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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월 5일 방영된 쿠바 TV의 <메사 레돈다> 프로그램 속에 나온 카스트로의 이미지.(AP TV 제공).
 작년 6월 5일 방영된 쿠바 TV의 <메사 레돈다> 프로그램 속에 나온 카스트로의 이미지.(AP TV 제공).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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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중순 이후 수 주 동안 쿠바의 국가 평의회 의장 피델 카스트로 사망설이 플로리다 마이애미 지역에 계속 번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쿠바의 하바나는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평온을 유지하고 있어 사실 여부를 놓고 마이애미 쿠바 이민사회와 쿠바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카스트로의 사망설은 특히 지난 8월 13일 이후 남부 플로리다 쿠바계 사회에서 폭넓게 퍼지고 있다. 8월 13일은 피델 카스트로의 생일인데도 전혀 그의 사진이 공개되거나 그가 기고해 온 칼럼이나 녹음 방송도 최근들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

쿠바 난민 대비 회합 소식에 사망설 '날개'

지난 8월 21일 마이애미 지역 관리들이 카스트로가 사망했을 경우 밀려들 쿠바 난민들을 막기 위한 계획을 검토하기 위해 회합을 가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같은 풍문은 설득력 있게 퍼지고 있다. 당국은 이날 회합에서 카스트로가 사망했을 경우 마이애미 남단의 키웨스트(150여 마일에 걸쳐 쿠바쪽으로 길게 이어진 군도) 도로들에 대한 봉쇄조치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방부는 피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의 사망 후 쿠바인들이 대량으로 미국에 밀입국할 것으로 예상, 이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총 1800만 달러를 들여 1만명이 들어갈 수용소를 건축할 계획을 세워 두고 지난해 의회로부터 예산 승인을 받은 상태이다.

카스트로 사망 루머가 확산되고 있는 또다른 이유는 국가원수의 사망소식이 국가기밀에 속해 있는데다 정부가 미디어를 통제하고 있고  때문이기도 하다.

<AP 통신>은 지난 8월 24일자에서 마이애미 지역 라디오 방송들이 계속해서 텔레비전 방송의  카스트로 사망에 대한 풍문을 인용 보도하면서 더욱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보도했다. 

마이애미 코코넛 그로브의 디자인 회사 중역인 샌드라 애빌라는 지난달 23일 고객과 거래처들로부터 하루종일 카스트로의 사망소식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전에도 (카스트로 사망) 풍문을 들었으나 이번에는 느낌이 좀 다르다”며 “이번에는 진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쿠바계 미국 시민 페레즈 힐튼이라는 이름의 블로거는 인터넷 사이트에 정통한 소식통의 전언이라면서 마이애미 경찰 당국이 곧 카스트로의 사망 소식을 발표할 계획이라는 글을 올렸다. 

'카스트로 사망' 기대 심리도 한몫

카스트로 사망설이 플로리다에서 유독 날개를 단 듯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망명 쿠바인들의 ‘기대 심리’ 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이애미에는 약 70만명의 쿠바계 망명자들이 살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피델 카스트로의 공산 체제가 들어선 이후 배를 타고 미국으로 탈출한 사람들이다.

카스트로가 동생 라울 카스트로에게 권력을 이양한지 6개월째인 올해 1월에도 카스트로의 사망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부 주민들에 의해 카스트로 사망시 축제를 열자는 의견이 긴급 제시되었다.

결국 쿠바계 시의원의 제안을 받은 마이애미 시는 1월초 행사를 위한 준비위원회를 구성하여 카스트로가 사망하면 미 대학 풋볼 결승전 장소로 유명한 ‘오렌지 보울' 구장에서 각종 공연을 곁들인 축제를 개최한다는 계획을 세워 화제를 일으켰다.

쿠바 민주화를 주장하는 민간 그룹인 ‘래이세스 오브 에스페랜자’ 대변인 조앤자 버고스는 “우리의 기다림은 단지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한 기다림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라는 기다림이다”고 말했다.

 "루머 불과" 여론 속 "이미 화장되었다" 풍문도 

카스트로 사망설은 마이애미 뿐 아니라 소문의 본거지인 쿠바에서도 간간이 들리고 있으나 과거에도 몇 차례 나돌던 루머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쿠바 정부에 육류를 납품하는 한 공장의 재정분석가인 리타라는 남성은 지난 1일 <마이애미 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수 주일 동안 떠돌고 있는 풍문을 여러차례 들었다”고 전했다. 은퇴 노인 후안(80)씨는 “카스트로의 신상은 베일 속에 가려져 있어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한다”면서 “어떤 사람들은 그(카스트로)가 이미 화장되었다고 말하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은 밀랍 처리된 카스트로의 시신이 모처에 안장되어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재이미라는 택시 운전사는 하바나에는 그같은 소문이 나돌고 있지 않으며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하고 ‘카스트로의 건강에 대한 소식의 대부분은 카스트로와 친한 사이인 휴고 차베즈 베네주엘라 대통령으로부터 나오는 게 고작’이라며 최근 카스트로의 근황에 대한 언론의 보도에 대해 의아심을 표했다.

그러나 쿠바의 식민시절 도시 올드 하바나에 거주하는 조지(32)라는 남성은 지난해 7월 카스트로가 장 출혈로 입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사망소식도 끊임없이 들려 왔다며 카스트로의 사망소식이 루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이애미 헤럴드>에 “카스트로가 살았을 수도 있고 죽었을 수도 있는데, 아무도 사실을 알 수 없다”면서 “무엇이 사실이든 우리에게 변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피델은 하나의 시스템을 형성해 왔고 그가 사망한다 할지라도 그 시스탬은 유지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펠리페 페레스 로케 쿠바 외무장관은 지난 23일 브라질 방문 중 카스트로의 사망 루머에 대한 사실확인을 요청한 보도진들에게 “피델은 잘 지내고 있으며, 여전히 회복중에 있다”면서 “카스트로는 정부 관리들과 지속적인 만남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쿠바 국영 텔레비전 방송들은 풍문이 나돌던 24일에도 정규방송을 계속했으며 이후로도  카스트로의 건강에 이상 징후가 있다는 어떤 암시가 섞인 방송도 나오지 않고 있다.   


태그:#카스트로, #쿠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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