사가 있는 동네라 진관동'이라는 것이 충분하게 짐작되리라. 보충 설명 하나. 2007년에 진관외동과 진관내동이 행정상으로 합쳐져 진관동이 되기 전까지 진관사는 '진관외동 1번지'였다.

 

진관사가 6·25 때 폐허가 되었었단다. 이런 절을 1963년부터 중수를 시작, '한양 4대 사찰'이란 애칭에 걸맞도록 북한산의 내밀한 풍광을 살려 중수한 스님은 진관 스님.

 

천여 년 전의 창건주와 천여 년 후 폐허가 된 절을 일으켜 세운 스님이 같은 법명을 쓰는 묘한 인연으로 오늘 우리 앞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진관사에 갈때면 '이름이 같은 두 진관스님의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남다른 내력을 짐작해 볼때도 있다. 진관사는 이처럼 인연을 돌아보게 하는 절이다.

 

"작은 절이지만 독성각, 칠성각, 나한전이 특별한 곳이에요. 오래된 나무들도 특별하고…."

"일주문이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소박하고 편안하네요. 크고 화려하게 짓는 일주문들이 참 많더라고요."

 

 

북한산을 자주 다녔음에도 진관사 쪽은 처음이다. 종교가 전혀 다르다보니 절집에 들어갈 기회는 거의 없었다는 함께 간 말벗은 진관사의 일주문이 소박해서 좋단다. 절에 오래 머물게 할 양으로 설명해주기로 작정한 독성각, 칠성각, 나한전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눈치다.

 

알고 있기를, 6·25 때도 이 전각들만은 살아남았단다. 이 세 전각을 앉힌 터를 모두 합해 보았자 큰 절의 대웅전 정도? 그래서 기껏 몇 걸음만으로도 이 전각들 구경은 충분하다. 그런데 갈 때마다 한 시간 넘게 머무르곤 한다. 오늘 나의 설명은 무척 길어질 것이다.

 

"벽화에 머리가 하얀 노인이 그려진 걸 많이 보았죠? 이 할아버지가 호랑이와 함께 있으면 산신각에 모셔지는 '산신'이고, 호랑이 없이 폭포를 배경으로 공부를 하거나 나뭇짐을 지고 있다면 독성각에 모시는 '독성'이라고 보면 거의 맞아요. 아주 가끔 예외도 있지만…, 독성은 '홀로 깨달은 이'라는 뜻인데 나반 존자라고도 해요."

 

진관사의 '독성각'은 '독성전'이란 현판을 달고 있다. 그런데 1칸짜리 좁은 전각이다. '-각'보다는 '-전'을 좀 더 큰 것으로 생각하는 이 근거 없는 편협한 기준이 한참 잘못되었다는 듯, 겨우 한사람 절을 올릴 수 있을 만큼 작은 공간이다.

 

'나와 다른 사람들, 혹은 세상의 수많은 것들과 비교할 때 기준이 되는 나만의 기준은 얼마나 믿을만한 것인가….' 진관사 독성전을 처음 만났을 때 내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었었던가. 하지만 까맣게 잊고 살았다. 본능적으로 내 기준이 옳다고 생각하고 우기면서 말이다.

 

"독성각에는 보통 하얀 머리의 노인인 독성을 그린 독성도(독성탱, 독성탱화)만을 모시는데, 진관사 독성전에는 독성도와 함께 흙으로 빚어 채색한 소조독성상을 봉안하였답니다. 독성상은 거의 조성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또한 까만 머리의 독성상이라 조선 후기 독성 신앙을 연구하는 귀중한 자료라네요. 몸체도 작고 머리도 검어 마치 동자 같죠?"

 

대부분의 절에는 칠성각, 산신각, 독성각이란 규모가 비교적 작은 전각이 하나나 둘 정도는 있는데, 칠성을 모시면 칠성각, 산신을 모시면 산신각, 독성을 모시면 독성각이다. 한 전각에 셋을 모두 모시면 삼성각인데, 절에 따라 삼성각과 이런 전각을 함께 두기도 한다.

 

진관사 칠성각은 기둥수로 보아선 3칸이라 사진과 설명만 보면 다소 커보인다. 하지만 대여섯명이 편하게 절을 올리기 버거울만큼 좁은 공간이다. 칠성도(칠성탱, 칠성탱화)만을 봉안하는 것이 보편적인데 독성처럼 동자같은 느낌의 치성광여래를 봉안하고 있다.

 

"칠성각과 독성전이 모두 문화재로 지정, 안에 봉안한 것들도 모두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어요. 이 두 전각에 문화재 지정만 8점이죠. 모두 조선 후기 토속신앙과 건축물을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라고 하네요."

 

이제는 대여섯 걸음 거리에 있는 나한전으로 갈 것이다. 'ㄱ자'를 이룬 이 세건물 모두 멋을 극히 제한한 맞배지붕. 그런데 나한전은 옆처마에 풍판을 달지 않고 치장을 했는데 독성전, 칠성각은 풍판을 달고 화방벽을 하여 소박하다.

 

"수행자로서 깨달음의 최상 경지인 아라한과에 든 나한들을 모신 곳으로 사찰에 따라 영산전, 응진전이라고도 하죠. 석가모니 삼세불(과거불, 현재불, 미래불)을 주불로 절에 따라 16나한, 18나한, 500나한을 모시기도 하는데 재미있는 전각이라 오래 있을 때가 많아요. 신통을 자유자재로 부릴수도 있으면서 장난가도 있고 순수한 나한들을 표현했거든요."

 

 

나한전에도 석가모니 삼존불을 비롯해 후불탱화인 영산회상도와 나한도, 16나한상이 모두 문화재로 지정되어있다. 특히 16나한도는 민화풍으로 그려졌는데 중국식 나한도가 한국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예로 미술사적, 종교적 자료 가치가 높다고 한다.

 

"전각 셋 모두 상궁들이 시주한 돈으로 지었다는데, 동자 같은 독성, 칠성과 상궁들의 발원을 연관하여 유례를 좀 더 알아보면 훨씬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어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칠성각 칠성단에 실타래를 놓는 이유를 혹시 아세요?"

 

진관사에 갈 때마다 이 좁은 공간에 오래 있는 이유는 꼭 이들 전각 때문만은 아니다. 칠성각 뒤, 천여 년은 족히 됐음직한 참나무와 스님들이 베푼 공양을 먹이로 살아가는 날다람쥐, 뭇새들을 보는 것 또한 눈길을 붙잡기 때문이다. 절 뒤란의 솔숲도 적잖은 위안이다.

 

프랑스에서 최고로 비싼 향수에 우리나라 소나무 액이 쓰인다는 것을 어떤 책에서 읽었었다. 스트레스가 극도로 쌓이면 오래된 소나무를 끌어안고 펑펑 울어버림으로써 치유를 한다는 어떤 이의 고백도 읽었지 싶다. 또 오래된 소나무는 음식의 부패를 늦춘다고 한다. 소나무의 살균력을 연구자들이 입증, 우리 생활에서 널리 쓰인 지 이미 오래다.

 

이런 소나무들이 절 뒤란에 숲을 이루고 있어 송화 가루 날리는 5월 진관사의 솔향기는 더욱 더 진해진다.

 

소나무뿐만 아니라 오래된 나무들도 우리에게 좋은 기운을 준다는데 진관사에는 오래된 나무들도 많다. 천왕문 역할을 하는 홍제루 부근만 보호수가 3그루나 있다. 나무의 치유력을 굳이 따지지 않고 얼핏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을 연거푸 할 만큼 멋진 나무들이 많고 많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 종교가 다름을 이유로 절집을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오래된 절들은 우리의 옛문화와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그런만큼 이런 고찰에선 종교 상관없이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알려는 눈과 마음이 우선 더 필요하지 않을까?

 

불자가 아닌 까닭에 이제까지 산의 한 부분 풍경으로만 절집을 스쳤다면 올봄에는 홍제루 문턱을 선뜻 넘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하여 독성전과 칠성각, 나한전의 문화재만이라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칠성전에 쌀과 실타래를 놓고 가족의 건강과 명을 빌었던 조선 후기 여인네들의 순박한 마음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종교가 전혀 다름에도 선뜻 절문에 들어서서 독성과 칠성, 나한들을 만나는 동안 진관사의 오래된 나무들과 절 뒤란 솔숲이 베푼 삶의 활력을, 동행한 말벗은 얼만큼이나 느꼈을까? 이런저런 까닭으로 가급 오랫동안 머물며 긴 설명을 작정한 나의 의도를 혹 눈치 챘을까?

 

"사극을 보면서 '그게 그건가 보다' 별 생각 없이 보던 것들이 오늘은 다르게 보이네요. 이제 경복궁 같은 고궁에 가면 지붕들도 기둥들도 다시 바라보게 될 것 같습니다. 나무들 사이로 보는 하늘도 참 좋고, 오래된 나무들이 많아 겨울 진관사도 좋을것 같습니다."

 

진관사에서 눈여겨 볼 것들

진관사의 문화재

▲독성전:서울 문화재자료 제34호▲독성각 독성도(나반존자도):서울 문화재자료 제12호▲독성각 소조독성상(나반존자상):서울 문화재자료 제11호▲독성각 산신도:서울 시도유형문화재 제149호▲칠성각:서울 문화재자료 제33호▲칠성각 칠성도:서울 시도유형문화재 제147호▲칠성각 영정:서울 시도유형문화재 제148호▲칠성각 석불좌상:서울 문화재자료 제10호▲나한전 소조석가삼존불상:서울 시도유형문화재 제143호▲나한전 소조십육나한상:서울 시도유형문화재 제144호▲나한전 영산회상도:서울 시도유형문화재 제145호▲나한전 십육나한도:서울 시도유형문화재 제146호(문화재 지정 이름은 '진관사 독성전'처럼 진관사가 모두 들어가나 설명을 위해 모두 생략하였음)

 

동정각 옆 오래된 음나무, 홍제루 옆 석물부재들,홍제루의 낡음, 대웅전 뒤 북한산 능선, 드라마 삼순이에 나왔던 홍제루 앞 보호수 3그루가 있는 곳 등도 살펴보기를!

 

가는 방법

대중교통: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3번 출구에서 7724번 마을버스(진광사가 종점)

승용차:연신내나 구파발에서 기자촌쪽으로 진입, 2008년 4월 현재 은평 뉴타운 공사로 변동이 잦지만 팻말이 있다.


태그:#진관사, #칠성각, #독성각, #나한전, #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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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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