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의 아이들을 위하여 출간한 솔뫼 선생의 새책 ⓒ 박서현
영남 알프스의 하나인 영축산 꼭대기에서 25년간 홀로 살면서 약초를 연구해온 솔뫼 선생이 <산속에서 만나는 몸에 좋은 식물 148>, <산속에서 배우는 몸에 좋은 식물 150>에 이어 아이들을 위한 책 <산대장 솔뫼 아저씨의 생물교실 : 씨앗 속 생명 이야기>를 출간했습니다.
그의 토굴이 언론에 많이 알려지면서 본의 아니게 하산을 하게 되고, 지금은 통도사 아랫마을에 작은 터전을 마련하여 살고 있는 솔뫼 선생과 함께 책과 자연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솔뫼 선생은 통도사가 있는 양산 토박이로서 오랫동안 산속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전혀 변형되지 않은 완전 토종 경상도말을 씁니다. 구수하고 투박한 그 말투 그대로를 옮겼으면 좋겠지만, 기사이기 때문에 표준말로 정리한 것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그 오랫동안 약초연구를 해오시고 약초도감도 내셨는데, 이번에는 아이들을 위한 책을 출간하셨어요. 어떤 동기가 있으셨나요?
"아이들을 위한 책에 대해서는 원래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자연 속에서 살다 보면 어린 새싹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를 깨닫게 되죠. 그 새싹이 자라서 큰 나무가 되고, 큰 숲이 되고, 거대한 자연을 이루어가는 거예요.
아이들도 새싹이나 같아요. 엄청 이쁘고 엄청 사랑스럽죠. 게다가 새싹들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잘 가꾸어줘야 합니다.
자연은 아무런 대가 없이 끝없이 베풀어주지 않습니까? 우리가 자연에 보답하는 길은, 자연을 가까이 하고 아끼면서 서로 베풀고 도와가는 삶과 지혜를 배우는 거예요. 아이들에게도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좋은 길잡이가 필요합니다."

▲솔뫼 선생이 매일 식물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사진을 찍어두는 것은 미래의 우리 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사명감 때문이라고 한다 ⓒ 박서현
-선생님이 보시기에 요즘 아이들은 어떻습니까?
"요즘 아이들 엄청 예쁘죠. 말도 잘하고, 반듯하게 자기를 표현할 줄도 알고, 생각하는 것도 논리적이고. 귀엽고 똑똑한 작은 어른들 같아요.
그런데 이렇게 예쁜 요즘 아이들이 자라나는 환경을 보면 엄청나게 안타까워요. 꽃같이 예쁘고 여린 새싹들인데 자연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살고 있거든요.
저희가 자랄 때만 해도 모두들 어려운 시절이라 빨가벗고 산과 들에서 뛰어노는 것이 다였어요. 하지만 그때는 온 산과 들을 맨발로 뛰어다니며 꽃도 따먹고 열매도 따먹으면서 계절이 바뀌는 것을 배우고, 바람이 어디에서 불어와 어디로 가는지를 보면서 자연 속에서 인생을 배울 수 있었죠."
-아이들에게 자연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시죠?
"사람이 천 가지를 배운다 해도 자연을 모른다면 인생의 반을 모르는 거예요.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이 자연의 섭리를 배우는 것은 엄청 중요해요. 아이 적에 보고, 듣고, 느끼고, 배운 것은 아이의 평생을 좌우하거든요.
만물의 근본이 되는 흙을 밟고 다니는 것과 시멘트로 포장된 도시에 서 있는 것은 달라요. 숲속에서 싸 하니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공기를 마시며 사는 것과 도시에서 매캐하고 텁텁한 공기를 마시는 것도 다르죠. 뱃속까지 시원해지는 산 정상의 계곡물을 마시며 사는 것과 수도물을 마시며 사는 것 또한 달라요.
이 모든 것들이 그 사람의 생각을 만들고, 사람살이(人生)를 다르게 만드는 거예요."

▲솔뫼 선생은 씨앗의 일생이 우주와 같다고 말한다. 사진은 말오줌대 열매. ⓒ 박서현
- 어른들을 위한 도감과 아이들을 위한 책 등 다양한 글쓰기를 하고 계신데요.
"글은 스무 살 무렵부터 써왔습니다. 시도 쓰고, 잡론도 쓰고, 약초는 3대째 물려받은 가업이었기 때문에 산에 들어갈 때부터 일일이 사진 찍고 글로 정리하는 작업을 해왔죠.
지금은 홈페이지(www.솔뫼산야초.kr)도 들여다보고 하느라고 컴퓨터를 만지기도 하지만, 책만큼은 손으로 직접 씁니다. 습관이 되어서 그런 것 같아요. 오랫동안 손으로만 글씨를 써서 그런지 오른 손가락이 왼손보다 많이 굵어요.
아이들을 위한 책은 이야기하듯이 썼죠. 아이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말로 풀어서 이야기했어요. 저는 이 책을 쓰는 내내 가슴으로 아이들의 손을 잡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자연 속으로 함께 걸어 들어가 제가 평생 동안 살아왔던 자연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자연이야말로 우리 삶의 터전이자 삶을 깨우치게 하는 큰 스승 아닙니까."
-이 책의 주제인 씨앗과 생명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세요.
"씨앗에서 싹이 나서 식물로 자라고, 그것이 다시 열매를 맺어 씨앗을 퍼트리는 것은 아주 경이로운 과정이에요. 씨앗의 일생도 크게 보면 하나의 우주나 마찬가지죠. 우주가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듯이 식물들도 씨앗을 통해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거든요.
아이들도 이처럼 작은 생명 현상을 깨우치면서 삶을 배워가야 합니다. 단순한 지식으로서가 아니라 생명의 원리로서 말이죠.
그리고 앞으로는 우리 땅에서 나는 식물이나 씨앗 자체가 커다란 자원이 되는 시대가 올 겁니다. 선진국에서는 벌써 남의 나라 식물까지도 다 가져다가 연구하고 분석하는 단계에까지 왔어요. 언젠가는 남의 나라에서 우리 식물의 종주권을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것은 우리가 지켜야 합니다. 우리 식물들도 마찬가지예요."

▲솔뫼 선생은 개체수가 줄어든 우리 식물을 복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솔뫼 선생이 복원 중인 백작약 ⓒ 박서현
- 이 책에 우리 토종 식물이 많이 등장하던데요.
"저는 작은 풀꽃 하나, 작은 나무 하나를 이야기할 때도 우리 것을 담으려 했어요. 물론 지금 우리의 아이들도 수많은 식물들에 대해 배웁니다. 하지만 우리 땅에서 나고 자라는 식물들이 아닌 외국산 풀, 꽃, 나무를 배우고 자라는 것이 문제예요.
우리 식물을 모르고 남의 식물 이름과 모양을 배우는 것은 주인과 손님이 바뀐 것과 마찬가지예요. 아이들에게도 손님이 아닌 주인 식물을 가르쳐주어야 합니다."
-이야기를 좀 바꾸어서, 자연 속에서의 삶을 꿈꾸며 찾아오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사실, 자연을 공부하기 위해서 굳이 저처럼 깊은 산속에 들어가 살 필요는 없어요. 저에게 있어 산속 생활은 운명처럼 주어진 삶이었구요.
간혹 산속의 삶을 동경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허상을 가지고 또는 뭔가를 꼭 얻어내겠다는 조바심만으로는 산속에 들어가도 아무것도 못 얻어요. 산속에는 모든 것이 있기도 하지만, 아무것도 없기도 하거든요."

▲솔뫼 선생의 솔뫼산야초 농장 근처에서 발견한 싸리나무 꽃 ⓒ 박서현
-그렇다면 우리가 이곳에서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아갈 방법은 없을까요?
"각자 자기 자리에서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자연을 느끼고, 자연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저절로 삶 속에서 자연을 찾게 되어 있어요. 다 제자리를 찾아가는 거죠.
저는 약초를 공부하겠고 찾아오는 분들께 이런 말씀을 드립니다. "약초 자체를 보지 말고 자연을 배우십시오."라구요.
이것은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예요. 겉껍떼기만 아는 것으로는 내면의 양식이 되지 못해요. 꽃에 관해서든 나무에 관해서든 지식적인 정보가 아니라 자연을 바라보는 눈, 자연을 대하는 마음자세가 중요하거든요."
- 산속에서 생활하실 때의 이야기를 좀더 해주세요.
"산속 생활은 결코 쉽지가 않아요. 깊은 어둠, 엄청난 소리와 함께 사람이 날려갈 만큼 휘몰아치는 바람, 바위가 쩍쩍 갈라지는 소리, 눈 앞에서 불꽃을 튀기며 떨어지는 번개와 천지가 개벽하는 듯한 천둥소리, 그리고 갑자기 튀어나오는 들짐승들. 근기가 약한 사람은 한 달도 못 견디고 도망갑니다.
그리고 산속에서는 외로움을 다스리는 것이 가장 어려워요. 저는 5년간 사람 그림자도 못 보고 살았던 적도 있습니다. 나중에는 말하는 방법까지 잃어버릴 정도였어요."

▲솔뫼산야초 농장에 살고 있는 말똥구리 암놈 ⓒ 박서현
-산 아래에서의 생활은 어떠세요?
"아시다시피 제 집이던 송산재(솔뫼굴)은 언론에 많이 알려지면서 허물어지게 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내려온 곳이 통도사 아랫마을인데, 물 맑고 공기 맑은 곳으로 유명한 지역인데도 적응하기가 쉽지는 않았어요. 공기도 밍밍하고, 물도 밍밍하고... 물론 1천 미터 고지의 고산지대에서 사는 것과 들판에서 사는 것이 같기야 하겠어요.
하지만 인연이 다하여 하산을 하게 되었으니, 들판에서의 새로운 삶도 순응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매일 산에 가지 않으면 산병이 나요. 대도시나 콘크리트 빌딩 같은 데도 절대 안 가구요. (웃음)"
- 앞으로의 계획은요?
"지금 하고 있는 작은 야생화 농장은 우리 토종식물을 복원하고 자연에 돌려주기 위한 시작이라고 할 수 있죠. 아이들을 위한 책도 마찬가지예요. 앞으로 나무, 나물과 버섯, 산짐승까지 산속 이야기를 더 써내려고 합니다.
약초도감도 몇 권 더 준비하고 있어요. 환경오염으로 인해 지구 전체의 기후가 변화하고 있다는 소식이 자꾸 들려오는데, 우리나라 토종 식물들 중에도 우리 대에 멸종하는 것이 생길 겁니다. 그런 일이 생기기 전에 하나라도 더 기록으로 남기고 복원을 해두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책을 쓰고 있습니다.

▲솔뫼 선생이 두 번째 출간한 약초도감. 초보자도 한눈에 약효를 알아낼 수 있도록 과명을 분류하였는데, 오랜 관찰과 경험이 있어야만 가능한 작업이라고 한다 ⓒ 박서현
첫 번째 식물 도감인 <산속에서 만나는 몸에 좋은 식물 148>에서는 제가 산속에서 몸으로 터득한 자연생태를 함께 담았어요. 산속에 살면서 매일같이 식물을 관찰하다 보면 저절로 눈에 들어오고 알아지는 것이 있어요. 가끔씩 산행을 가서 식물을 찾아보는 사람들 눈에는 안 보이는 그런 거죠. 그런 내용이 들어 있어요.
얼마 전 출간된 두 번째 도감인 <산속에서 배우는 몸에 좋은 식물 150>에서는 식물의 과명을 분류하여 초보자들도 그 식물의 약효를 쉽게 알아낼 수 있도록 정리했구요.
은퇴 후에 시골에 들어가 살려고 준비하는 분들이 늘고 있는데 미리 이런 책들을 보면서 공부해 두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식물 공부는 갑자기 해서 늘지 않아요. 한번에 하나씩, 차근차근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죠."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더 해주세요.
"제가 25년간 산속 생활을 해왔던 것은 거기에 흙과 식물들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흙을 밟으며 흙으로 만들어진 집에서 살면 몸과 마음이 맑고 건강해지죠. 흙과 식물을 가까이 하며 사는 것은 원래 우리 조상님들 때부터 살아왔던 방식이었어요.
사람은 흙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흙을 가까이 할 때 가장 편안해지게 되어 있어요. 그리고 풀과 나무는 좋은 공기, 맑은 바람, 깨끗한 물을 줄 뿐만 아니라 마음을 평화롭게 해주죠. 야생 동물들도 매우 거칠 것 같지만 자기에게 필요한 것만 사냥할 뿐 절대 난폭하지 않아요. 자연 속에서는 다툼도 없고 공생공존할 뿐이지요.
우리도 인류의 건강뿐 아니라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서도 자연을 지키면서 살아야 합니다. 그것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우리 모두가 가야 할 길이죠."