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는 2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지난 7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2007 아시안컵에 출전해 '음주 파문'을 일으킨 이운재, 우성용, 김상식, 이동국, 네 명의 국가대표 선수에 대한 징계를 내렸습니다. 네 선수 모두 '1년 자격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K리그에는 출전해도 좋다"는 애매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인터넷 상에서는 '징계 가혹하다'와 '솜방망이 처벌이다'라는 누리꾼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축구협회의 이번 징계에 대해 스포츠 기사를 주로 쓰는 시민기자들의 의견을 받아보았습니다. [편집자말]
 지난 7월 아시안컵축구대회 기간 중 숙소를 무단이탈해 폭탄주를 마시는 등 음주로 물의를 일으킨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 4명 중 30일 저녁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대회의실에서 우성용 선수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던 이운재 선수가 울음을 참고 있다.

지난 7월 아시안컵축구대회 기간 중 숙소를 무단이탈해 폭탄주를 마시는 등 음주로 물의를 일으킨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 4명 중 30일 저녁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대회의실에서 우성용 선수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던 이운재 선수가 울음을 참고 있다. ⓒ 권우성




[이정래 기자 - 징계 약하다] 다시는 '태극 마크'를 달아줘선 안 된다

국가대표 축구선수들의 음주파문 후 축구협회가 물의를 일으킨 선수들의 국가대표 자격을 1년 정지하는 징계를 내렸다.

중징계라고 하지만 그들은 시합을 코앞에 두고도 버젓이 현지 룸살롱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실 때부터 이미 국가를 대표한다는 기본적인 책임마저 내버린 선수들이다. 국가대표 출전 금지 그것도 1년 유한으로 내려진 징계가 과연 이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애당초 그들에게 태극마크는 자랑스럽지도 뿌듯하지도 않았을지 모른다. 1년 징계가 과하다고들 하지만, 내가 볼 때 국가를 대표한다는 사실에 아무런 책임감도 느끼지 못하는 그들에게 이런 징계는 실로 아무런 의미 없는 징계일 뿐이다.

당시 아무것도 모르고 좋지 않은 몸으로도 혼자 미친 듯이 뛰어다녔던 이천수에게 미안하지도 않은가. 동료들에게 죄스럽지도 않은가. 썩은 살을 도려내려면, 썩은 살 뿐만이 아니라 온몸이 그 아픔을 견뎌야 한다. 그게 무서워서 방치하면 결국은 모두 썩게 된다.

이들이 1년 뒤가 아니라 다시는 나라를 대표해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외국에 나가서는 안 된다. 그게 옳은 일이다.

 지난 7월 아시안컵축구대회 기간 중 숙소를 무단이탈해 폭탄주를 마시는 등 음주로 물의를 일으킨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 4명 중 30일 저녁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대회의실에서 우성용 선수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던 이운재 선수가 울음을 참고 있다.

지난 7월 아시안컵축구대회 기간 중 숙소를 무단이탈해 폭탄주를 마시는 등 음주로 물의를 일으킨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 4명 중 30일 저녁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대회의실에서 우성용 선수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던 이운재 선수가 울음을 참고 있다. ⓒ 권우성


[윤현 기자 - 징계 가혹하다] 선수는 '그라운드에서의 모습'만 평가하자

국가 대표 선수들에게 너무 엄정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선수는 경기의 성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만약 나쁜 성적을 거뒀다면 그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지 경기 외 시간의 행동으로 징계를 내리는 것은 과한 처사가 아닌 듯 싶다.

만약 아시안컵에서 승승장구해서 우승을 한 뒤 이런 기사가 나왔어도 지금처럼 여론이 들끓었을까? 만약 선수가 음주를 한 뒤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으면 거기에 대해 비판할 수 있지만 음주 자체에 대한 비판은 심한 경향이 있다.

물론 그들이 국가를 대표하여 떠난 일정 중에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이 아쉽기도 하다. 그리고 항간에 떠돌았던 소문처럼 더 안 좋은 행동까지 했다면 문제가 훨씬 크겠지만, 단지 선수들이 모여 음주를 했다는 것에 자격정지라는 징계까지 내리는 것은 너무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준 행동들에 대해서만 칭찬하고, 비판하자. 그것이 축구팬들이 해야 할 일이다.

 지난 7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안컵 조별리그 기간 중 대표팀 무단 이탈 및 음주 파문으로 물의를 일으킨 국가대표 이운재 우성용 김상식 이동국 선수에 대한 상벌위원회가 이갑진 축구협회 부회장 주재로 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7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안컵 조별리그 기간 중 대표팀 무단 이탈 및 음주 파문으로 물의를 일으킨 국가대표 이운재 우성용 김상식 이동국 선수에 대한 상벌위원회가 이갑진 축구협회 부회장 주재로 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렸다. ⓒ 남소연


[이충섭 기자 - 징계 가혹하다] '정몽준 연임'은 왜 이리 처리가 늦나

우선 K리그가 아닌 국가대표 경기에 한해 출장정지가 이루어진 것은 마땅한 판단이라 생각한다. K리그는 대표팀 유니폼 스폰서십, 국제경기 입장수익금·중계권 등 대한축구협회의 막대한 수입원인 국가대표팀 선발을 위한 트라이아웃 리그가 아님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해당 선수에 대한 처벌이 K리그와는 무관한 벌칙이지만, 대표선수를 선발하고 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축구협회 담당부서나 홍명보 코치에게 내려진 경고 조치와는 상대적으로 가혹한 처벌이라 생각한다.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도 유감이다. 향후 대표팀 선수들에게 소집기간 중의 행동지침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의 주된 원인은 무엇보다도 우승을 호언장담했던 아시안컵에서의 성적부진이다. 협회는 음주파문으로 다시 불어진 성적부진의 여론을 무마시키기 위해 매우 신속히 상벌위원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이러한 신속한 행정은 그간 국민들의 비난 여론이 일었던 'K리그 승격거부를 했던 내셔널리그 우승팀에 대한 처리' '외국인 감독 교체 및 선임' '정몽준 축협 회장 연임' 등에 관련한 이슈 처리에서 보여준 것과는 매우 대조적임을 지적하고 싶다.

아울러 2007년도 축구협회의 주된 사업 목표였던, 'AFC 아시안컵 우승' 'FIFA U-20 월드컵 8강' 'N리그 우승팀 승격'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이번 음주 파문 선수 처벌만큼 신속히  검토하고 평가 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지난 7월 아시안컵축구대회 기간 중 숙소를 무단이탈해 폭탄주를 마시는 등 음주로 물의를 일으킨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 4명 중 이운재 선수와 우성용 선수가 30일 저녁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대회의실에서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연 뒤 고개를 숙인 채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지난 7월 아시안컵축구대회 기간 중 숙소를 무단이탈해 폭탄주를 마시는 등 음주로 물의를 일으킨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 4명 중 이운재 선수와 우성용 선수가 30일 저녁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대회의실에서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연 뒤 고개를 숙인 채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권우성


[박상익 기자 - 징계 약하다] 1년간 선수 생활 접은 방승환은 어쩌라고

국가대표 선수들의 음주 파문은 1년 동안 국가대표 자격 정지와 축구협회 주관 대회 2~3년 출전 정지라는 징계로 일단락되었다. 이를 두고 네티즌 사이에서는 "2~3년  자격 정지는 가혹하다'는 옹호론과 '인천 방승환에 비춰볼 때 이 선수들은 K리그 경기는 뛸 수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인천의 방승환은 3일 광양에서 펼쳐진 전남과의 경기에서 심판의 판정에 불복, 유니폼 상의를 벗어나는 등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축구협회 상벌위원회로부터 '1년 출전정지'를 받았다.

물론 대회 기간에 술을 마신 것과 경기 중에 심판에게 지나친 항의를 한 것은 다른 기준으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직접적인 잣대를 댄다면 많은 관중이 모인 축구장에서 프로 선수의 기본을 망각한 방승환의 징계가 더욱 엄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 번 방승환의 사건을 되짚어보면서 이번 사건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방승환의 행동을 두고 많은 사람들은 인천이 경기 중에 여러 번 물의를 일으킨 점을 들어 일벌백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방승환은 1년 동안 축구선수로서의 자격을 '완전히' 박탈당했다.

이번 음주파문의 상벌위에서는 "방승환의 경우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상황을 포함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과연 팀 차원에서의 문제를 한 선수에게 '몰아치는' 것이 과연 온당할까?  만약 축구협회가 그러한 결정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려면 그전에 한 칼럼니스트의 글을 읽어봐야 한다.

영국인 축구 칼럼니스트 존 듀어든은 자신의 칼럼에서 "방승환이 바보처럼 행동한 것은 맞지만, 얼마 전 인천의 다른 선수들이 저질렀던 잘못까지 몽땅 뒤집어씌우는 것은 옳지 않다"며 축구협회의 결정을 비판했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졌다.

방승환이라는 젊은 선수가 레드카드를 받고 자제력을 잃어 심판에게 공격을 가하려 했다.
당신의 선택은?


① 몇 경기 출장 정지를 준다. 나쁜 행동을 했지만 주심에 실제적인 폭력을 가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TV카메라에다 욕을 하고 상대에게 침을 뱉은 선수에게도 추가 징계가
없었는데, 왜 방승환만 가혹하게 대해야 하나?


② "방 뭐시기라고? K리그는 지루해서 보지 않아. 그 시간이 있으면 차라리 삼겹살이나 구워먹겠다" 라고 말한다.

③ 전례와 상관없이 방승환에게 1년 징계를 준다. 이제부터 그러한 행동을 하는 선수들은
무조건 비슷한 수준의 징계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김두현, 김남일, 박주영 등의 선수가
걸려들 경우 징계 수준을 재고 해 볼 수도 있다.


과연 축구협회의 '기본입장'은 ③와 같은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음주파문을 일으킨 네 명의 선수들은 여전히 K리그에서 자신의 실력을 뽐낼 수 있게 되었다. 사실상 징계라고 할 수도 없고 봐주기나 마찬가지다. 2008년 K리그에서 저 '유명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누비고 팬들의 성원을 받을 때 '무명선수' 방승환은 무엇을 해야 하나?

 지난 7월 아시안컵축구대회 기간 중 숙소를 무단이탈해 폭탄주를 마시는 등 음주로 물의를 일으킨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 4명 중 이운재 선수(오른쪽)와 우성용 선수가 30일 저녁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대회의실에서 허리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지난 7월 아시안컵축구대회 기간 중 숙소를 무단이탈해 폭탄주를 마시는 등 음주로 물의를 일으킨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 4명 중 이운재 선수(오른쪽)와 우성용 선수가 30일 저녁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대회의실에서 허리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 권우성


[심재철 기자 - 징계 가혹하다] 기자들에게 부탁한다, 사생활 캐기는 이제 그만

다행스럽게도 한국 축구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K-리그 출장 정지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 감사의 말씀을 올려야 할까?

나는 참 어이없는 징계 결정에 기가 막힐 뿐이다. 2일 상벌위원회가 열리기 전 홍명보 국가대표팀 코치의 인터뷰 내용에도 있는 것처럼 그들은 뒤풀이 차원에서 모임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그 장소가 어디였는가? 누구와 함께 있었는가?'는 어디까지나 그들의 '자유 시간'을 침해하는 물음이 아닐까.

10월 31일 수원 빅 버드 스타디움에서 방문팀 서포터 중 일부가 '운재야, 술값은 누가 냈노?'라고 걸개를 내걸고 비아냥거리는 일을 보고 무척이나 가슴이 아팠다. 서포터가 그것을 물어보면서 비아냥거릴 자격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그 선수들이 뒤풀이 때문에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방기했다면 사후 처리 차원에서 분명히 다르게 접근해야 할 일이다. 이처럼 우리들과 똑같은 사람, 한 일터의 일꾼인 그들이 자유 시간에 뒤풀이를 벌인 사실을 놓고 이렇게 무거운 벌을 내린다는 것에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

아울러, 이 기회에 언론사 기자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스포츠 선수나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함부로 다루지 말라'고 말이다. 경기장이나 연습장에서 그들이 흘리는 땀과 열정의 의미만, 때로는 아름답게, 때로는 냉정하고 날카로운 시각으로 다뤄 달라는 것이다. 누가 당신의 뒤풀이 자리에까지 카메라를 들이밀고 오면 기분이 좋겠는가?

음주파문 축구 이운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KBO선수협의회 제1회 명예기자 가나안농군학교 전임강사 <저서>면접잔혹사(2012), 아프니까 격투기다(2012),사이버공간에서만난아버지(2007)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