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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이 내분에 휩싸였다. 당이 쪼개질 수도 있단다. 당연한 일이다. 민노당은 이번 대선에서 참패했다. 아니 가장 큰 패배를 당한 정당이다. 2002년 대선 4%에서 시작해서 2004년 국회의원 선거 13%, 2006년 지방선거 12%로 이어졌던 급상승 곡선이 이번에는 3%로 폭락했기 때문이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이는 너무나 간단하다. 민노당은 스스로 노동자, 농민,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고 말하지만, 이들은 민노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더구나 한때나마 민노당에게 희망을 가졌던 사람들마저 등을 돌렸다.

 

생각해 보자. 민노당이 진실로 이들을 대변하고 있고, 또 그럴 능력이 있다면 왜 이들이 지지하지 않겠는가? 아마 이들 모두의 지지를 얻는다면 민노당은 집권당 정도가 아니라, 영구집권당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민노당 의원 스스로가 밝히듯이 민노당은 ‘민주노총당’, ‘친북당’, ‘경제무능당’, ‘정파담합당’이라는 일그러진 이미지로 국민에게 다가온다. 더구나 민노당이 정말 노동자, 농민, 서민을 위한 당인지, 아니면 당원들의 정치적 신념을 위한 자위 공간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그것도 철지난 좌파 혁명론으로 말이다.

 

노동자, 농민, 서민이 지지하지 않는 정당

 

민노당의 최대 과제는 이번 대선에서 잃었던 지지를 회복하는데 있다. 그 길은 분명 당을 혁신하는데 있다. 그러나 혁신이 서로의 책임을 추궁하고 자기  반성이나 하자는 식으로 마무리 되어서는 안 된다. 책임을 질 사람은 지고, 혁신에 동참할 수 없는 사람은 배제되어야 하지만, 그 방법은 더 큰 비전하에 재창당의 기회를 제시하는데 있다.

 

다시 말해 정치판을 새로 짜며 자기 혁신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번 대선이 막을 내린 이후 다른 정치세력들 역시 정계개편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민노당이 공세 차원에서 정치판 새로 짜기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 이후 완전히 고사될 수 있다. 

 

우선 한나라당을 보자. 한나라당에서는 후보 경선 시절부터 필사적 경쟁관계를 유지했던 이명박과 박근혜 진영 간의 보이지 않은 알력이 지속된다. 분명 여기에는 내년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세력 싸움 정도로 치부할 수 없는 폭발력이 잠재되어 있다. 왜냐하면 같은 한나라당이던 이회창 진영이 이젠 적이 되어 분당이나 탈당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누구 하나가 희생하지 않는다면 과거 한나라당 세력은 이른바 ‘냉전 보수’와 ‘실용주의 중도’로 분열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우연일까? 이인제 후보의 대선 참패로 몰락의 위기에 있는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분열을 기다리며 반대로 이명박 진영에 합세할 조짐마저 보인다. 그들도 실용주의 중도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통합 신당 진영은 어떠한가? 과거 민주당에서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만들었고, 2006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그 원인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돌리며 다시 창당했던 사람들. 그들은 이번 대선 패배도 노무현 대통령 책임이라고 변명하며, 아직도 탈 노무현만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탈 노무현 카드로 설왕설래 하는 것이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후보를 당 대표로 옹립하는 것이라면 이들의 정치적 성향 역시 한나라당과 다를 바 없다. 다만 냉전 보수가 아니라, 실용주의 중도라는 점에서 말이다.

 

그렇다면 뭔가? 기존 정치 세력들이 한편에서는 이회창 진영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실용주의 중도로 수렴하고 있다는 것 아닌가? 이명박, 민주당, 탈 노무현 진영이 서로 헐뜯고 싸웠지만, 결국 서로 다른 정치 세력 간의 싸움이 아니라, 실용주의 중도 세력 사이의 내부 경쟁이었다는 것 아닌가?

 

아마 이번 대선에서 이인제, 정동영 후보가 이명박 후보를 절대 이길 수 없었던 이유는 바로 이들이 이명박 후보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데 있을 것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무능해 보이고, 네가티브에 몰두할 만큼 아무런 비전을 갖고 있지 않았다는 점일 것이다. 따라서 흡사 과거 반독재 전선처럼 반한나라당 전선을 형성하자고 해도, 그것은 기껏해야 이회창 전선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었고, 이를 통해 이득을 본 쪽은 오히려 이명박 후보였다.

 

그런데 과거 민노당을 지지했던 표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2002년 대선 때 노무현을 지지했던 사람들 중 많은 부분이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다고 한다. 이회창 후보가 한나라당 표를 잠식했음에도 이명박 후보가 대승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민노당이 잃어버린 표는 어디로 간 것일까? 그것은 결국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을 주었던 문국현 진영으로 간 것 아닌가?

 

냉전 보수, 실용주의 중도. 이제 남아있는 또 하나의 축은 무엇인가? 이는 분명 개혁 진보 세력이다. 민노당이 재창당의 각오로 스스로를 혁신하려 한다면 이제 민노당은 수세적이 아니라, 공세 차원에서 흩어진 개혁 진보 세력을 결집하려는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노동자, 농민, 서민을 위한 정치를 추구하되 민주주의 방식으로 국민의 지지를 획득하고, 이를 통해 법과 제도를 변혁하려는 ‘개혁 진보 연대’라는 새로운 판짜기 말이다. 그것이 민노당 일부 세력이든, 문국현 지지 세력이든, 통합 신당 내 개혁세력이든 이를 원한다면 연대하고, 이를 거부한다면 그것이 민노당 세력이라도 이번 기회에 정리해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 한겨레 필통 문성훈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민노당 내분, #정계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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