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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아
 서윤아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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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바이즈(joan baez) 'donna donna'가 흘러나오자 웅성거림이 멈췄다. 숨소리마저 멈춘 듯했다. 60년대를 대표하는 포크계의 전설 존 바이즈 음색을 재현하고 있는 서윤아씨에게 한꺼번에 시선이 모아졌다.

27일 저녁 7시 30분, 시민단체 송년회 모임자리에서 서윤아씨를 만났다. 엄밀히 따지면 만난 것이 아니라 바라본 것이다. 그는 초대가수로 왔고 난 관객으로 앉아있을 뿐이었다. 오감을 동원해서 노래를 들었다. 하나도 빠트리지 않기 위해서.

학창시절 존 바이즈 목소리에 빠진 적이 있었다. 3옥타브를 넘나드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으며 사춘기를 보냈다. 존 바이즈는 반전 운동가이며 자유와 인권을 노래로 실천한 가수다. 그 사실을 알고 난 이후 그의 노래가 더 좋아졌다.

서윤아씨가 부르는 ‘donna donna'(클릭하면 서윤아씨의 노래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가 내겐 연말 선물이었다. 송년회에 참석하러 왔다가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게 된 것. 그가 선물한 것은 추억이다. 그의 노래를 들으며 난 잠시 사춘기 소년이 되었다.

존 바이즈 노래에 빠져 있던 시절에는 소형 카세트를 머리맡에 두고 음악을 들으며 편지 나 일기 쓰는 것을 좋아했다. 언제 잠든 줄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든 후 아침에 일어나 다시 라디오 소리가 들리면 행복했다. 그 시절이 사춘기라는 것은 사춘기가 지난 후에야 알 수 있었다.

노래가 끝난 후 서윤아씨 연락처를 받았다. 그의 노래를 다시 듣기 위해서다. 서윤아씨는 경기도 군포시에 있는 ‘작은 사랑회 love street' 멤버다. '작은 사랑회'는 봉사활동을 목적으로 모인 단체고 'love street'는 음악을 통해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창립된 밴드다.

작은 사랑회는 지난 1994년 태동했다. 안양 예술공원(구 안양 유원지) 한 카페에 모여 친분을 나누던 사람들이 의기투합해서 봉사단체를 만들었던 것. love street는 2003년 1월 11일에 창립됐다. 회원들 중 음악에 소질 있는 사람들이 모여 거리 자선공연을 하다가 밴드를 결성하고 이름까지 지었던 것.

love street는 거리 자선공연을 통해 기금을 모아 군포에 있는 ‘양지의 집(중증 장애인 재활원)’과 무료 공부방 등을 정기적으로 돕고 있다.

서윤아씨가 밴드에 합류 한 것은 2년 전이다. love street가 거리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하고 스스로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서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기타를 시작했고, 대학 다닐 때는 라이브 가수가 되고 싶어 이곳저곳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그때가 80년대 중반이다. 그 이후 생활에 쫓겨 한참을 잊고 지내다가 love street를 통해 다시 음악에 눈을 돌리게 되었던 것. 서윤아씨는 기회만 되면 작은 모임이라도 찾아가 노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선 전화로 대화를 나눴다. 얼굴을 볼 수는 없었지만 음악에 대한 그의 열정은 목소리를 통해서 느낄 수 있었다. 긴 시간 전화 통화를 했으면서도 서윤아씨에게 하지 못한 말이 있다. 연말 선물을 받고도 미처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 못했다. 잠시나마 아름다운 사춘기 시절로 되돌아가게 해준 것에 감사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안양뉴스(aynew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서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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