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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13 13:47최종 업데이트 07.09.13 15:20

한국 위해 일한 사람 프랑스가 훈장을?

서울국제무용축제 이종호 예술감독 프랑스 문화훈장 받아

 프랑스 문화훈장 슈발리에장을 받은 시댄스 이종호 예술감독
프랑스 문화훈장 슈발리에장을 받은 시댄스 이종호 예술감독 ⓒ 김기

대한민국 가을은 축제가 만발한다. 서울만 해도 국제 자가 들어간 굵직한 축제가 몇 개씩 진행된다. 한국은 가히 축제의 천국이다. 얼마 전 모 일간지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축제가 1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하루에 대략 3개의 축제는 항시 열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풍요 속의 빈곤이 딱 들어맞는 경우가 축제공화국 한국이다. 에딘버러나 아비뇽처럼 세계적 축제로 발돋움한 것은 딱히 없다.

 

그런 와중에 12일 서울세계무용축제(아래 Sidance) 이종호(53) 예술감독이 프랑스 문화훈장 슈발리에장을 수훈케 됐다는 소식이 무용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이 훈장은 예술과 문학 분야에서 세운 지대한 공헌과 문화보급 노력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상으로, 1957년 5월 2일 프랑스문화공보부장관에 의해 제정되고 1963년 샤를 드골 대통령이 기사작위(Ordre National du Mérite)로 비준하였다. 이종호 예술감독은 한국 최초의 수훈자이다.

 

한국 경제가 급전직하 주저앉던 1998년 이종호 예술감독은 거의 혼자서 시댄스를 준비했다. 본인의 말을 빌자면 참 지지리도 복이 없었다. 그렇지만 후일 시댄스를 위해 자신과 가족의 집 두 채를 받치게 된 것에 비하면 시작할 때의 고생은 차라리 호사였다. 아직도 시댄스와 별도로 연합뉴스 상무로 재직 중인 그의 봉급은 고스란히 시댄스 사무국 유지로 충당하고 있다.


 제10회 시댄스가 10월 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리는 <로시니 키드>와 <바흐 예찬>을 시작으로, 27일까지 서울 곳곳에서 열린다.
제10회 시댄스가 10월 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리는 <로시니 키드>와 <바흐 예찬>을 시작으로, 27일까지 서울 곳곳에서 열린다. ⓒ 시댄스

보통 축제가 그렇듯이 정부나 기관이 만들어 준 자리가 아니라 스스로 한국 무용문화 발전을 위해 뛰어든 처지에 가장 큰 장벽은 예산이었다. 같은 순수예술장르긴 해도 음악이나 미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비 인프라가 열세인 무용계에서 '입장료 받는 공연'을 하기 위해서 시댄스는 흥행성과 예술성을 보장받는 필사적 기획을 해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번 프랑스 문화훈장도 그랬지만 시댄스에는 '한국 최초'란 말이 자주 붙어왔다.

 

이종호 예술감독은 시댄스 10년을 "춤 자체의 아름다움과 예술로써의 깊이를 대중에게 알리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제교류를 통해 세계 무용의 조류를 놓치지 않아야 했고, 한 발 더 나아가 한국춤이 그 조류형성에 소외되지 않는 능동적인 투신이 필요했다. 그런 것들이 결합되어 궁극적으로는 무용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고 싶었다"라고 정리했다.

 

그는 "한국무용계를 위해 일한 10년이면 훈장도 한국정부로부터부터 받아야 하지 않느냐"고 묻자 "글쎄요" 하며 허허 웃는다. 선택과 집중은 문화정책에 있어서 해결되지 않는 화두였다. 훈장을 먼저 줬어야 할 한국 문화부는 예술축제에 있어 선택과 집중의 기회까지 놓친 게 아닐까?

 

시댄스가 생긴 이래 10년 동안 한국 무용계의 수준이 높아졌다고 자부한다. 그것은 지난 아홉 차례 시댄스의 족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시댄스 외에도 여러 국제무용축제가 있는데 그들 기획자들은 적어도 시댄스 정도는 되야 한다는 고민을 갖고 있을 정도이다. 시댄스가 생긴 이후로는 그저 '자기가 아는 사람 불러오는 수준'은 확실히 벗어나게 됐다. 시댄스가 무용축제에 있어 바로미터 역할을 맡고 있다.

 

시댄스, 서울을 춤추는 도시로 만든다

 

 이번 시댄스에선 스페인 플라멩코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
이번 시댄스에선 스페인 플라멩코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 ⓒ 시댄스

제10회 시댄스는 다음달 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이탈리아 국립 아떼르발레또 무용단의 <로시니 카드>와 <바흐 예찬>을 시작으로 27일까지 총 24일간 서울 곳곳에서 춤바람을 일으킨다. 시댄스 개막작은 항상 큰 이슈를 만들어냈다. 국립극장과 공동 주최해 세계국립극장축제와 프로그램을 공유할 정도로 올해 시댄스 개막작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패션과 열정의 나라면서 발레의 발상지인 이탈리아의 현대무용을 접할 수 있는 기회이다. 올해 시댄스는 10주년이라는 기념비적 개념으로 대중성과 한국성을 채택했다. 극장만이 아니라 김포공항, 서울역, 한강시민공원, 인사동 등 서울 도시 곳곳에서 춤을 들고 나간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과 일반인들을 직접 춤추게 한다. 세계 아동공연의 대표 주자인 벨기에 코퍼히에테리는 공연과 함께 워크숍을 갖는다.

 

또한 세계무용계에는 아직 낯선, 그래서 주목하는 아프리카 춤을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한다. 정열의 춤이자 대중적으로 관심이 높은 스페인 플라멩코의 정수를 맛보게 된다. 영화 <살로메>의 주연과 안무를 맡았던 아이다 코메스가 보여줄 <카르멘>은 이미 매진될 정도여서 급히 공연을 하루 더 연장하기도 했다.

 

작년 프랑스 캐피그 무용단을 통해 힙합의 가능성을 확인했던 시댄스는 올해도 힙합의 예술적 승화를 노리는 무대를 마련한다 . 모두 스트리트 댄서로 시작해서 현대무용가로 변신한 3인의 남성 안무가들을 통해 힙합의 진화를 시도한다.

 

 올해 시댄스는 평소보다 한국 전통춤의 비중이 늘었다. 사진은 민살풀이의 명인 장금도.
올해 시댄스는 평소보다 한국 전통춤의 비중이 늘었다. 사진은 민살풀이의 명인 장금도. ⓒ 김기

올해 시댄스는 평년보다 한국춤의 비중이 높아졌다. 보통 하나의 프로그램에 그쳤던 한국 전통춤이 우선 두 개로 늘어났다. 현재 한국에는 외래 무용이 분명 강세를 보이지만 아직까지 세계 무대에서 눈길을 받기에는 전통춤이 좀 더 우선이다. 시댄스에 한국 전통춤이 더 많이 배치되는 것은 비록 국내에서 열리지만 이미 국제 관심을 끌고 있기에 그 파급 효과는 국제적이다.

 

지난 10년간 시댄스를 통해 세계 37개국 876명의 아티스트가 한국을 다녀갔다. 와서 자기 공연만 하고 훌쩍 돌아간 것이 아니라 시댄스의 이모저모를 보았고, 그것은 또 다른 교류의 결과로 발전했다. 직접 무대에 서진 않지만 예술과 관련해 시댄스를 참관하는 많은 외국 게스트들에게 시댄스는 우회적인 아트마켓의 의미를 제공해왔다. 10년의 분수령을 맞게 된 시댄스는 이 가을 권하고 싶은 예술과 낭만의 무용축제이다.


#시댄스#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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