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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남아있는 바위와 자갈의 기름찌꺼기를 닦느라 여념이 없는 자원봉사자들
▲ 자원봉사 아직 남아있는 바위와 자갈의 기름찌꺼기를 닦느라 여념이 없는 자원봉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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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나라는 “태안 유조선 기름 유출” 사건으로 사상 최악 바다오염 사태를 맞았다. 이 사태를 극복하는 데 힘을 보태려는 국민의 자원봉사행렬은 하루 10만 명에 이르곤 했다.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 바다오염을 완전히 복구하려면 10년은 걸려야 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하기도 했다.

해수욕장 등 사람들이 많은 곳은 이제 거의 제 모습을 찾았지만 사람들의 손길이 뜸한 곳은 아직도 자원봉사자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그런 와중에 태안 기름 오염을 제거하는 방법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이를 확인해 보려고 나는 지난 12월 24일 태안 백리포, 천리포 해수욕장을 찾았다.

모래사장은 기름 오염 현장임을 몰라볼 정도로 깨끗해졌는데 아직 바닷가 검게 오염된 돌과 바위가 있는 곳엔 자원봉사자들의 끊임없는 손놀림이 이어지고 있다. 백사장에 누워 있는 오일펜스는 기름을 막아내던 처절한 모습이 또렷하다. 바닷물에 의해 밀려온 기름찌꺼기가 모래사장에 조금씩 남아 있지만 방송에서 새까맣던 모습을 봐온 나는 이 정도만 해도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기름 제거방법 논란의 한복판에 있는 시민단체인 (사)EM환경센터의 백리포 해수욕장 EM 방제본부장 고운맘 스님과 조영욱 홍보실장을 만났다. 이들은 백리포와 천리포 등에 지난 12월 14일부터 상주하면서 이엠 미생물을 계속 뿌려댔는데 그것이 효력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깨끗해진 백리포 앞바다에 다시 돌아온 청둥오리들과 갈매기 한 마리가 한가롭게 물고기 사냥을 한다.
▲ 청둥오리와 갈매기 깨끗해진 백리포 앞바다에 다시 돌아온 청둥오리들과 갈매기 한 마리가 한가롭게 물고기 사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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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띠 깨끗해진 모래사장 곳곳엔 아직 바다에서 밀려온 기름띠가 보인다
▲ 모래사장 기름띠 깨끗해진 모래사장 곳곳엔 아직 바다에서 밀려온 기름띠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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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리포 해수욕장 모래사장에 몇 군데 구덩이를 파보니 기름기가 없다. 그런데 조금 내려가 파보니 거기엔 아직 기름띠가 남아 있다. 며칠 더 발효가 진행되어야 완벽해질 것이란 설명이다. 바다엔 청둥오리 떼와 갈매기 한 마리가 물고기를 잡고 있다. 다시 새들이 돌아왔다는 것인가? 여기저기 조개, 게 등이 살아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천리포로 가보았다. 여기도 백사장이 거의 깨끗하다. 여기서 이엠의 효력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이엠 미생물은 음식 만들 때 썼던 효소, 유산균, 광합성 세균을 같이 넣어서 배양시킨 것이다.

모래사장의 구멍을 파 보니 물이 스며 나온다. 그런데 기름기가 섞여 나오는 것이 아닌가. 고인 기름 물에 연하게 붉은빛의 이엠 용액을 조금 붓는다. 한 10분쯤 뒤 기름띠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다른 쪽 구멍은 기름띠가 적었는데 10분쯤 뒤 거의 맑게 변하는 걸 확인했다.

주변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은 신기하다고 말한다. 나는 눈에 보이는 곳은 그렇다 치고 어민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유화제 때문에 바닷속에 가라앉은 기름찌꺼기는 어떻게 해야 하나고 물었다.

모래사장 이엠 미생물을 뿌린 백리포가 얼마나 기름제거가 되었는지 구멍을 파보았다. 일부는 기름이 보이지 않았지만 일부는 아직 기름띠가 보인다.
▲ 백리포 모래사장 이엠 미생물을 뿌린 백리포가 얼마나 기름제거가 되었는지 구멍을 파보았다. 일부는 기름이 보이지 않았지만 일부는 아직 기름띠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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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포에서 백리포 이엠방제본부장 고운맘 스님(오른쪽)과 이엠 환경센타 조영욱 실장이 이엠 실험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시계방향/구멍을 파면서 모래의 기름냄새를 맡아본다, 구멍의 고인 물에 기름띠가 보인다, 이엠 미생물을 넣는다. 10분 뒤 기름띠가 많이 없어졌다.)
▲ 이엠 미생물 실험 천리포에서 백리포 이엠방제본부장 고운맘 스님(오른쪽)과 이엠 환경센타 조영욱 실장이 이엠 실험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시계방향/구멍을 파면서 모래의 기름냄새를 맡아본다, 구멍의 고인 물에 기름띠가 보인다, 이엠 미생물을 넣는다. 10분 뒤 기름띠가 많이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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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조 실장은 “바닷속은 이엠흑공을 만들어 던져 넣으면 그것이 가라앉아 바닷속에서 기름찌거기를 분해해줄 것이다. 이엠흑공이란 흙에 이엠퇴비와 발효제를 섞어 공처럼 만든 것을 말한다. 또 바다에 이엠퇴비를 뿌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공으로 자연을 파괴한 것을 다시 인공적인 방법으로 복구하는 것은 유화제처럼 또 다른 제2, 제3의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자연을 파괴한 것은 어디까지나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복구해야 다른 피해를 막으면서 완벽한 복구가 가능하다. 아마 이엠을 활용한 복구라면 1년 정도면 가능할 것으로 본다”라고 강조했다.

다시 물었다. “그런데 오염지역 전체를 이렇게 획기적이고도 좋은 방법으로 복구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인가?”

스님은 “검증이 되지 않았다며 꺼린다. 하지만 어쩌면 개인적인 이해득실 등 다른 까닭은 없는지 의심스럽다. 검증이야 우리 단체와 전문가 그리고 공무원이 공동으로 3~4일만 실험해보면 확실한 결과를 알 수 있을 텐데 그런 시도조차도 하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지금은 우리 힘만으로 이엠 미생물을 뿌리고 주민들을 움직이는 방향으로 할 수밖에 없다. 이른 시일 안에 획기적인 결과를 낼 수도 있는데… 지금 곳곳엔 고온고압분사기로 오염된 바위 등을 씻는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그것은 많은 기름찌꺼기가 다시 바다로 흘러드는 위험성을 안고 있으며, 섭씨 80~90도 고온이기에 그나마 숨이 붙어 있는 생명체를 죽일 수 있어 그 방법은 문제가 있다. 말려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 뒤 나는 한 'ᄃ'고온고압분사시스템 회사에 전화를 걸어 이를 확인했다. 전화를 받은 그 회사의 'ㄱ' 대표이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전국의 고온고압시분사스템 회사는 다 참여했다. 분사를 하는 곳 아래에 오일펜스와 오일붐을 설치해야 하는데 오일붐이 워낙 비싸 그걸 피하고 대신 흡착포 등을 사용하는 문제로 일부 기름찌꺼기가 바다로 흘러들어갈 수밖에 없다. 어제는 조수간만의 차가 심한 까닭으로 작업을 하지 못했다. 또 고온이기에 일부 생명체가 죽을 수도 있지만 현재로선 이 방법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떤 방법을 써도 기름찌꺼기를 20% 정도만 회수하면 양호하다는 생각이다.” 그는 문제를 시인하고 있었다.

고운맘 스님과 조 실장이 새까맣던 바위를 이엠 미생물로 닦아내 제 색깔을 찾아줬다. 아래는 닦는 동안 바닷물이 들어와 일부가 물에 잠겼다.
▲ 이엠 미생물 실험 고운맘 스님과 조 실장이 새까맣던 바위를 이엠 미생물로 닦아내 제 색깔을 찾아줬다. 아래는 닦는 동안 바닷물이 들어와 일부가 물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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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곳곳에는 태안 주민들을 격려, 위로하는 펼침막과 고맙다고 화답하는 펼침막들이 걸려있어 자원봉사와 함께 흐뭇한 정경이다.
▲ 곳곳에 걸린 펼침막들 태안 곳곳에는 태안 주민들을 격려, 위로하는 펼침막과 고맙다고 화답하는 펼침막들이 걸려있어 자원봉사와 함께 흐뭇한 정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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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에서 기름에 오염된 모래를 채취해와 실험 중이라는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 생명과학부 이은주 교수에게 전화를 했다.

이 교수는 “이엠이 사람이 먹어도 괜찮을 정도로 안정성이 입증된 것인데 그동안은 유기농가의 농업용과 수질 개선을 위해 많이 쓰여 왔다. 하지만, 아직 기름 제거 효과는 입증된 바가 없기에 기름 묻은 모래로 실험하여 과연 효과가 있는지 검증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태안 현지에 가 옅은 농도와 기름에 찌든 고농도 두 가지의 표본을 채취해 왔다는 것이다. 그 결과 옅은 농도의 것을 48시간 실험한 결과 328ppm이었던 것이 상온에 놔뒀던 것은 자연 휘발 되어 170ppm로 낮아졌는데 모래의 1/500 정도 되는 이엠 미생물을 쓴 것은 102ppm으로 낮아져 상당한 효과를 보였다고 확인해 준다.

그는 “고농도를 6일째 처리한 것은 상온에 놔둔 것은 129ppm, 이엠 처리한 것은 92ppm으로 확인되어 저농도에 비하면 조금 미흡한 수치여서 더 오랜 기간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실험을 한 뒤 분석은 객관성과 전문성을 담보하려고 서울대 토양오염분석센터에 의뢰해서 했다. 오염 제거는 눈에 보이는 기름만 없앤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생태계가 완전히 복원되는 것이 중요하며, 문제있는 고온고압분사시스템이 아닌 친환경 이엠 미생물을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이엠 미생물 사용은 다른 처리 방법에 견주어 값이 싸며, 주민들이 가정에서 직접 배양해서 쓸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엠 미생물로 1년이면 복구할 수 있다는 이엠환경센타 조 실장의 말을 전하자 조심스러운 듯 1년은 어떨지 몰라도 2~3년이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생각을 밝혔다.

서울대 이은주 교수가 저농도 오염된 모래로 EM 실험을 한 결과치(서울대 토양오염분석센터)
▲ EM 저농도 실험 서울대 이은주 교수가 저농도 오염된 모래로 EM 실험을 한 결과치(서울대 토양오염분석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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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이은주 교수가 고농도 오염된 모래로 EM 실험을 한 결과치(서울대 토양오염분석센터)
▲ EM 고농도 실험 서울대 이은주 교수가 고농도 오염된 모래로 EM 실험을 한 결과치(서울대 토양오염분석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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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군 재난종합상황실 김성조씨의 얘기를 들어봤다. 그는 “이엠 미생물이 효과가 있었다는 얘기는 들었다. 하지만, 아직 그에 의한 2차 피해에 대한 검증이 되지 않아서 아직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만일 그에 대한 걱정이 해소되면 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고온고압분사시스템이 그런 문제점이 있다면 이는 고려해볼 문제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29일 캐나다에서 5~6명의 전문가가 와서 2주간 조사하고 복구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하니 곧 좋은 방법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복구방법에 대한 것은 해양수산부의 결정이 있어야 가능하지만 이엠 미생물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할 생각임을 비쳤다.

태안 기름유출 사고와 관련한 정부 부처는 해양수산부 연안계획팀·해양환경정택팀과 환경부, 해양경찰청 등이었다. 연안계획팀 관계자들은 주민, 환경단체 등 여러 의견을 들어 종합적인 대책을 세우려 현장에 나가 있는 상태였다.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보았다. 하지만, 그들에게서 원론적인 얘기 외에는 들을 수 없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이엠의 2차 부작용은 없는지를 걱정하고 있었다. 고온고압분사시스템의 문제도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다른 방도가 없지 않으냐는 말도 했다. 또 보상도 큰 문제인데 복구를 다 해버리면 보상을 받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하지만, 취재를 하면서 느낀 것은 이런 나라의 큰 재앙에 재난지역 선포까지 하면서도 통합된 대책본부가 꾸려지지 못하고, 각 부서가 따로따로 일을 처리하고 있어서 효율적인 복구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같은 얘기를 확인하는데도 4~5 부처를 거쳐야 하는 실정이었다. 또 온 국민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지만 공무원들은 좀 느긋한 것 아닐까?

대한민국 정해년 섣달은 태안 기름 유출 사고로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주민들과 많은 자원봉사자의 노력으로 이제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그런 과정에 올바른 복구 방법을 찾는 것이야말로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이다. 정부는 진정한 마음으로 주민들을 위해, 자연생태계를 위해 무엇이 진정 올바른 길인지를 깨닫고 실천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태안, #기름유출, #이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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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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